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미쳤다…괴로운 렌트푸어
부동산이 미쳤다…괴로운 렌트푸어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11-11 10:47
  • 승인 2013.11.11 10:47
  • 호수 1019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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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반전세로 둔갑 주인 원하는 대로 해줘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현재 주택거래시장의 통계를 살펴보면 거래 물량 10건 중 7건은 전·월세 같은 임대 계약이다. 그런데 일선 부동산 업자들을 만나 전세에 대해 물으면 “웬만해선 전세 못 구해요. 전세 대란의 끝이 없어요. 부동산이 그냥 미쳤어요”라는 대답만 되돌아올 뿐이다. 더구나 요즘은 집주인들이 전세보단 반전세로 눈을 돌리면서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세입자들의 고통은 더욱 배가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결국 주택 거래 시장은 극단적인 임대 중심 시장으로 치닫고 있는 반면 세입자들이 전세 대란을 빠져나갈 구멍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렌트푸어, [일요서울]은 그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전세 대란 곧 안정? 정부정책만으로는 한계점 도달 
세입자 보호 미흡…돈이 없어 눈물만 흘리는 서민들

부동산 시장의 불황은 매매가치의 하락, 미래가치의 불안전성 등을 불러왔고 이는 수요자들로 하여금 임대 선호 현상을 일으키는 연쇄반응으로 나타났다. 매수를 생각하던 수요자들 역시 임대 거래로 눈을 돌렸고 전세 대란의 악순환은 끊어질 기미조차 없어졌다.

더욱이 정부에서 8·28 전·월세대책을 내 시장 안정화를 도모했음에도 임대시장에서의 영향은 거의 없어 상황은 더욱 심각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부동산 시장 거래 정상화를 위해 생애최초대출이나 취득세 감면 등의 정책이 나오긴 했지만 정작 시장을 지배해 나가고 있는 임대수요를 위한 정책은 없다는 게 원인이었다.

그 때문에 이미 바닥을 친 매수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고, 전세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가운데 반전세·월세 전환은 높아져 렌트푸어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공개하는 아파트 및 연립·다세대 실거래 데이터를 살펴봐도 전세 선호 현상은 매수 수요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를 주고 전세를 가는 것조차 천정부지로 뛴 전세금을 맞춘다는 것은 어지간한 발품으로 어림도 없었다.

실거래 데이터 중 2010년을 기점으로 지난 7월까지 95만3367건의 거래를 살펴보면 27만여 건(28.9%)이 매매거래, 68만여 건(71.1%)이 전·월세 등의 임대거래로 드러났다. 연도별로 비교해봤을 때 임대거래는 2010년 63.3%에서 2013년 73.6%로 1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2010년 전체 12%에 불과했던 월세 거래 비중이 2013년에는 20%까지 증가한 모습을 보였고, 전세거래(51%→54%)도 소폭 증가했다.

서울시 중구의 D공인중개업자는 이에 대해 “요즘 전세 매물은 좋지 않은 조건이더라도 물건이 나오는 것에 감지덕지하며 계약해야 할 판이다”라면서 “반전세라고 나오는 물건들이 대부분인데 사실상 월세랑 다를 바 없다. 정부 정책도 말이 전·월세대책이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실용성 있는 대안은 현재로선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갈 곳 없어 울며 겨자 먹는 사람들

[일요서울]과 만난 한 주부의 사연은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 주고 있었다. 전·월세난이 심화되면서 집 없는 세입자들의 설움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이모(43·여)씨는 현재 전세로 임대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계약서상으로는 3억1000만 원의 전세계약이지만 매월 20만 원씩 월세를 지불하고 있다. 반전세(보증부 월세)였던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월세를 지불하지 않아도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할 수 있기에 뜻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다.

이씨는 “요즘 전세 구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웬만하면 주인이 하자는 대로 해야한다”며 “주변을 둘러봐도 전세가 반전세로 둔갑하는 이면계약은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해당 집주인 역시 “요즘 같은 때엔 전세를 두는 것이 바보 같은 짓이다. 물론 세입자를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나도 내 생계가 있기에 반전세 형태로 할 수밖에 없다”고 씁쓸해 하긴 마찬가지였다.

또 통계상으로는 전셋값 상승폭이 줄어들고 월세전환율 역시 7~8% 수준으로 나타나지만 이면계약이나 구두계약으로 전세계약 후 월세를 추가로 받거나 과거 고금리 시대에 관행처럼 굳어져 버린 연 12%(보증금 1000만 원당 연 120만 원, 월 10만 원)가 적용되는 곳도 많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일선 부동산 업자들도 “최근 들어선 재계약 시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경우보다 반전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시세가 비교적 공개된 아파트보다 원룸·투룸 등의 주택에 주로 살고 있는 저소득층의 월세부담은 월세전환율 12% (1000만 원당 연 120만 원) 정도가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전세 대란이 불러온 서민들의 고통은 너무나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한편 치솟는 전셋값에 대한 국민적 불만과 정치권의 지적 속에서도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이 “정부 정책만으로 전셋값을 잡기 어렵다”고 말해 이목이 집중된다.

서 장관이 지난 2일 대한건설협회가 주최한 ‘2013 건설산업 CEO 제주 연찬회’에서 “전셋값이 62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이 잘 시행되더라도 (전셋값이) 둔화될 수는 있지만 마이너스로 가긴 버거워 보인다”고 말한 것이다.

즉, 전세는 없어지고 월세만 늘어가므로 전세시장 종말이라는 구조적 변화까지 화두가 되는 시점에서 매매가 활성화 되지 않는 한 전세난 해결도, 시장 정상화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현재 국회에 계류된 채 진전되지 않는 매매활성화 법안이 하루 빨리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정부를 향해 임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의 시급함과 세입자 지원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는 임대료 규제와 계약, 갱신권 부여 등의 세입자 보호 조치를 당장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등장한 렌트푸어. 현재 이들에게 남은 선택은 집을 살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전세 대란을 버티고 기다릴 것인가 두 가지뿐이다. 전세의 종말이 먼저 다가올 지, 임대 세입자들의 새로운 희망이 먼저 열릴지에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진 서민들의 모든 관심이 쏠려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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