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숙명여대 200원 싸움 풀스토리
신세계푸드-숙명여대 200원 싸움 풀스토리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3-11-11 10:25
  • 승인 2013.11.11 10:25
  • 호수 1019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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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선착순 제공, 왜 하필 여대에…

▲ 숙명여대 총학생회가 불매운동의 일안으로 진행하고 있는 반값 밥 차.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신세계푸드(대표 김성환)와 숙명여자대학교(이하 숙명여대)가 교내식당 밥값을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신세계푸드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 통보 관행에 반발해 ‘반값 밥 차’를 운영하며 교내식당 불매운동에 나섰다. 더욱이 신세계푸드 측이 학생들을 달래고자 바나나를 선착순으로 제공하겠다고 한 발언이 일각에서는 여대에 바나나를 제공한다는 것이 성적인 희롱을 담은 처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점입가경에 이르렀다. 현재 신세계푸드는 논란이 불거지자 숙명여대 총학생회 측의 주장과 바나나 사건 모두를 반박하며 전면대응에 나섰다. 신세계푸드와 숙명여대와의 싸움이 쉽사리 잦아들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의 진실과 내막을 파헤쳐 봤다.

후식으로 합의됐나 했더니 역풍맞고 ‘헉!’
약속 지키려 노력했지만…총학생회 무반응

VS

업체의 말뿐인 행태 못 참아…방지대책 필요
성희롱 논란 사이버수사대 의뢰로 강경대응

[일요서울]이 지난 6일 방문한 숙명여대의 ‘반값 밥 차’ 시행 장소에는 쉬는 시간을 이용해 점심을 먹으려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이를 이용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쌀쌀한 날씨가 조금은 춥기도 하지만 부담되지 않은 가격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총학생회가 자체적으로 밥 차를 운영할 만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신세계푸드와 숙명여대는 지난 8월 말 2학기 개강을 앞두고 교내 식당 밥값 인상 논쟁에서 갈등이 시작됐다. 2300원~3100원이었던 가격이 일괄적으로 200원씩 인상되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산 것.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일방적인 인상 통보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철회를 요구했지만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총학생회는 ‘반값 밥 차’를 운영하며 1500원의 가격으로 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지난 6일에는 제4차 반값 밥 차 운영을 진행했다.

신세계푸드는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학내 게시판에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중간고사 기간에 바나나 500개를 선착순으로 제공하겠다”는 발언 때문에 더욱 큰 논란만 양산한 꼴이 됐다.

이후 바나나 개수를 1100개로 늘리고 요구르트까지 추가한 안을 다시 제시했지만 “여기가 숙명유치원이냐”는 비난만 샀다.

바나나사건으로 양측의 갈등이 일파만파 퍼져 나가자 일각에서는 “바나나로 일을 무마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바나나에 다른 의미가 포함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숙명여대 학생들은 성적 모욕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이야기들의 표적이 됐다.

결과론적 논란 답답 중간 입장 곤란해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세계푸드 측은 “알려진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2011년도 총학생회와 2년 후 인상을 이미 합의했다는 것. 이들은 합의된 사안을 지난 3월에 실행했으나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철회했다. 그 과정에서 철회 조건으로 2학기 인상을 이미 논의했고 가격 인상의 불가피함도 설명했다고 주장한다. 재료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물가 상승이 가격 인상의 이유다.

또 개강을 앞두고 학생들과 만나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를 거부한 것은 총학생회라고 지목했다.

신세계푸드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밥값 인상에 따른 협의를 진행하자고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묵묵부답뿐이었다”며 “수차례 문자를 보내고 이메일로 자료를 보낸 끝에 연락이 닿은 적도 있었지만 계속 감감무소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측과 학생회가 모두 모인 신메뉴 품평회 진행 초청장도 보냈지만 이때에도 학생회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푸드 측은 ‘바나나’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무반응이었던 총학생회의 반발에 지난 9월 학교 측과 교내 학생대표자들이 모여 진행한 회의에서 나온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양측 모두 가격 인상의 당위성을 인정했지만 총학생회에서 “이 회의가 진행되기 전까지 일방적인 통보로 발생한 추가 이익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배상을 해 달라”고 먼저 요청했다는 것. 이에 신세계푸드는 배상의 범주를 구체화시켜 달라고 말했고, “후식류 제공은 어떤가”라는 말에 바나나와 요구르트, 캔커피, 컵샐러드 등이 포함된 내용의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또 신세계푸드는 식사가격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이는 학교와 학생 측이 조율해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이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으니 신세계푸드를 걸고넘어지는 것 같은데 학교와 학생 중간에 끼여있는 상태에서 논란만 커져가니 답답하다”며 “약속을 지키려 노력한 과정은 전혀 언급되지도 않고, 일일이 학생들을 상대로 싸움을 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숙명여대가 교내 학생회 선거기간이라고 들었는데 총학생회가 앞장서서 불매운동을 벌이고 하는 것들이 내부적으로 여론화할 거리가 필요해서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일방통행 모자라 학생 상대 언론플레이

▲반값 밥 차를 이용해 점심을 먹고 있는 숙명여대 학생들.

반면 박명은(24)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신세계푸드가 학생들의 분열을 유도하며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가격 인상 철회도 독단적인 진행을 하다 당시의 총학생회가 ‘반값 밥 차’로 거세게 항의하자 철회했던 것이고, 지난 3월도 마찬가지였다”면서 “2011년 가격 인상 철회 당시 이후의 인상 과정에서는 학생들을 참여시켜 의견을 들으며 진행하겠다고 약속하고 사과를 했지만 이를 모두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명은 총학생회장은 “인상안 철회도 철회지만 업체의 일방통행하는 관행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인 방지책 마련이 반값 밥 차 운영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며 “현재까지 수많은 논란이 양산됐지만 단 한 번도 진정어린 사과와 앞으로의 소통 방법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으면서 미흡한 바나나 보상으로 갈등을 끝내자는 식의 태도에 학생들의 분노감이 높아진 것이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 측에서 연락과 협의 요청을 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방학기간 중 연락이 왔을 때 바로 확인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이를 확인한 뒤 곧바로 다시 연락을 했다”면서 “이때 다시 연락을 받지 않은 것은 신세계푸드”라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먼저 바나나를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말에 어폐가 있음을 지적했다. 박명은 총학생회장은 “일방적인 통보로 추가 수익을 거뒀던 금액만큼을 전체 학생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물질적 혹은 금전적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당시 식당을 이용했던 학생들을 일일이 찾아 보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보상의 예로 교내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시험기간 중 간식행사를 진행할 시 지원을 해주는 등을 들었던 것을 마치 우리가 먼저 바나나를 요구한 것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의 하루 평균 교내식당 이용자는 2200여 명으로 신세계푸드가 처음 제시한 선착순 바나나 500개 지급은 식당 이용 학생들의 보상이나 간식 행사 진행에 터무니없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추가 매출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일주일간 약 1만여 명의 학생이 200만 원의 추가 매출을 발생시킨 셈이다. 현재 숙명여대 교내식당 추가 매출은 지난 9월을 기준으로 지난 8일까지1700여만 원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와 학생대표자, 신세계푸드가 모여 진행한 회의를 이끌어 내기까지의 과정도 쉽지 않았음을 설명했다. 일방적인 가격 인상 통보 후 회의를 요청했지만 “이미 학교 측과 얘기가 끝났으니 더는 총학생회와 할 말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는 것.

또 선거와 밥 차 운영의 관계설에 대해서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현재 학생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면서 “이번 논쟁이 이슈화되고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지만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재출마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선거라든지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이야기는 터무니없는 얘기다”고 말했다.

또 “밥 차 행사는 백퍼센트 모두 학생들의 요청을 받고 진행하는 순수한 학생운동이다”고 말했다. 총학생회가 운영하는 반값 밥 차는 두 시간여 만에 음식이 동날 만큼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한 회 운영으로 계획했던 것과 달리 학생들의 요청으로 4차까지 진행한 상태다. 또한 판매대금도 장학기금으로 학교에 돌려줄 예정이다.

사진=숙명여대 커뮤니티 캡쳐

왜곡된 내막 해명은 한마음

이처럼 양 측의 주장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한 가지 입을 모은 것도 있다. 바로 바나나와 관련된 성희롱에 관한 논란이다.

신세계푸드는 “언급하기조차 힘들고 당황스러운 부분”이라며 “그런 논란이 일어난 것 자체가 당황스럽다”며 유감을 드러냈다.

박명은 총학생회장 역시 “숙명여대 안에서 그런 희롱의 발언으로 느껴진다는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다”며 “모 포털사이트의 댓글에서 숙명여대를 향해 성적 비하를 했다는 것처럼 얘기가 되기 시작했고 그것이 와전됐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댓글의 내용에는 ‘여대생들이 바나나 얼마나 좋아하는데. 먹는 거 말고도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먹는 것 갖고 장난치면 못쓴다’, ‘바나나가 싫다면 가지는 괜찮나’ 등의 성폭력 수준의 댓글이 다수였다.

현재 숙명여대는 성적 모욕감을 느끼게 한 악성 댓글에 적극적인 대처를 할 계획이다. 지난 4일 총학생회는 “숙명여대 학생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행태를 지켜보지 않겠다”면서 “악성 댓글을 올린 사람의 아이디와 게시된 글, 해당 URL을 제보하면 사이버 수사대에 정식으로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신세계푸드와 숙명여대는 지난주 학교 측의 중재로 학교와 학생, 신세계푸드가 모여 다시 한 번 향후 방향을 논의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결국 진행되지 않았다. 신세계푸드는 “학생들이 추가로 요청해 오는 것도, 연락도 없다”고 말했으며 숙명여대 총학생회 역시 “신세계푸드의 적극적인 연락 등 향후 논의 방향을 제안하는 것이 없고, 학교 측의 중재로 합의점을 찾아보자는 말을 들은 것 외에 구체적인 진행 사항은 없다”고 답변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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