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김승유·이팔성 금감원 조사
어윤대·김승유·이팔성 금감원 조사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11-18 09:57
  • 승인 2013.11.18 09:57
  • 호수 1020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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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그룹 조사 목표는 MB (?)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금융당국의 사정 칼날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향해 있어 또 다른 후폭풍을 예고한다. 금융감독원의 고강도 비리 조사가 사실상 이명박 전 대통령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있다는 의혹이 짙어진 것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국민·하나·우리·신한은행 등 4대 대형 금융그룹에 대한 특별·종합검사를 동시에 벌이고 있다. 아울러 건전한 금융 질서 확립을 위해 문제가 발견되면 전·현직 경영진을 엄단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검사의 주된 내용들을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도쿄지점 부당 대출과 하나은행의 미술품 구매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 등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그룹 회장으로 재임하던 때의 일이다.

재임 시기 모두 전 정권 때로 일치…의혹 짙어져
비자금 조성부터 미술품 사재기까지 전방위 압박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4대 금융그룹의 핵심 은행이 동시에 검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이들의 전임 회장이 MB 정권 하에서 4대 천왕으로 불렸던 만큼 비리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은 강만수 전 산업금융 회장과 더불어 금융권 4대 천왕으로 군림했고,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도 여지없는 MB맨이다. 동양사태 이후 금융사의 건전성과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과 맞물려서도 4대 금융그룹의 비리 및 문제점에 날카로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먼저 국민은행의 경우 도쿄지점이 부당대출로 조성한 뭉칫돈 중 20억 원가량을 국내로 들여와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2008년부터 1700억 원이 넘는 돈을 부당 대출해 온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여기에 대출 한도를 맞추려고 도쿄지점 직원들은 유령회사까지 설립해 현지 기업 여러 곳에 부당 대출을 해온 점도 문제가 됐다. 또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고, 금감원은 비자금 조성 시기를 어 전 회장 재직 시절로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하나은행도 수천 점의 미술품을 사재기한 점이 금융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된 상태다. 금감원의 하나은행 종합 검사는 3년 만인데, 말로는 종합검사라고 하지만 당국은 이전부터 김승유 하나금융 전 회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받은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된다. 김 전 회장이 재직 시절 과도한 미술품 구매와 위로금 사용 출처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최근 하나은행 종합검사에 돌입해 김승유 전 회장 관련 의혹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감원은 4000여 점에 달하는 미술품을 구입한 이유가 석연찮다는 점과 김 전 회장이 퇴직 후에도 연간 5억 원가량의 보수를 받고 있는 점, 퇴직 시 받았던 위로금 35억 원의 일부가 하나고등학교로 흘러들어간 점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우리은행은 ‘파이시티 사업’ 신탁상품의 불완전판매 의혹 때문에 특별검사를 받았다. 우리은행-파이시티 특정금전신탁상품 피해자모임과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가 금감원에 요청한 우리은행의 특정금전신탁상품 불완전판매 실태 조사에 응한 것이었다.

파이시티는 서울 양재동에 대규모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사업이었는데, 금융권에서 1조 원이 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은 뒤 이를 상환하지 못했고 2011년 1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2007년 하나UBS운용은 파이시티에 투자하는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산투자신탁 제3호’를 만들어 우리은행 등을 통해 팔았다. 하지만 해당 사업이 부실화하면서 투자자에게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실을 입혔다는 의혹이 일었다.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으로 파이시티에 투자한 개인은 1400여 명, 투자액은 19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개인 투자자들과 참여연대는 우리은행이 이 상품을 팔면서 원금 손실 위험성과 만기 연장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팔성 우리금융 전 회장이 재직하던 2010년 무렵부터 불완전판매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정치인 계좌 불법 조회로 금감원의 특별 검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정치인 계좌를 불법 조회한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신한은행 특별검사에 들어간 상태다. 특별검사는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신한은행에서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야당 중진의원들을 포함한 정관계 주요 인사들의 고객정보를 불법 조회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불법조회가 이뤄진 시기가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갈등이 고조됐던 때라서 당시 라 전 회장을 비판하던 인물 중심으로 정보를 무단 조회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겉만 보면 금융법 질서를 확립하고 금융그룹사의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돼 있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당국이 MB맨과 MB의 사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혹이 터무니없어 보이지만은 않다.  

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로, MB 정부 초기 국가브랜드위원장을 지내는 등 MB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또 어 전 회장은 현 정부 출범 후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7월까지 임기를 채운 뒤 물러났다.

김 전 회장도 6년 4개월간 하나금융의 회장직을 맡다가 이명박 정부가 말기에 들어선 2012년 3월 물러났다. 그는 이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2008년과 2011년 연거푸 연임에 성공하며 라 전 신한금융 회장에 이은 장수 회장으로 불린다. 또한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로 금융권 대표 MB 인맥이다.

이 전 회장은 한일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지만 역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로 영입됐으며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금융 회장이 됐다. 당시 대선에선 대선 캠프 내 경제특보를 지내기도 했다.

이처럼 사정권에 들어있는 회장들의 면면이 모두 이 전 대통령과 연이 깊어 향후를 주목시키고 있다. 그 때문에 금융권 4대 천왕 또는 MB맨으로 불리던 어윤대·김승유·이팔성·라응찬 전 회장들의 비리를 교두보로 정부가 이 전 대통령에게 사정의 칼끝을 겨냥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금감원과 금융권 모두 이를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시기가 우연히 겹쳤을 뿐 동시에 검사를 하겠다는 의도는 없다”고 선을 긋는 상태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 역시 “조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답변을 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지나친 억측이나 확대 해석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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