스위스의 철통수비 홍명보 축구와 일맥상통…현주소 확인하는 최적의 모의고사
김신욱·손흥민 공격카드와 무실점 세트피스로 본선 해법 찾기에 한 걸음 더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스위스, 러시아와 잇달아 평가전을 치르면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이에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력을 점검할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제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에서 조직력을 단단히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스위스는 월드컵 예선 성적이 말해주듯 수비가 탄탄하고 역습이 굉장히 좋다. 우리 수비가 역습 대처 능력을 얼마나 보여줄지 흥미롭다. 공격적으로도 득점 기회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지금 뭔가 새로운 것을 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기에 해왔던 것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홍 감독의 말대로 스위스는 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 10경기에서 6실점에 그치는 짠물 수비와 조직력을 자랑한다. 이는 홍 감독이 고집하고 있는 자신의 철학과 통한다. 결국 이번 경기로 한국 축구의 장단점을 점검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홍 감독은 완성도 높은 경기를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공격은 골보다 과정을, 수비는 무실점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홍명보호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공격은 찬스를 만드는 과정이 좋아지길 기대한다. 말리전보다 한층 더 나아진 과정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최근 우리가 세트피스에서 실점을 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스위스는 세트피스가 좋다. 실점하지 않는 것을 기대한다”고 선수들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홍 감독은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부상으로 빠지게 되자 이청용(볼튼)을 주장으로 선임했다. 월드컵 본선 이전까지는 여러 선수가 주장 역할을 경험하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된다는 것.
홍 감독은 “팀에 한 명의 리더보다 많은 리더가 있는 팀이 낫다. 물론 월드컵 본선에서는 한 명이 주장으로서 정확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때 주장 경험이 있는 여러 선수가 옆에서 도와준다면 팀에는 긍정적일 것이다. 주장의 책임감이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선수들 모두가 이를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청용은 “주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충분히 알고 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나도 한 명의 선수이기 때문에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뿐”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이 밖에 홍 감독은 정성룡을 직접 거론하며 진화에 나셨다. 그는 “정성룡은 우리 팀의 중요한 선수다. 가장 경험이 많고 수비진에 안정감을 줄 선수”라며 “밖에서 어떤 말을 하건 간에 정성룡은 꾸준히 자기 일을 잘 하고 있다.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더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했다.
김신욱 원톱 카드
키만 큰 공격수에서 진화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 이후 발탁하지 않았던 김신욱(울산현대)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 배경에는 국내 스트라이커들과 지동원(선덜랜드)이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한 점이 제일 큰 이유다. 또 구차철의 제로톱 전술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이근호(상주상무)와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의 조합만이 소기의 성과를 이룬 것에 만족해야 했다.
여기에 홍 감독으로부터 “김신욱이 들어오면 플레이가 단조로워진다”는 혹평를 받았던 김신욱이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를 달리며 완성형 스트라이커를 향해 진화하면서 홍 감독이 그를 외면할 수 없었다.
김신욱도 앞서 홍 감독의 평가를 의식한 듯 K리그에서 공중볼 장악력을 높였고 유연성과 균형 잡힌 신체 밸런스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또 왕성한 활동량으로 부족한 스피드를 채웠고 높은 골 결정력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강팀에 약하다는 이미지를 지우고 K리그 대세남에 등극했다. 그는 3개월 전의 ‘키만 큰 공격수’가 아니었다.
김신욱은 파주NFC에 입소하면서 “그간 발로 컨트롤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월드컵 예선전이나 단기전 때 급한 마음으로 공중볼로 공격을 전개했다. 그러나 그동안 대표팀에 녹아들 수 있는 플레이를 많이 연구했다”고 각오를 밝혔다.
홍 감독은 김신욱에 대해 “지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2~3개월 만에 많은 발전을 이룰지는 모르지만 팀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로팀과 대표팀은 차이가 있지만 본인 의지가 강해 보였다. 기존 선수들과 호흡 등 전체적인 부분을 판단해 발탁했다. 내년 월드컵을 대비한 옵션”이라고 재발탁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써 홍 감독은 원톱으로 김신욱을, 양쪽 측면은 좌 흥민-우 청용이 맞고 구자철이 빠진 자리는 김보경이 대신하는 공격진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대가 유럽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스위스와 러시아인 점을 감안할 때 김신욱이 이들을 상대로 원톱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면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공포증
홍명보호 발목 잡나
유럽 공포증을 극복하는 것도 이번 A매치의 또 다른 임무다. 한국은 2011년 6월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승리한 이후 2년 넘게 유럽팀에 고전하고 있다. 폴란드와는 무승부를 기록했고 스페인, 크로아티아에는 연패를 당하면서 유럽 공포증이 현실이 됐다. 물론 홍명보호가 출범한 이후 유럽팀과 한 번밖에 만나지 않았고 스페인과 크로아티아가 유럽에서도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팀이라는 점에서는 속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스위스, 러시아전에서 승리 하지 못하면 유럽 공포증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근호는 “어차피 유럽팀은 만나게 돼 있다.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못 이겼다면 이번에 이기면 된다”고 각오를 전했다.
홍 감독도 “예전에는 유럽팀에 두려움이 있었고 성적도 안 좋았다”면서도 “지금 우리 선수들은 제가 선수 생활을 하던 때보다 유럽에 두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또 그는 “선수들이 유럽전에 대한 경험이 있다. 유럽은 분명히 세계 축구의 중심을 이끄는 대륙이다. 그곳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선수로서 아주 좋은 일”이라며 유럽파 선수들이 갖춘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홍 감독은 “유럽은 우리가 월드컵에서 만나야 하는 팀이다. 유럽 선수들의 경험을 철저히 이용하고 분석해야 한다”며 “유럽에서도 여러 다른 형태의 축구를 하는 팀들이 있다. 어떤 팀이 걸릴지 모른다. 조 추첨 결과를 본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상 변수 극복
본선경쟁력 척도
이와 더불어 본선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상 변수 극복도 홍명보호의 또 다른 과제다. 그간 축구대표팀은 월드컵을 비롯한 메이저대회를 앞두고 부상 변수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정작 대회 본선에는 100%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곤 했다. 앞서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도 예상치 못한 부상 변수로 홍 감독은 애초에 구상했던 최상의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결국 B플랜으로 수정해야 했다.
결국 부상 같은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운영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유럽팀 2연전에도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선수가 속출했다. 구자철은 지난달 말리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오른쪽 발목을 다친 이후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김창수(가시와)도 소속팀 훈련에서 골절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아 홍명호호 승선이 불발됐고 윤석영(돈캐스터)과 한국영(쇼난 벨마레)은 소집 직전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남태희(레퀴야)를 비롯해 고명진(서울FC), 신광훈(포항스틸러스) 등이 부상 선수들을 대신해 처음으로 홍명보호에 승선했다.
또 구차절의 공백을 김보경이 차지했고 윤석영을 대신해 박주호(마인츠)가 기회를 잡았다.
준비가 철저한 것으로 알려진 홍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어떤 선수들이 부상할지 모른다. 이런 일들에 대비해 선수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제 홍명보호는 유럽팀과의 A매치를 통해 퍼즐을 단단히 끼워 맞출 생각이다. 특히 김신욱 카드와 대표팀 소집 직전 열린 함부르크전에서 한국인 빅리거 최초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 등을 통해 공격의 무게감을 높일 계획이다.
여기에 세트피스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비공개 훈련을 실시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이 제시한 ‘한국형 축구'의 기본 조건인 견고한 수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더욱이 이번 평가전에서 대표팀 주전 수비 자원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지면서 홍 감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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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