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지방선거 ‘수도권 필승카드’ 띄운다
당·청 지방선거 ‘수도권 필승카드’ 띄운다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3-11-04 10:55
  • 승인 2013.11.04 10:55
  • 호수 1018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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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서울시장, 김문수 재출마, 유정복 인천시장 턴?

정몽준 부정적 입장 속 출마 준비 움직임 포착…서울시장 추대
김문수 원내 진입 후 재보선-당권 장악 불확실, 도지사 후 대권
유정복 인천 출신으로 제물포고 졸업…포기하거나 인천으로?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주춤하던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10월 재보선에서 서청원 전 대표와 박명재 전 장관이 당선되자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이제 당과 청와대의 관심은 재보선 승리 여세를 몰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지 여부다. 현재까지 여권에서는 ‘지방선거 낙관론’을 얘기하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PK(부산·경남)과 TK(대구·경북)지역의 견고함, 안철수-민주당 경쟁, 박근혜 정부 지지율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승리 공식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7개월 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에선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경기도지사 후보군인 김진표-원혜영 등을 이길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 특히 수도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래서일까. 당·청에선 ‘수도권 필승조’를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세다. 그 내막을 추적해 봤다.

(왼쪽부터) 정몽준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유정복 장관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청와대에선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승리 전략이 마땅치 않다. 정확하게 인물군이 야당에 비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박원순 서울시장 등에 대한 흠집 내기와 안철수-민주당 야권 연대 실패를 통한 3자 구도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다.

지방선거 수도권 패배론 확산
당·청 필승조 구상

최근 들어 당과 청와대에선 “50%가 넘는 대통령 국정지지율과 민주당을 압도하는 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또 외부 효과를 통한 지방선거 승리를 노려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 직전 진행된 정당 지지율 조사 등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15% 앞섰고, 이명박 대통령 집권 중반기라 낙승이 점쳐졌으나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민주당의 승리로 끝이 났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안철수-민주당 야권 연대가 성사될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수도권 패배론’이 제기되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대항마가 없고 원내 진입을 노리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후임자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진행한 수도권 결과는 여권에 충격적이다. 새누리당이 서울·인천지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밀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도권에서 유일한 단체장인 김문수 경기지사도 원내진입을 노리고 있어 출마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나마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장파와 친박 인사들이 남 의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또한 남 의원도 “출마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경기도지사직 사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그대로 적중하게 되면 새누리당은 서울·인천 지역에서는 패배하고, 경기도지사는 박빙 승부가 이어질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3곳 중 2곳에서 패배한다면 여권으로선 참패에 해당하는 결과다.

여권 중진 의원은 “TK 지역은 큰 문제가 없다. 수도권이 쉽지 않은 게 문제”라며 “박원순·송영길 시장 등을 이길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 후보군이 즐비하지만 이길 수 있는 후보가 없다”고 토로했다. 

여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등에게 흠집 내기를 시작한 것도 이런 위기론과 무관치 않다. 가만히 손 놓고 있으면 패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네거티브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패배하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과 청와대에서는 ‘거물급 인사’를 대거 차출해 수도권 승리를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른바 ‘수도권 필승조’를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수도권 승리의 밑그림을 하나둘씩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당과 청와대에서 생각하고 있는 밑그림의 실체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당과 청와대에서는‘정몽준 서울시장 차출설’을 흘리고 있다. 황우여 대표와 정몽준 의원이 만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논의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靑, 박원순 대항마로
“정몽준 나서라” 압박

특히 일부에서는 황 대표가 청와대의 오더를 받고 움직였을 거란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정몽준 의원실은 “황 대표와 정 의원이 만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며 “내년 서울시장 출마 문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함께 밝힌다”고 부정했다. 

하지만 본인이 출마에 부정적임에도 불구하고 당과 청와대에서는 ‘정몽준 서울시장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출마를 검토하지 않았을 뿐 불출마를 하겠다고 못을 박지 않았으며, 경선이 아닌 추대를 위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 핵심 인사들이 정몽준 서울시장 출마 군불 때기에 나섰다. 이인제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가 아주 중요한데,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집권 여당에서 서울시장을 당선시키기가 너무 어렵다”며 “현재 박 시장이 강세이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틀림없이 시장에 당선될 만한 자질과 역량, 그리고 지명도를 갖춘 분을 내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몽준 의원 등) 결심만 하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으로서는 그분들과 직·간접으로 교감하면서 대책을 세워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정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소망교회에 다니던 정 의원이 최근 순복음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 27일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명성교회 주일예배에도 참석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서울에서 영향력이 있는 교회를 다닌다는 것 자체가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분석했다.

지방선거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자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행보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 지사는 국정감사에서 3선 출마 여부를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김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불출마한다고 본인의 입으로 직접 말한 적이 없다”며 “얼마든지 재출마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지사는 불출마→원내 진입→당권→대권 시나리오를 구상했으나 당내 상황이 녹록지 않다. 김무성 의원, 서청원 전 대표 등과 당권 경쟁을 펼치기에는 역부족일 뿐 아니라 임기가 6월 말 끝나기 때문에 선거법상 7월 재·보선에서는 경기지역에 출마할 수 없다. 때에 따라서는 원외활동이 길어져 대권전략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김 지사 측 일부 관계자들은 불출마보다는 경기도지사에 재출마한 뒤 대선 때 중도하차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에서도 민주당 김진표, 원혜영 의원 등을 대적할 만한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김문수 재출마’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다.

오락가락 김문수
3선하고 대권 출마 결심?

‘김문수 재출마’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위해 경기도지역 일정을 많이 소화하고 있는 유 장관이 ‘인천시장으로 턴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김 지사가 재출마를 하면, 포기하거나 인천시장으로 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당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 인천 출생에 제물포고를 졸업한 인연 등으로 인천시장에 출마하면 송 시장과의 맞대결에서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또 황우여 대표와 윤상현 의원 등이 인천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황 대표는 하반기 국회의장에 관심이 많다. 윤 의원도 송 시장과의 맞대결에서 10% 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송영길 대항마’로는 약하다는 평이다. 따라서 ‘송영길 대항마’가 없는 이상 ‘유정복 인천시장 차출설’이 당과 청와대에서 힘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이 패배한다면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은 물론이고 레임덕까지 올 개연성이 높다. 그 때문에 당과 청와대에서는 거물급 인사들을 내세워 승부수를 띄우자는 말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박원순-송영길-김진표·원혜영 등 차기 유력 후보들과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구도”라며 “정몽준-김문수-유정복 카드가 최상의 카드다. 그리고 안철수-민주당 간의 야권 연대가 성사되더라도 경쟁구도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몽준-김문수-유정복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 지방선거 승리 견인은 물론이고 차기 대선에도 파란불이 켜진다는 점에서 이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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