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조아라 기자] 여자실업축구 WK리그 구단 감독들이 박은선(27·서울시청)의 성 정체성을 문제삼아 다음 시즌 리그 불참을 위한 단체행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여자프로연맹 관계자는 지난 5일 "서울시청을 제외한 다른 구단 감독들이 모여 박은선이 계속해서 WK리그 경기에 나설 경우 2014년도 시즌에 출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연맹에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연맹에 따르면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문서가 연맹에 팩스로 전달됐다. 박은선이 내년 시즌 경기를 뛰지 못하게 하도록 하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몇 명의 감독이 어떤 내용을 요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WK리그는 7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당초 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WK리그 구단 단장회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회의가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은선은 올시즌 정규리그 동안 서울시청에서 19골을 기록해 득점 1위에 올랐다. 180㎝, 74㎏에 이르는 건장한 신체에서 나오는 특유의 파워 넘치는 플레이 때문에 간간이 성별 논란에 휩싸여 왔다.
박은선은 초·중·고교는 물론 실업에 데뷔한 이후에도 줄곧 여자 무대에서 뛰어 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5년 동아시아대회 등에서도 여자 대표팀 소속으로 뛰었다.
박은선은 성별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의 SNS를 통해 "제 상황은 너무 머리 아프네요. 성별 검사도 한두 번 받은 것도 아니고 월드컵, 올림픽 때도 받아서 경기에 출전하고 다했는데 그때도 정말 어린 나이에 기분이 많이 안 좋고 수치심을 느꼈는데 지금은 말할 수도 없네요." 라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이번 논란에 대해 내년 시즌 대활약으로 정면돌파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냥 아무 생각 안하고 푹 쉬다 내년 시즌 준비하는 데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더 산산조각 내서 내년엔 어떻게 나오나 보려구요. 예전 같았으면 욕하고 '안하면 돼' 이랬겠지만 어떻게 만든 제 자신인데, 얼마나 노력해서 얻은건데. 더 이상 포기 안하렵니다." 라고 밝혔다.
한 연맹 관계자도 "문제를 제기한 감독들은 성적에 목을 멜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연맹은 선수의 인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해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여자축구연맹이 때아닌 '박은선 논란'으로 인해 내년 시즌 운영 방안을 논의하려던 단장 간담회를 연기했다.
연맹 측은 6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한 개인의 인권이 걸려 있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연맹 주관의 공식적인 간담회가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이 기사화 된 부분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특정 선수가 인권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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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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