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공연의 관객은 대부분이 중장년층이었다. 양복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중년 신사, 기모노를 입고 객석에 앉은 중년의 숙녀도 있었다. 옷차림과 나이의 많고 적음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청중 대부분이 '스탠딩 공연'으로 내내 공연에 몰두했다. 

 

조용필은 1982년 '미워 미워 미워'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으로 일본 시장을 두드린 뒤 1984년 '돌아와요 부산항에', 1986년 '추억의 미아'로 일본에서 골든 디스크를 받는 등 사랑받았다. 하지만 1998년 일본 11개 도시 투어 이후 일본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다.

 

15년간 조용필을 기다려온 팬들은 19집 타이틀곡 '헬로'로 무대의 막이 오르자 일제히 환호했다. "쇼케이스를 하는 기분"이라던 조용필은 팬들의 호응에 긴장을 덜어낸 듯 힘 있는 보컬로 관객과 마주했다. 

 

조용필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전하는 진정성은 일본 팬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날 객석에 있던 일본의 인기 가수 타니무라 신지(65)에게 조명을 양보한 뒤 부른 '친구여' 무대가 그랬다. 두 사람은 조용필이 일본에 데뷔한 1982년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일본에서 골든 디스크를 받는 등 크게 사랑받은 '추억의 미아'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이어지자 팬들은 저마다의 감상에 젖기도 했다. 중장년의 손에 들린 야광봉이 부지런히 공연장을 밝혔다. 

 

일본어로 부를지, 한국어로 부를지 고민했다는 19집 수록 발라드곡 '걷고싶다'는 무대 좌우 스크린 영상을 끈 채 피아노와 조용필 특유의 처연한 보컬이 관객을 집중케 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내는 남자를 다룬 뮤직비디오가 배경으로 흘러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 관객들의 몰입을 도왔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나눠 부른 '창밖의 여자', 눈처럼 떨어지는 조명과 함께한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이어 선보인 '모나리자'는 앉은 채로 엉덩이를 들썩거리던 관객들을 기립시킨 곡이었다. "정년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줄 수는 없나"는 조용필의 물음에 대부분의 팬이 기립, 조용필의 사랑을 갈구했다. 

 

한편, 조용필은 1월30일 인천, 12월7일 부산, 12월13일 서울, 12월21일 대구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