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집-농심, 국물 맛 다툼 2라운드
곰탕집-농심, 국물 맛 다툼 2라운드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3-11-18 10:03
  • 승인 2013.11.18 10:03
  • 호수 1020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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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선 뒤집는다” vs “1심 판결로 끝났다”

이장우 장도리곰탕 대표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본지는 [지령 1017호-국물소송 이기고도 표정관리 들어간 ‘농심’] 제하의 기사에서 장도리곰탕 주인 이장우씨와 농심의 소송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이장우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했다고 알려와 그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하려 한다. 이씨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1심에서 정황이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판결에는 반영되지 않은 점들이 있어 항소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이면의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반면 농심 측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확인된 바 없으며 입장 변화가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2라운드에 돌입한 국물 맛 전쟁의 쟁점을 들여다봤다.

수프 개발에 미친 기여도 밝혀내는 게 관건
양측 엇갈린 주장 여전…법의 심판으로 결론

지난 12일 [일요서울]과 만난 이씨는 “1심에선 농심 측이 제출한 자료를 세심하게 분석하지 못해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못한 점이 많았다”며 항소 이유의 운을 뗐다. 이어 “1심을 기준으로 해서 보강하는 것도 있겠지만 새로운 사실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며 항소심을 제기한 근거들을 나열했다.

이씨는 항소심을 제기한 핵심 이유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 농심이 주장하는 첫 만남의 시점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과 둘째, 신라면블랙이 농심의 기존 상품인 사리곰탕면을 강화한 제품이라는 주장에  반론의 여지가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일반 곰탕집과 장도리곰탕의 차이가 없다고 한 것과 달리 장도리곰탕의 맛을 높이 평가한 농심 내부 문서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어 “1심에서 주장했던 내용이 광범위한 부분이 커 결과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바는 장도리곰탕의 핵심기술이 신라면블랙 제조 과정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농심은 2008년 음식문화포럼에 참석한 이씨가 농심에 먼저 사업제안을 요청했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이씨는 “농심으로부터 연락이 먼저 왔다”고 주장한다. 이씨가 참석한 음식문화포럼도 신춘호 회장 지인의 소개로 가게 된 것인데 그 자리에서 무작정 사업제안서를 제시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회장이 젊은 사람들에게 일을 맡겼으니 알아서 잘 할 것이라는 말을 전달했다”면서 “현재 신 회장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증거 자료를 확보해 항소심 재판정에서 이를 공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씨는 “농심이 요청한 곰탕 1.5t의 양을 20㎏ 용기에 담아서 보내 달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통이 원액을 분말수프로 만드는 기계에 딱 맞는 용기였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판결문에 따르면 농심은 1988년부터 외국산 표준화 장비로 제조했고, 장도리곰탕과의 제조공정이 다르다고 돼 있지만 장도리곰탕과의 접촉 이후인 2010년 가마솥 방식을 응용한 고온쿠커와 저온농축기를 수입했다는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장도리곰탕은 옛날 가마솥 방식으로 곰탕을 제조한다. 이씨는 “농심이 장도리곰탕의 제조 방법이 일반 가정에서 하는 방법과 같다고 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특허증을 내보였다. 그는 “옛날 가마솥 방식을 단계별 시스템으로 작업환경을 변화시켜 옛날 맛, 즉 어머니 손맛을 그대로 유지한 방식의 특허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농심이 가격이 비싸고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씨가 주장하는 단가는 농심이 말한 가격과 차이를 보였다. 농심은 한 매체를 통해 ㎏당 단가가 장도리 곰탕 국물은 4만2000원, 한우 뼈는 1만2000원, 호주산 사골농축액 수입품은 8500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이씨는 “곰탕(한우)의 생산 원재료 비용은 ㎏당 약 2000원 선이다”고 말했다. 이어 “1.5t가량의 샘플뿐만 아니라 농심으로부터 장도리곰탕에 대한 질문지를 받아 상세하게 답변한 내용에도 이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 “질문 내용으로는 곰탕 자체의 시장성과 한우로 타산이 맞는지, 공장시설 현황, 부채상황까지 포함된 상세한 답변을 요구하는 것들이었고 추가 질문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또 농심 내부문서인 ‘곰탕류 품질평가 결과 보고서’를 보여주며 “장도리곰탕이 다른 곰탕에 비해 농후미와 콜라겐 함량이 월등히 높다고 적혀 있다”면서 “품질평가가 끝난 뒤 장도리곰탕의 맛이 뛰어나다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도리곰탕이 일반 곰탕집과 큰 차이가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씨는 “사업 제휴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면서 곰탕 맛이 우수하기 때문에 ‘농심 곰탕’이라는 새로운 사업 추진까지 제안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프 개발이 아닌 이씨가 농심으로 들어와 곰탕 그 자체로의 사업 진행과 기술 공급에 대한 대가로 5억여 원을 제시받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2008년 9월 당시의 손욱 농심 회장이 연구 개발 관계자들과 함께 장도리곰탕을 방문해 식사를 하고, ‘맛이 감탄스럽다’는 내용의 자필 편지 작성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며 “계약서보다도 더 신뢰가 가는 방문과 편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들은 “농심이라는 큰 대기업과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의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언제, 어느 때, 어떻게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해야 하는지를 몰랐고, 그러다 보니 현재의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또 “1심에서 정황이 인정된 부분을 항소심에서는 사실로 밝혀내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면서 “수프에 장도리곰탕 부분을 참고했다는 명시가 돼 있다든지 기여도에 따른 정상적인 지불 등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이씨의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잇기 위해 연희동에 있는 가게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씨의 아들은 호주 시드니에서 장도리곰탕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씨는 “아들이 호주에서 운영하며 얻은 수익과 지인의 도움을 받아 겨우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으로 인해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을 내비쳤다.

아직 항소장 확인 못해

이장우 장도리 곰탕 대표가 공개한 항소장과 농심 내부문건

한편 농심 측은 [일요서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1심 판결문 내용이 할 수 있는 말의 전부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항소장을 확인하지 못해 내용 확인이 어렵다”며 “모른다”, “아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말할 것이 없다” 등 단답을 반복했다.

이어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제기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농심 측이 이씨의 심정을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또한 농심 측은 “1심 판결에서 드러난 내용 외에 더는 할 말이 없다”며 “고명 하나만으로도 다양해지는 맛을 유사하다는 이유로 제조방법이 같지 않음이 법적으로 증명 됐다”고만 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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