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공기업 방만 경영의 실태를 말하다 ④ - 한국농어촌공사
[연속기획] 공기업 방만 경영의 실태를 말하다 ④ - 한국농어촌공사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11-11 10:44
  • 승인 2013.11.11 10:44
  • 호수 1019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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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어촌·농촌 지원 산더미로 불어난 문제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공기업(公企業).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소유권을 갖거나 통제권을 행사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첫 번째 의무로서 공익성을 요구받고, 두 번째로 관료주의와 비능률을 회피해야 한다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막상 공기업들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공공의 목적을 잊은 채 방만경영 일로를 걷는 모습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공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공기업을 찾는 것이 오히려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와 같은 현실에 [일요서울]은 각 공기업이 어떻게 공익을 해치고 있는지 그 천태만상을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그 네 번째 대상은 농어촌을 외면한 채 사익에 눈이 멀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이상무)다.

재정건전성 악화에도 복지 혜택은 포기 못해
방만 경영부터 도덕적 해이까지 총체적 난국

농어촌공사 직원이 3년여에 걸쳐 억대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사건은 ‘복지포인트 횡령’이라는 새로운 수법이 동원됐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다. 김우남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이 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공사의 복지업무 담당 직원이 복지포인트 등을 횡령하다 적발돼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해당 직원은 임의로 자신에게 포인트를 추가 부여한 것도 부족해, 퇴직자 아이디에 포인트를 지급하고 자신이 쓰는 수법 등으로 무려 2700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사용했다”며 “농어촌공사는 이 직원이 3년이 넘게 횡령을 지속했지만 적발하지 못했을 정도로 포인트 관리가 허술했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실제 직원복지를 담당하는 부서인 인사복지처 4급 직원인 해당 직원은 2009년 3월 11일부터 2012년 9월 13일까지 사택숙소 임차금 3건 6억9000만 원, 복지포인트 118건 2700여만 원 등 총 7억1845만5760원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농어촌공사 내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깊숙하게 숨어 있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은 또 있었다.

배기운 민주당 의원이 4대강을 준설토로 덮은 농경지가 황폐화됐다는 보고서와 관련해 “4대강 준설토를 농촌에 부어 생긴 부작용이 농사를 지을 수 없을 만큼 문제가 되면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봐 은폐한 것이 아닌가”라고 은폐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결국 농어촌공사의 도덕성 문제에 대한 의혹과 비판은 개인적 사익 편취를 위한 부분부터 국가적 사업에 대한 일까지 전체적으로 번지고 있을 뿐, 해결의 실마리는 찾기 힘들어 보였다. 

아울러 농어촌공사는 공기업을 평가하는 또 다른 잣대인 사업성에 관련한 문제들 역시 드러내고 있어 방만 경영이라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우선 농어촌공사의 올해 주요 공사 업무 6가지 모두가 농촌, 농업에 집중돼 있다는 있는 점이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2년간 공사 사장의 지시사항 81건 중 독립적으로 어촌이나 어업을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하태경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올해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한 국감에서 “농어촌공사의 어촌, 어업 정책은 모두 말로만 떠드는 사탕발림이고, 농어촌공사의 어촌은 농촌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다. 농어촌공사의 어촌 외면을 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가뜩이나 일본 방사능 오염 여파로 국내 수산물 업계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태인데 농어촌공사가 어촌 및 어가 소득을 위한 적극적 지원 대책을 전혀 수립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리고 실질적인 사업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4대강 준설토를 농경지에 덧씌운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의 공사발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131개 지구 중 79개 지구가 당초 공사비보다 사업비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김영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 지구 131곳의 낙찰율은 당초 86.5%였으나 정부가 사업비 변경을 통해 당초 사업비의 99.9%까지 인상시켜 총 717억 원의 혈세를 낭비시켰다.

그 외에도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방침에 따라 진행 중이던 증평 에듀팜 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 이전이 당초 2012년 준공 예정이었으나 현재 착공도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농어촌공사의 낚시터 임대, 골프장 용수 판매 등 농업기반시설의 목적 외 사용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해외 식량기지 확보 차원에서 정부 돈을 싼 이자로 빌려주는 제도가 있는데 이렇게 대출된 수십억 원이 부실 대출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아울러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농지연금 제도가 주택 연금에 비해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수령 기준도 낮아 개선의 여지가 많다”, “재정자립을 위해 각종 개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재정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으며, 그럼에도 임직원에 대해서는 과도한 복지혜택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등의 지적 사항들은 향후 농어촌공사의 개선 여부에 귀추를 주목시키고 있다.

다만 농어촌공사 측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인정하고 개선해 나가겠지만 부풀려진 의혹들도 많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우선 공기업의 태생적 한계라는 점을 봐줬으면 한다. 공기업은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보단 국가 정책과 맞물려서 가기 때문에 부채가 늘어난다거나 하는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한다”면서 “직원들의 과도한 혜택이라는 점도 사실이 아니다. 직원 한 명당 담당하는 업무가 엄청나고 혜택도 일반 기업에 비해선 굉장히 적다”고 해명했다.

리모델링 사업과 부실 대출 의혹에 대해선 “부실 대출이라는 것은 잘못 보도가 되고 있는 것으로 72억 원을 대출해주면서 140억 원이 넘는 담보를 가지고 있으며 부실 담보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리모델링 사업에 관한 것은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책임지겠다는 것 외에 추가 대응은 없다”고 일축했다.

또 국감에서 논란이 됐던 인재개발원 이전과 공금횡령 건에 대한 해명도 내놨다. 그는 “인재개발원이 착공 되지 않은 것은 맞다. 하지만 임시 이전 용지를 갖추고 있어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공금 횡령 부분도 모두 회수했으며, 해임 조치한 지 오래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무 이사장이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지 이제 두 달여. 그는 자신의 농어촌공사 사장으로서 첫 국정감사를 통해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바로잡고, 잘못한 이가 있다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앞으로 농어촌민들의 이목은 계속해 농어촌공사의 행보를 향해 있을 것으로 보인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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