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상도 사람들 vs 이중희 ‘파워게임’ 현재진행형
이중희 업무스타일 불만 고조 ‘비토론’ 확산
최근 야권에서는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정조준하고 있다. ‘채동욱 사찰’에 관련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해임되면서 이 비서관에게 채 총장의 사찰자료 파일을 넘겨줬고, 8월 한 달간 집중적으로 사찰이 이뤄졌다”며 “이 비서관이 서울중앙지검 김광수 공안2부장과 단둘이 연락하면서 (사찰 관련) 내용을 유지했다. 심지어 ‘채동욱은 곧 날아간다’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7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일선 검사들을 상대로 ‘대포폰’을 이용해 수사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부장과 이 비서관의 전화가 문제되니 최근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대포폰을 만들어 검사들에게 전화를 하고, 밑의 행정관이 검사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며 “분명히 청와대 민정이 검사에게 이런저런 전화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히자, 박 의원은 “전화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발언은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등을 수사 중인 검찰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정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지난달 1일 “제보에 의하면 (한 검사가) 지난 9월 15일 오후 10시 20분에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라며 “6분 뒤 청와대 파견 검찰 출신 이모 행정관이 당사자에게 전화해 ‘가만 안두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민정팀 기강 흩뜨린 장본인?
이처럼 야권의 집중공격을 받고 있는 이 비서관은 사실 곽 전 수석이 교체됐을 당시 ‘교체설’이 나돌았다. 현직에서 물러난 다른 법조인을 천거한 여권 인사와 그를 천거한 곽 전 수석이 힘겨루기를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곽 전 수석이 물러남에 따라 그도 함께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 비서관을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논리를 주장하고 있어 ‘이중희 교체설’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홍 수석이 대표 변호사로 있었던 대형 로펌 광장에서 같이 일한 자천타천으로 서창희 변호사가 후임으로 거론된 바 있다.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 비서관이 최근 또다시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비서관의 애매한 업무지시에 대한 불만이 청와대 행정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MB정부 출신 인사인 A씨의 경질 과정에서 초기와는 다른 입장의 업무지시로 혼선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정수석실 위신과 기강이 흐트러진 사건이었다는 게 청와대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 이 비서관은 A 사장의 ‘직권남용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강조하면서 A 사장을 경질하는 방향으로 조사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민정수석실 담당 조사관들은 A 사장을 면담하고 조사하면서 사의를 확인하고 이를 이 비서관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받은 이 비서관은 “조사에 억압적인 내용이나 문제가 없었느냐”며 “팩트로만 접근하여 일을 처리할 것”을 지시했고, 관계자들은 “이미 사퇴를 종용했고, 본인도 수용했는데 이제 와서 팩트를 근거로 A 사장에게 다시 무엇을 얘기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트렸다는 후문이다. 즉, ‘이중희-행정관 갈등설’이 제기된 셈.
이로 인해 A 사장은 청와대의 사퇴 종용이 수그러들자 “B 이사장이 바뀔 때 사표를 쓰고 나가겠다”고 청와대에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을 통해 알아보니 A 사장이 나간 후 좋지 않은 말들을 흘리고 다닐 것을 이 비서관이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공기업 기관장들은 사퇴를 하는 순간부터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면 안 되는데…”라며 이 비서관에 대한 불만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이 비서관의 ‘보신주의’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이 소식을 접한 홍 수석이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홍 수석에게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이 비서관을 놓고 홍 수석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혀, 사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측 부인하지만 일각에선…
이에 대해 A 사장 측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A 사장 측 한 관계자는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고, 민정수석실 한 관계자도 “홍 수석과 조응천 비서관, 이 비서관의 관계가 좋을 뿐 아니라 홍 수석이 민정수석실을 잘 컨트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정수석실을 흔들기 위한 세력들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일부에선 ‘곽상도 사람들-이중희’간의 파워게임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곽 전 수석과 이 비서관이 크게 보면 같은 라인이지만 민정수석실 세팅 과정에서 곽 전 수석과 이 비서관의 파워게임이 있었다”며 “곽 전 수석은 민정수석실을 장악하기 위해 자기 사람들을 심으려 했고, 이 비서관도 자신의 인사들을 대거 심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곽 전 수석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어 ‘이중희 사퇴설’을 흘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