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열정의 리더십 5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열정의 리더십 5
  • 김의식
  • 입력 2013-11-11 09:58
  • 승인 2013.11.11 09:58
  • 호수 1019
  • 2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화로 승리하는 법을 배워라

5. 설득의 리더십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본부 8000개를 포함한 전 세계 6만3000개 유엔 관련 일자리 중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다. 그러면서 이들이 하는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녔다. 5개의 상임이사국은 반 총장의 직속상관인 셈이며 여기에다 193개국 회원국을 신경 써야 한다. 실수가 생기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이기도 하다.

그가 처리하는 글로벌 이슈들 중에는 각국이 처한 상황이 달라 사사건건 이해가 상반돼 골머리가 아픈 일들이 많다. 취임 후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하는 반 총장의 리더십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비난을 가하는 서방언론들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의 연임안에 대해서는 반 총장이 1차 재임기간 보여준 헌신과 업적에 대한 찬사로 가득 찼다. 연임안이 상정된 지 불과 3초 만에 192개 회원국의 박수 속에 확정되었을 정도다. 이는 그의 국제 사회를 이해하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친절과 배려 정신, 회원국 상호 간에 쌓인 신뢰와 정직, 여기에다 설득력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의 총체적 열정의 리더십 결과라고 풀이된다.

반 총장은 의견이 상반된다 하더라도 일단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들어 주고 반대편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이후 자신의 소신을 차근차근 이야기함으로써 마침내 관철하고야 마는 뚝심 있고 설득력 있는 리더로서 정평이 나 있다.

반 총장이 어린 시절 부모님을 설득시킨 일화는 이미 잘 알려진 바 있다. 남들이 한다고 모두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보람 있는 일을 찾는 과정이었다.

그의 초등학교 시절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면 대부분 원하던 사범 중학교에 입학해 교사가 될 수도 있었다. 반 총장의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어서 처음에는 사범중학교에 진학하기를 희망했다. 그렇지만 반 총장은 부모님을 설득시켜 더 큰 자신만의 꿈을 향해 일반 중학교에 진학했다. 이것이 그의 꿈을 이룬 외교관이 되게 된 첫 관문이 된 것이다.

설득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설득은 상대편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여러 가지로 깨우쳐 말함이다. 설득하는 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른 사람이 행동하게 하는 힘을 지닌 커뮤니케이션이다.

또 설득은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것인 동시에 그 동기를 유발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낸다. 반 총장의 설득의 리더십을 통해 다른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이게 한 데는 단순한 설득력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스킬 이외에 친절, 배려, 열정이 담긴 그만의 설득의 리더십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첫째, 평소 주위 사람들 그리고 작은 인연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그가 유엔의 수장이 되는 데에 많은 영향을 끼친 미국 전 국무장관인 콘돌리자 라이스와의 인연은 특별했다. 반 총장이 한승수 유엔총회 의장 보좌관 시절 라이스가 미국 국무장관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한국의 PSI 참여 확대 등 대북 압박 방안 논의에 최선을 다하는 반 총장에게 감동을 받은 라이스는 이후 부시 대통령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선해 주었다.

둘째,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에 경청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겸손이 내포돼 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낮춰 아랫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상대방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인다.

때문에 반 총장은 조직에 있어 상사들도 늘 함께 일해 보고 싶은 사람, 같이 있으면 어쩐지 기분 좋은 사람, 부하들이나 동료들도 같이 일해 보고 싶은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직원들에게 “나를 따르라”고 하지 않고 목표를 공유하며 목표달성을 위해 적극적이고 헌신적으로 솔선수범함으로서 주위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

셋째, 성실과 노력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시킨다. 반 총장을 보좌했던 유엔 외교관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의 ‘지치지 않는 노력(tireless effort)’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와 함께 일했던 상사들은 “반 총장과 함께 일하면 든든하다”며 더할 수 없는 신뢰를 보냈고, 후배 외교관들은 ‘믿고 따를 만한 선배’라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반 총장은 “나는 탁월한 사람이 아니다. 어떤 자리를 바라고 일하지도 않는다.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또한 2001년 유엔 총회 의장 비서실장시절 성실하고 열정적인 그의 일솜씨를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 특히 투표권을 가진 카타르, 콩고, 탄자니아의 지지를 크게 받았다. 그 때 반 총장은 유엔 무대의 실질적 움직임을 파악하는 기회를 얻게 되고 후일 사무총장이 된 뒤 당시의 경험이 비효율적인 유엔 조직을 개혁하는 밑거름이 됐다.

넷째, 원만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신뢰 구축을 통해 설득한다. 이는 필자가 여러 차례 반 총장의 동창생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사항이다. 반 총장은 어릴 때 파리똥이라고 놀려대는 친구들을 미워하지 않고 먼저 다가가 친구들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다. 또 노트 필기를 철저히 하여 시험이 임박했을 때 준비가 안 된 친구들에게 노트를 빌려줬다. 이처럼 성장과정에서도 주위로부터 항상 따뜻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더불어 반 총장은 매년 정초면 가까운 국내외 지인들에게 많은 연하장을 직접 쓴다. 사무총장이 된 뒤 해외출장이 잦아지면서 편지의 답장이나 연하장등은 대부분 기내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다섯째, 위험을 무릅쓴 현장보살핌이 보다 큰 효과를 낳게 한다. 총장 취임 후 아이티 대지진, 미얀마 사이클론 사태, 칠레 광산 붕괴, 파키스탄 홍수 등 세계 재난 현장에 먼저 도착해 국제사회의 구호를 요청하는 적극적인 현장형 리더십을 보였다.

때로는 재난 현장에 긴급도착을 위해 이코노미석도 마다하지 않고 비행기에 올라 긴급 재난국으로 이동해 40시간 뜬눈으로 일정을 소화하기도 한다. 코리안 스타일로 일하는 반 총장과 대담을 마친 톰 플레이트는 그의 성실성에 대해서 “우리에게는 사무총장이 있다. 그는 유엔 꼭대기에서 일주일에 7일, 하루 24시간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일꾼”이라고 최근에 펴낸 ‘반기문과의 대화’에서도 피력한다 .

또 대중연설 강의로 유명한 작가이자 교수인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는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① 논쟁을 피하고, 공손하고 온화하게 말하라. ②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들추지 말라. ③ 상대방이 생각해 내도록 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 ④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동정하라. 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긍정적인 대답이 나올 수 있도록 화제를 찾아라. ⑥ 마음씨에 호소하고, 훌륭한 연출 솜씨를 발휘하라. ⑦ 경쟁 심리를 자극하라.

설득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항상 상대방에게 내가 얻어야 하는 것에만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득을 잘하는 사람들은 변함없이 나보다 먼저 상대방을 위해 내가 무엇을 줄 것인지를 생각하고, 먼저 관심을 갖는다.

결국 내가 먼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줄 때 상대방도 비로소 내가 원하는 것을 준다. 대화로 승리하는 법,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화로 승리하는 법을 배워라(설득의 리더십)’로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도록 하는 바람이다.

■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김의식 (경영학 박사)

충주고등학교 선배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역할모델로 정진해 경희대학교를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이후 제일은행 지점장, 본부장을 거치는 동안 쉼 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주경야독해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 어릴 때 꿈이었던 교수의 자리에 올랐다.

은행 명예퇴직 후 인하대 겸임교수, 인천대 초빙교수를 지내는 동안 열혈교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저서로는 ‘열정은 배신하지 않는다’와 역할모델인 반기문 총장을 소재로 한 ‘세계를 가슴에 품어라’ 외 다수의 책이 있다. 현재 (사)글로벌 녹색경영연구원 교육원장·교수로 재직 중이며, 최근 들어서는 ‘반기문 글로벌리더십’ 전파에 열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 총장의 가족, 친지, 학교 선ㆍ후배, 초ㆍ중ㆍ고ㆍ대학 동창, 담임선생님, 직장동료 등 광범위한 사람과 접촉했고, 이를 토대로 ‘반기문 총장의 열정의 리더십’을 연재하고자 한다.

김의식 ily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