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금 모집 자유롭지 않아 병원 경영 고충
해당 직원들 전문성 강화·기부법 개발 필요
최근 몇 년 동안 국회에서 국립대학병원의 기부금 모집 활성화를 위한 법안이 꾸준히 발의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5월 ‘대학병원의 기부문화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정부 및 병원의 지원만으로는 국립대병원으로서의 연구기능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병원들은 진료수익이 악화돼 병원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부가 병원 수익 창출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의 경우 병원기부는 흔한 일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미약하다.
외국선 연간 4000억 이상
국내는 법률적 제약이 발목
미국의 존스홉킨스대학병원, 메이요클리닉의 경우 연간 기부액이 4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 대학병원의 실상은 연간 기부금 100억 원 모금도 쉽지 않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의 최근 5년간 병원기부금을 살펴보면 환자지원기금 171억9000만 원, 미지정기금 160억2000만 원, 공공의료사업기금 70억4000만 원, 각종 건립기금 48억6000만 원, 연구기금 39억9000만 원이다. 기부문화가 과거에 비해 활성화돼 있다고 하지만 외국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국립대병원의 경우 법률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립대병원들은 적극적인 모금활동이 가능하지만 국립대병원은 기부금 모금이 제한적이다.
현재 국립대학병원의 모금활동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에 따라 제재받고 있다. 이 법률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기부금품의 모금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예외 규정을 둔 경우에만 자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부행위 모집에 엄격한 제한을 두다 보니 기부금 모금 홍보활동도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공익적 용도로 사용되는 기부금의 모금은 허용하되 예외적인 경우에만 금지하는 방안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내용으로 민주당 김춘진 의원 등이 ‘서울대병원 설치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안전행정부다. 안전행정부 담당자는 “개별적 법률에서 국립대병원이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돼 버리면 관련 법체계가 무너진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립대학병원 관계자들은 “‘기부금품법’ 자체를 기금 조성의 원칙적 금지 및 예외적 허용에서 원칙적 허용 및 예외적 금지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정 요건을 갖추면 기부금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문제는 기부가 리베이트로 전용될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전국 6개 대학병원이 기부금 형식의 불법리베이트를 받은 것처럼 향후에도 이런 일들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공립병원들이 민간기업들에게 기부금을 강요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부방식 다변화
기부자 예우 강화해야
법률적인 제약이 해소된다면 국공립대학병원은 기부금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법인운영을 통해 기부금 명세와 용처를 확실히 밝혀야 리베이트 등의 의혹을 떨쳐낼 수 있다.
법적인 문제와 투명성이 중요하지만 이를 해결한다고 해서 기부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기부금 모금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조직과 인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후원조직은 내부인 중심이었고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많았다. 이들로서는 기부금 모금에 한계가 있다.
기부방식의 다변화와 기부자 예우도 강화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진행했던 동문의 숲, 사랑의 숲, 감사의 숲 등은 더욱 진보된 기부 모금방법이지만 장기적인 기부를 위해서는 기업과 사회적인 기부문화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코즈마케팅이다. 코즈마케팅은 기업이 소비자를 통해 경제적 가치와 공익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시행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미국에서는 세인트주드 소아연구병원이 게임사와 제휴해 달력을 만들어 판매한 뒤 수익의 일부를 불치병 아이들의 치료비로 쓴 사례가 있다. 또 신발브랜드 탐스슈즈의 경우 신발이 한 켤레 팔릴 때마다 빈민국 아이들에게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하는 방식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패션과 화장품업계에서 이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005년부터 매년 핑크리본 스페셜 에디션 제품을 한정 출시해 판매액의 3%를 유방암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