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종합검사, 할수록 의문?…김승유 부메랑 된 미술품 4000점
하나은행 종합검사, 할수록 의문?…김승유 부메랑 된 미술품 4000점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11-11 09:59
  • 승인 2013.11.11 09:59
  • 호수 1019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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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구입한 하나은행 미술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나은행 종합검사가 진행되면서 존재가 확인된 이 미술품은 총 4000여 점으로 그중 절반인 2000여 점은 창고에서 잠자고 있다. 하나은행 측은 해당 미술품이 은행 합병 과정에서 생긴 것이며 영업점에 순환 전시하는 용도로 보관돼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김 전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로비용으로 미술품을 대량 구입했을 개연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술품 다량 보유는 비자금ㆍ로비 의혹과 직결?
보수 5억에 개인 집무실…수렴청정설의 진실은

통상적으로 기업 수장이 예술작품을 다량 보유하면 비자금 조성 또는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받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김 전 회장 역시 알려진 미술애호가임에도 논란이 불거지자 찬사보다는 의심이 꽂혔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보유한 미술품의 규모와 구입 경로에서 여러 가지 의문을 사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김 전 회장 재직 시절부터 사들인 미술품은 현재 4000여 점에 달한다. 전국 하나은행 영업점은 650여 곳으로 보통 2~3점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어 많아도 2000점을 넘지 않는다. 결국 4000여 점 중 절반은 창고에 비치돼 있다는 이야기다.

알려진 예술애호가라도
압도적으로 많은 규모

이번 하나은행 종합검사를 통해 드러난 미술품의 규모 역시 이와 일치했다. 금감원에서는 하나은행 종합검사에 앞서 사전검사를 진행하던 중 이와 같은 제보를 받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하나은행이 구입한 미술품 중 일부는 당행 퇴직 임직원이 운영하는 미술 도매상 2~3곳에서 집중적으로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감원에서는 비자금이나 로비 의혹은 물론이고 미술품의 적정가나 수수료 면에서도 잘못된 점이 있는지를 살필 계획이다.

김 전 회장 측과 하나은행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에 충청은행과 보람은행 등을 통합하며 생긴 미술품을 순환 전시하며 보관하고 있을 뿐”이라며 “미술품 중에는 너무 저가라 처분이 어려운 것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미술품이 수천 점에 이르는 점과 그중 절반이 창고에 있다는 점에서 의문을 사고 있다”면서 “특히 하나은행과 관계된 미술 도매상을 통해 거래된 작품은 철저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김승유 전 회장의 비리 의혹과 관련된 정보에서 그림의 존재가 나온 만큼 미술품 구입이 비자금 조성이나 정ㆍ관계 로비와 연결돼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면서 “은행의 공공적인 특성상 미술품 구매 자체가 투기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지도 따져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퇴직 후에도 코칭?
은행장과 동일한 급여

한편 김 전 회장의 하나금융 수렴청정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 전 회장이 퇴임 직후부터 현직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코칭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돼 왔다. 그것도 현직 회장 집무실 바로 위층에 있는 사무실이 바로 김 전 회장의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있을 정도다. 현직 회장의 집무실은 하나은행 본점 별관인 하나HSBC 빌딩 에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퇴직 당시 위로금 명목으로 35억 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퇴직 이후에도 업무추진비 등을 포함해 꾸준히 5억 원 상당의 보수를 받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현직 하나은행장의 성과급 제외 연봉이 5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액수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은 고액의 보수 외에도 개인 사무실, 비서, 운전기사, 차량 등을 제공받는다는 것이 외환은행 노조의 주장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의 합의 위반으로 발생한 지난 1년 반 동안의 갈등과 혼란은 김 전 회장의 부당한 경영간섭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김 전 회장의 수렴청정 논란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며 떳떳한 용퇴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의혹이 사실 여부보다는 정부의 금융권 손보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KB금융 이후 손볼 전직 회장으로 김승유 전 회장을 지목한 것”이라며 “4대 금융이 모두 이와 같은 일을 겪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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