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제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한 통신사가 이색적인 보도를 했다. 아시아의 한 의학연구팀이 아시아 국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명 중의 한명이 아내나 여자 친구에게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한 적이 있다’는 대답을 했다는 것.
물론 이를 전체적인 ‘아시아 민족’에게 일방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성적 판타지 중의 하나를 보여주는 의미있는 설문조사라고 할 수 있다.
강제적 성관계의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는 강간은 명백히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고 엄중한 처벌을 받지만, 문제는 그 대상이 ‘아내’나 ‘여자친구’일 때에는 조금 상황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부부간의 강간’도 법적인 처벌을 받은 전례가 있지만 이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강제적’ 성관계와 ‘합의에 의한’ 성관계의 기준이 모호한 것은 사실. 하지만 이러한 줄타기 속에서 남성들은 강제적 성관계에 대한 나름의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 그 속내는 과연 어떤 것일까.
겉으로 볼 때는 아주 일반적인 직장인에 불과한 김모씨(41). 그는 아내와의 관계도 원만하고 기타 성매매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유부남으로서 아주 성실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들에게 잘 말하지 못하는 하나의 판타지가 있다. 바로 어떤 여성과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갖고 싶다는 남모를 희망이다. 물론 그는 실제 강간을 저지르지 않았고 이제껏 그 어떤 일로도 경찰서에 가본 적도 없다.
그렇다면 그는 왜 그런 판타지를 가지게 되었을까.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평범해 보이는 남편, 하지만…
“사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 궁금해진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 무슨 가정폭력을 당한 것도 아니고, 불만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일반인들이 잘 갖지 않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가에 대해 나 스스로 자문자답을 해본 적이 있었다. 아마도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솔직히 사회생활이라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든지 스트레스가 아닌가.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것을 마땅히 풀 수 있는 방법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저 술한잔 먹고 뒷담화를 하거나 ‘세상이 다 그렇지 뭐’라고 풀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어떤 성관계에 있어서 그런 판타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한다. 내 마음대로 나의 쾌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 폭력을 써서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강제적인 성관계에 대한 희망으로 자리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의아한 것은 그러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충족되지 못하는데, 그것이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씨는 그걸 아내와의 잠자리에서 상상으로 해결한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 누군가와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했다면 내 현실 생활이 또 불편해질 것이다. 그래서 그냥 아내와 성관계를 하면서 상상으로만 욕구를 풀 뿐이다. 그리고 약간 섹스가 과격해진다고나 할까. 물론 아내는 그런 걸 무척 좋아한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둘다 만족하면 되는 일 아닌가. 그렇게라고 풀 수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 아닐까.”
문제는 이러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김씨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한 김씨의 경우에는 현실에서 물리적인 폭력을 쓰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은 이를 현실에서 만족시키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아내와 여자친구에게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경우가 제일 많다. 또다른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보통 아내와의 성관계에서 내가 억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을 아내는 가끔씩 싫어할 때도 있다. ‘혼자서 불붙고 혼자서 끝나냐’고 타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성욕이 갑자기 타올라서가 아니다. 강제적으로 아내와의 성관계를 할 때에는 성적 쾌락 이외에 또 다른 심리적 쾌락을 느낄 수 있다. 내 여자니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그런 느낌이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근데 아내 말고는 이런 걸 시도해볼 수 있는 여자가 없지 않은가. 심지어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는 창녀에게도 강제로는 할 수 없다. 물론 어느 정도는 통할 수 있겠지만 심하게 했다가는 조폭이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내와의 강제적인 성관계에서 어느 정도 쾌락과 만족감을 얻는 것은 사실이다.”
여성은 굴욕감과 수치심 느껴
하지만 막상 당하는 입장에서는 심히 불쾌한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남자 친구가 자신에게 가끔씩 강제적인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 때문에 고민 중인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마음으로는 싫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평일에는 시간이 없어서 남자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주말에만 만난다.
“물론 다 큰 성인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섹스를 하는 것을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여자들도 가끔씩은 섹스를 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내 남자친구는 내가 하기 싫다고 해도 억지로 섹스를 하려고 한다. 가끔씩 그럴 때는 남친이 짐승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내가 몸만 대주는 창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때로는 강간처럼 여겨지기도 해서 불쾌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사랑하는 남친이니 나도 응하는 수밖에 없다. 결혼까지 생각하는 입장에서 그것 때문에 싸우고 헤어질 것도 아니지 않은가. 결혼해서도 나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섹스 스타일을 지속할까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나중에 결혼해서는 잘 설득을 해보려고 한다.”
사실 여성들에게 이러한 강제적 섹스를 심리적 고통을 안겨주고 섹스에 대한 거리감을 두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워야할 섹스를 하면서 굴욕감과 수치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남성의 폭력적 섹스는 일종의 ‘권력욕’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현실 사회에서 늘 약자의 위치에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이것이 비뚤어지게 표현되어 강제적 성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성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 그것이 안 될 때에는 취미생활을 가지고 거기에 만족을 하다보면 어느 정도 폭력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서준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