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선의 서청원 원내 입성, ‘청와대 시대’ 열렸다
김기춘, 인사개입 등 파워 증명, 대통령 신임 두터워
남재준, 원세훈 최측근 파면 MB 청산 위한 사정정국 주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서청원의 당선.’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던 새누리당이 이 한마디에 숨통이 트였다. 정치권과 언론, 국민의 시선이 서청원 의원에게 쏠렸다. 이슈가 생기면 그 이슈에 관심이 쏠리는 것처럼, 서 의원의 귀환과 함께 여권의 권력지형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 의원은 대형 이슈를 몰고 가기보다는 당분간 낮은 자세로 임할 계획이지만, 서 의원의 복귀로 청와대 위주의 당청 관계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 친위체제를 공고화하며 두고두고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의중을 잘 아는 핵심 친박계 인사들을 청와대와 당, 정부기관에 고루 배치해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을 높일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그 중심에서는 ‘서청원-김기춘-남재준’이 있다. 이른바 ‘트로이카 체제’가 구축된 셈이다.
이번 서청원 귀환을 계기로 권력의 축이 청와대로 완전히 옮겨갔다는 말이 나돈다. 한 여권 인사는 “이번 서청원 귀환의 최대 수혜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다. 한마디로 MB 정부의 영일대군으로 불렸던 이상득 전 의원이 복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청와대 위주의 당청 관계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서청원 위상 고려
당분간 당청 ‘빅딜’
“최근 당·청 관계의 엇박자가 많았다는 게 중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뒀던 것도 그래서다. 이 때문에 당을 장악하고 청와대의 오더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과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김무성 의원을 견제할 만한 인사가 필요했다. 그런 찰나에 서 의원이 복귀를 했다. 이제 ‘서청원-김기춘-남재준’ 트로이카 체제가 형성됐고, 박근혜 대통령이 기세등등해졌다. 하지만 서 의원의 위상 때문에 당분간 청와대와 빅딜로 당내 입지를 구축한 뒤 청와대의 오더를 적극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 귀환을 계기로 ‘청와대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권력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말이다. 새 스타플레이어가 등장해 급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원내-청와대-정부기관으로 이어지는 ‘친박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이다.
‘친박 트로이카’의 한 축인 서 의원은 ‘원내’를 담당한다. 언론의 주목도 향후 행보에 쏠려 있다. 공천 과정에서 다소 석연찮은 점도 있었지만 경기 화성갑에서 6 대 3 정도의 표차로 크게 눌렀고, 향후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 의원은 누구나 인정하는 친박 핵심 중 핵심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 상임고문을 지냈고, 2008년 낙천된 친박계를 중심으로 ‘친박연대’를 꾸려 14명을 당선시킨 것이 그의 대표적인 이력. 또 박근혜 대통령을 정치권에 끌어들인 주인공이다. 1998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 박 대통령을 대구 달성 보궐 선거에 공천해 당선시켰다.
특히 김무성 의원이 원박, 짤박, 친이계 등과 소통하는 것에 박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느꼈다. 그러나 서 의원이 복귀하면서 김무성 독주를 견제하는 대항마로 쓸 뿐 아니라 입법부를 장악하고 국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당내 인사들은 김 의원과 서 의원을 놓고 줄서기를 시작했다. 차기 당권을 장악하면 20대 총선 공천까지 주물럭거릴 수 있기 때문에 당내 인사들이 주판알을 연방 두드리고 있는 것. 당내에서 서청원 파워가 갈수록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뜨는 이가 있으면 지는 이가 생기는 것이 정치권의 생리다. 서 의원의 등장으로 김 의원이 다소 코너에 몰렸다. 김 의원은 그간 당내 실세 중 실세였다. 김 의원이 주도한 연구모임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 교실’에 100여 명의 의원이 모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 의원의 등장으로 다소 주춤해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김 의원이 대권에 욕심이 있지만 박 대통령은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김 의원이 대권에 욕심이 있다고 해도 박 대통령은 그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되게는 하지 못해도 안 되게는 할 수 있다”며 “당과 청와대에서 적극 지지를 보내고 있는 서 의원이 당내 ‘원톱’, ‘왕 대표’가 될 것이란 표현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왕실장’ 김기춘 파워 입증
감사원장 내정 직접 전화
당에선 서 의원이 있다면 청와대에선 김기춘 비서실장을 들 수 있다. 그동안 청와대 비서실 개편을 계기로 김 실장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막강했다.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의 멤버기도 하다. 그가 등장한 이후 청와대 권력구도도 이미 김 실장에게 쏠렸다. ‘왕실장’, ‘부통령’으로 불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구나 김 실장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부처 장악력을 높였다. 국정기획수석, 정무수석, 민정수석 등으로 구성된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직 인사를 비롯해 수백 명에 달하는 공기업 등의 공공기관장 인사가 김 실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이 과정에서 김 실장의 의견도 반영된다는 후문이다.
김 실장의 파워는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최근 감사원장에 내정된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감사원장 내정 사실을 김 실장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통상 부총리급인 감사원장 후보자에게는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알려주는 게 관례다. 그 일을 김 실장이 대신한다는 점에서 청와대 ‘실세’는 물론이고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 뿐만 아니라 김 실장 라인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 경남 마산 출신으로 마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황찬현 법원장은 마산중과 서울대 법대를 나온 김 비서실장, 마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온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과 동향이다.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는 김 실장의 고향인 거제와 지척인 경남 사천이 고향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야당에서는 김 실장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사정정국으로 몰고 가는 것도 김 실장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청와대 및 국정 전반에 걸쳐 김 실장이 좌지우지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당에는 서청원, 청와대 김기춘’이 있다면 사정라인 중심에는 남재준 국정원장을 들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논란 진실공방 속에 내란음모 이슈로 반격을 꾀했다. “3년간 내사했다”는 보도가 연일 강조되면서 민주당의 국정원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국내 정치파트 폐지 주장을 반격했다.
대통령 독대 국정원장
외교+안보+국방 모두 장악
특히 남 원장이 국방, 외교, 통일 등을 컨트롤하고 있다. 남 원장은 가장 핵심적 주권인 전작권의 환수 시기를 재연기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해 2015년 12월 환수라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도록 설득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남북대화의 첫 시금석이었던 장관급회담 실무협상 때도 ‘통일부 장관의 상대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전부장이 나와야 한다’는 논리를 제공하며 격한 논란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최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 ‘인사 전횡’이 심각하게 벌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원 전 원장의 최측근인 3급 이모씨를 파면하는 등 관련 직원 3~4명을 징계했다. 이에 대해 여권 한 관계자는 “이모씨는 박영준 라인으로 정두언 의원 등을 사찰한 장본인”이라며 “원 전 원장보다 파워가 더 센 인물이다. 결국 남 원장은 조직 재정비, MB 정부 청산 작업을 주도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 원장이 감찰실장에 검사 출신 인사를 발탁해 인사비리 등 원 전 원장 시절 내부 비리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등으로 남 원장이 교체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야권에서 ‘남재준 원장 해임’을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의혹을 깨끗하게 털고 가기 위해선 남 원장이 희생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청원-당장악, 김기춘-청와대 기강, 남재준-MB 청산’을 통해 3각 체제 구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선 ‘서청원-김기춘’ 투톱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어찌됐든 박 대통령이 자신의 의중을 잘 아는 핵심 친박계 인사들을 청와대와 당, 정부기관에 고루 배치해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3각 체제 구축이라는 말과 함께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친박 올드보이의 귀환’이다. 서청원-김기춘-남재준, 이들의 평균 나이는 71.6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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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오르는 ‘서청원의 사람들’
지난달 30일 진행된 경기 화성시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서청원 의원이 62.6%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화려하게 국회로 복귀했다. 서 의원의 복귀와 함께 일명 서청원의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박계의 핵심이자 30년 넘게 정치권에서 활약한 서 의원을 7선 의원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노철래 의원, 이우현 의원, 박종희 전 의원, 윤승모 경남기업 부사장이다.
친박연대 원내대표를 지냈던 노철래 의원은 선거캠프 좌장을 맡았으며, 친박 연대 출신인 이우현 의원은 선거 유세 기간 서 의원의 수행을 맡아 화성갑 지역 곳곳을 누볐다.
박종희 전 의원은 기획총괄을 맡아 유세 동선과 여론조사 관리 등을 지휘했다. 지난 16,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 전 의원은 2002년 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을 당시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며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기자 출신인 윤승모 부사장은 언론 특보를 맡아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 윤 부사장은 최근 출간된 서 의원의 평전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를 집필했다.
이 밖에 서청원의 사람으로는 김세현 전 친박연대 사무총장, 김동식 전 비서실장 등이 있다. 야당에서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도 서 의원과 독특한 인연을 맺고 있다. 박 의원과 서 의원은 2004년 서울구치소에서 함께 수감생활을 했다. 박 의원은 서 의원에 대해 “특별한 친구 사이”라고 말한 바 있다.<박>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