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계 괴담에 웃던 기업들…내부단속 나선 배경은
인사 불이익…내부비리 제보로 이어지는 경우 많아
11월 괴담의 포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연예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김주하 아나운서의 이혼과 폭행 논란이 불거졌지만 공교롭게도 10월이다. 재계도 마찬가지다. 굵직한 사건사고들이 일부 알려지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이전부터 알려진 이야기일 뿐 아직 특별한 건 없다. 이 때문에 작은 소문 하나에도 냉가슴 앓이를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루머로 시작돼 검찰수사로 이어진 전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너 일가와 관련된 루머는 그 근원지조차 파악이 어렵고, 회사 경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유명 해외명품 업체 A사장의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다.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싶을 정도로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명품 업체 사장이 일반 여성 B씨를 성희롱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이 여성은 A사장을 상대로 힘겨루기에 나서고 있으며 A사장이 원만한 해결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뛰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 업체 주변에선 “명품 가방으로 여성을 현혹시켰다”, “A사장의 여성편력은 과거부터 익히 알려져 있었다”는 추측성 소문만이 난무하고 있다.
모 대기업 C회장의 혼외자식설도 퍼지고 있다. 이미 아이의 교육비와 양육비를 건넸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퍼지고 있다.
C회장의 경우 과거에도 미성년자와의 스캔들이 퍼진바 있고, 항상 ‘아랫도리 문제’가 알려진 바 있어 이번 소문도 진실처럼 포장되고 있다. 내용도 고급 요정에서 만난 여성과 하룻밤 사랑을 나눴고,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이젠 제법 C회장을 알아볼 정도로 컸다고 한다.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화끈한 동영상에 재계 유력인사가 포함됐다는 괴담도 들린다.
건설업자 D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이 압수한 물품에서 재계 유명 인사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여성이 알 수 없는 약물에 노출된 듯 흐느적거리고 있었고 그 앞에 서 있던 남자는 아랫도리를 내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약과 섹스가 함께 등장해 한동안 증권가 정보지에 “~카더라”로 자주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 2일 막을 내린 국정감사에서도 공공기관의 성추행 의혹이 많이 지적됨에 따라 이 같은 괴담을 더욱 믿게 만든다. 식품연구원장의 일본 연구원 성추행 의혹이 폭로되는가 하면 산업부 산하기관 직원의 성추행·성희롱·성매매가 비슷한 기간 5명이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강원랜드는 자체 조사 결과 지난해 19건보다 2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와중에 재계는 아니지만 여군 대위 성추행 피해 자살 소식이 알려지면서 괴담을 더욱 오싹하게 만들었다.
지명수배 받은 황태자 인사 불만 제보자 주의보
또 다른 소문은 ‘마약 수사설’이다. 올해 유독 재벌家의 마약 소식이 알려진 터라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미 검찰이 모 그룹 회장의 차남이 마약을 복용한 정황을 잡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청 마약단속 관계자는 “기존에 알려진 한화와 현대가 외에도 또 다른 황태자의 마약 연루설이 주목되고 있다”며 “정확한 증거가 확보되는 대로 검거에 나설 것이다”라고 귀띔한다.
검찰은 지난 5월 마약 혐의로 구속한 현대가 3세 정모씨를 수사하면서 재계 황태자들의 마약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에서 재벌 황태자의 마약리스트를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인사태풍도 빼놓을 수 없는 재계 11월 괴담의 하나로 꼽힌다. 정기 인사야 예측이 가능하지만 갑작스러운 인사, 일명 ‘럭비공 인사’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만이 즐겨하던 이 방식이 이제는 삼성, CJ 등에서도 불거지면서 혹시 모를 인사바람에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게다가 인사에 불만을 품은 직원이 내부고발자가 되어 회사에 비수를 꽂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기업의 내부단속이 한창이라는 말도 들린다.
한편 비자금 수사 소식은 이젠 재계 괴담을 뛰어 넘는 수준이라고 말하는 인사가 많다. 워낙 많은 기업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총수 및 관련임원들이 조사를 받았고, 여전히 비자금 조성 의혹에 전방위적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KT다. KT는 이석채 회장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소문이 많았다. 민영기업이지만 정권이 변하면 수장도 교체되는 악운(?)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회장이 MB맨으로 분류된 만큼 현 정부에서 힘을 받지 못할 것이란 추측이 난무했다.
실제로도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함께하지 못하면서 이 같은 추측이 현실화됐다. 급기야 지난 2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본인이 “KT는 1급수이고 투명하다”는 소신을 밝혔지만 정권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게 중론이다.
효성도 마찬가지다. MB의 사돈기업으로 유명세를 떨친 후 현 정부 들어선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검찰수사 소식이 이어지고 있고 조석래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만 부풀어가고 있다. 아들 삼형제의 경영권 싸움 논란도 가세하면서 효성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의구심마저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도 비자금을 11월 괴담에 포함시키기보다는 연례행사로 꼽는 분위기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