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수도권 김원태 기자] 우리나라 노인들이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고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최하위다.
경기개발연구원 김희연 사회경제센터장은 13일 '한국 노인의 4중고, 원인과 대책' 보고서에서 병고(病苦),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로 대변되는 한국 노인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100세 시대에 걸맞은 노인 복지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난으로 고통 받는 노인은 45.1%로 OECD 국가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인빈곤율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수급 비율은 6.3%(2012년 기준)에 불과하다.
노인빈곤의 요인은 주소득원인 국민연금 수급률이 31.2%이고 수령액도 22만9000원에 불과한 데에서 기인한다. 특히 국민연금 수령액은 공무원연금 수령액(243만 원)의 1/11에 불과해 최저생활 보장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지만 이 둘을 합친 금액은 31만5696원으로 2012년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의 57.1%에 불과하다.
노후대책이 부족하다 보니 근로를 통해 생활비를 버는 노인이 2011년 현재 29.5%로 청년(25.6%)보다 경제활동을 더 많이 하는 유일한 나라다.
또 한국 노인의 21.8%는 노인성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치매는 5년 전에 비해 212.7%나 증가했다. 반면, 이를 지원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는 전체 노인의 5.6%밖에 받지 못해 질병 증가로 인한 노인 부담 비용은 2012년 16.4조 원으로 10년 전보다 4.5배 증가했다. 의료비에 대한 국가의 지원비율은 64.5%에 불과해 노인 개인의 가계파탄도 증가 추세다.
2010년 현재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독거노인 가구이며, 관계 단절로 인한 고독사 노인은 2015년 7,861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독사를 넘어 모든 인간관계가 끊긴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무연사(無緣死)는 2012년 810명으로 최근 3년간 25.2% 증가했다.
은퇴와 동시에 사회적 역할이 축소되면서 노인에 대한 존경심도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세계가치관조사에 따르면 ‘요즘 노인들이 크게 존경받지 못한다’는 항목에 81.1%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해 조사 대상 13개 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노인은 사회적 짐’이라는 질문에 50대 이상의 15.8%가 ‘그렇다’고 응답해 노인의 낮은 자존감을 엿볼 수 있다.
노인에 대한 존경과 위상이 약화되면서 학대를 경험한 노인도 13.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대 발생은 주로 가정 내(85%)에서, 정서적 학대(38.3%)를 아들(41.2%)로부터 주1회 이상(37.4%) 5년 정도(37.5%)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연 사회경제센터장은 “100세 수명이 보편화된 만큼 정년 및 은퇴시기를 탄력적으로 선택하여 제2의 커리어로 이행하게 하고, 이에 맞춰 노인 연령도 순차적으로 늘려 70세로 조정해야 한다”면서, 기초노령연금을 두 배로 올리면 빈곤율을 10% 낮출 수 있는 등 노인의 기본 생활 보장을 위한 획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노인의 여가활동을 촉진하는 ‘시니어 디스카운트’ 제도, 중기적으로는 노인문제를 총괄하는 가칭 ‘노인복지청’ 신설, 장기적으로는 전통적인 가족관계를 회복.유지하며, 노인에 대한 존경심을 높이는 ‘효’ 문화의 전통을 되살리는 것이 노인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kwt4050@ilyoseoul.co.kr
수도권 김원태 기자 kwt405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