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에 잠식당한 사람들-연극 ‘영원한 침대’
불편에 잠식당한 사람들-연극 ‘영원한 침대’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3-11-11 10:30
  • 승인 2013.11.11 10:30
  • 호수 1019
  • 6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들은 진정 ‘잠’에 빠져들고 싶었을까?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배우들과 함께 완성한 텍스트와 복잡한 플롯들을 매회 즉흥적으로 재편집해서 공연하는 방식을 통해 그 ‘순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과 감정을 포착해 내는 것으로 유명한 LIG문화재단의 레지던스 연출가 김철승의 신작 <영원한 침대>가 11월 14일부터 23일까지 LIG아트홀ㆍ강남 무대에 오른다. 일상에서 쉽게 겪게 되는 ‘불면’을 소재로 ‘영원성’을 얘기하는 이번 작품은 불면의 해답인 ‘잠’에 들 수 있는 마지막 순간, 갑자기 선택을 망설이게 되는 네 명의 배우들의 감정변화와 몸부림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연극 <영원한 침대>는 매회 다른 오브제(베개, 의자, 코트)들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시각적 자극과 피아노와 기타의 라이브 연주가 함께한다. <영원한 침대>는 지난 7월, 대안예술공간 이포에서의 1차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리허설 스튜디오(2차)를 거쳐 마침내 극장 공간으로 들어오는 시리즈 공연 방식을 거쳐 완성된 가장 ‘김철승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극장스러운’ 작품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잠’으로 상징화된 ‘영원’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면 과연 당신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영원한 침대에 닿은 그 순간, 관객은 이 질문과 만나게 될 것이다.

LIG문화재단 레지던스 연출가 김철승은 지난해 <거짓말>, <너의 외로움은 늘 작다>를 시작으로 5월 <엄마가 사라졌다>를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연출가 김철승은 레지던스 아티스트로서 지금껏 선보인 4편의 작품에서 ‘장소 특정적(site-specific)’인 기존 작들과는 다른 정형화된 극장 내에서의 작업 방식을 실험하고 사운드 아트, 설치미술, 영상 등 다른 매체와의 접촉을 통해 표현 방식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등, 고유의 연극 어법과 연출 방식을 찾는데 주력했다.

신작 <영원한 침대>는 이러한 일련의 실험 과정을 통해 나온 결정체와 같은 작품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그의 작품 중 가장 ‘극장스러운’ 작품이다. 또한 피아노와 기타 라이브 연주가 가세해 김철승 연출의 작업과 가장 잘 맞는 매체에 대한 새로운 제시이기도 하다.

김철승은 연극 <영원한 침대>에 대한 연출의 변을 통해 “극연구소 마찰은 몸부림을 치는 집단이다. 기억의 몸부림, 역사의 몸부림, 사랑의 몸부림, 거짓에의 몸부림, 너의 침입에 대한 몸부림, 외로움의 몸부림, 사라짐의 몸부림. 그것은 ‘지금'의 몸부림이며 ‘여기'의 몸부림이다. 그 몸부림이 이야기가 되고, 이미지가 되고, 코드가 되고, 경험이 된다. 극연구소 마찰의 ‘영원한 침대' 또한 몸부림이다. 베개를 베고 잠에 든다. 그 길 밖에 없다. 베개를 벴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뒤척거린다. 기다린다. 서서 기다리다가 의자에 앉아서 기다린다. 너를 본 것 같다. 너를 보면 다 될 것 같다. 그래서 간다. 네가 아니다. 다시 앉는다. 나는 나다. 그래야 네가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내 불면의 기억들을 안고 있다. 나는 나인 줄 알았다. 그런데 네가 내 말을 하고, 내 기억을 갖고, 내 목소리를 낸다. 이럴 때에 나는 몸부림이다. 영원할 것 같은 침대. 그걸 찾아가는 길목에서의 몸부림”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의 티켓 가격은 3만 원이며, 예매는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에서 가능하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