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방·립카페·귀청소방서 관음·포옹방까지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변종 성매매업소 확산
2010년 여성가족부가 서울대 여성연구소에 의뢰해 펴낸 ‘2010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매매 산업 규모는 6조6267억 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키스방, 대딸방 같은 변종 성매매 업소의 거래 비중은 2550억 원으로 3.9%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가 2010년 기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성매매 산업 규모는 최소 8조 원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성매매는 종류와 방법을 다양화하며 더욱 몸집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유사성행위업소는 대딸방, 키스방, 입싸방, 립카페, 인형방, 귀청소방 등 종류가 다양하다. 요즘에는 관음방, 포옹방 등도 인기다.
각 업소의 성격은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다. 대딸방은 여성이 손으로 사정을 도와주는 것이며, 입싸방과 립카페는 업소 여성이 입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음방은 유리창문 안에서 여성이 옷을 벗고 섹시 포즈를 취하는 것을 바라만 보는 것이며, 포옹방은 포옹할 수 있는 업소다.
이 같은 업소들은 이름만 다를 뿐 사실 제공되는 서비스는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체 부분이 입이냐 손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추가로 돈을 내면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름만 다를 뿐 서비스는 비슷
서울시 중구에 사는 회사원 A씨(30)는 유사성행위 업소의 ‘단골’이다. A씨는 “어느 곳은 손으로, 어느 곳은 키스가, 어느 곳은 포옹을 할 수 있는 것은 마치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놓고 먹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직접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생이나 성병 걱정도 없고 죄책감도 없다. 또한 안마방이나 룸살롱보다 적은 돈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단골 B씨(34)는 “처음에 갔던 키스방에서는 정말 키스만 하고 나왔다. 돈도 아깝고 왜 사람들이 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돈을 더 주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며 “추가로 3만~5만 원만 더 내면 손과 입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립카페나 대딸방 등 이름과 상관없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삽입을 제외하고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OOO 업소도 생겨났다. OOO 업소는 지칭하는 명칭도 없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업소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한 방법도 다양화됐다. 업소들은 이제 OO대딸방, OO립카페 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OO공인중개사와 같은 가짜 간판을 내걸거나 ABCD와 같은 이름 간판만 걸어놔 겉으로는 유사성행위업소라는 것을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자주 길을 지나는 사람도 그 골목에 유사성행위업소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업소 홍보는 인터넷과 전단으로 이뤄진다. 업주들은 해외 서버를 이용해 대형 커뮤니티에서 업소를 홍보하고 전화번호를 남긴다. 그러나 여기서는 절대 업소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다.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을 하면 업주들은 “어디서 보았느냐. 몇 번이나 가봤느냐” 등의 면접 질문을 한 뒤 통과된 사람들에게만 업소 위치를 밝힌다. 경찰의 함정수사를 피하기 위한 이들의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립카페를 찾았던 김모(28)씨는 “경찰 단속을 피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면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며 “오히려 007을 찍는 것 같이 스릴 있었다”고 말했다.
언론 기사 홍보 이용 “방송 나온 집”
더는 업주들이 언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언론에 나온 집이라며 전단에 광고를 하기도 한다. 최모씨(44)는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차에 키스방 전단이 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언론에서 취재해 갔다며 홍보를 하더라. 색달랐다”고 말했다.
이렇듯 업주들이 단속망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면서 경찰이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해외 서버로 홍보하는 업소를 찾아야 하고, 면접도 통과해야 한다. 어렵게 업소를 찾아도 업주들은 CCTV로 주변을 감시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문을 열어주지 않고 증거인멸 및 손님 도주를 시킨다. 현장을 잡지도 못하고 업소 측에서 발뺌을 하면 아무리 경찰이라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업소 측에서 영업방해나 재물손괴 등으로 경찰을 부르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잘못하면 경찰이 업소 측에 돈을 물어줘야 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섣불리 단속을 시도하기도 힘들다. 날이 갈수록 유사성행위업소는 증가하고 있으나 반대로 단속은 어려워지고 있으니 난감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별법 시행에도 성매매사범 안 줄어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 8월까지 입건된 성매매사범은 16만13889명이다. 특별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성매매사범이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특별법 시행 후 청량리588, 미아리텍사스촌 같은 대규모 집창촌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줄어든 만큼 인근 장안동 안마방이 늘어났다. 청량리588에서 쫓겨난 성매매 종사자들이 장안동 안마방으로 흘러들어온 것이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후 대딸방 같은 변종 유사성행위 업소가 증가했다는 것은 꾸준히 지적된 사실이다.
2007년 여성가족부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은 27만 명이다. 현재 상황을 추정하면 성매매 여성은 최소 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나 2010년 6월 기준 전국 15곳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는 여성은 2000명에 불과하다. 29만 명의 여성들이 변종 성매매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최소 절반 이상이 유사성행위업소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을 피해 성매매 여성들이 집창촌에서 유사성행위업소로 종목을 변경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후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인식은 많이 확산됐지만 오히려 유사성행위업소는 더욱 다양하고 발전된 형태로 성행하고 있다”며 “취지는 좋았으나 결과적으로 본다면 성매매특별법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