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럴 W. 레이는 ≪신들의 생존법≫이라는 번역서로 처음 한국에 소개된 저자다. 책의 원제는 ≪God Virus≫로, 종교를 일종의 바이러스에 비유하여 미국 전역에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그의 두 번째 저서로 원제는 ≪Sex & God≫이다. ‘종교는 어떻게 인간의 성을 왜곡하는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대럴 레이는 이 책에서 인간의 성을 중심에 놓고 성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모든 종교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종교가 인간의 성을 억압해온 역사, 그 억압을 통하여 죄책감과 수치심을 불러일으켜 종교가 자신의 존재를 유지·확장하는 과정, 종교의 금기에도 불구하고 종교 내 성범죄가 증가하는 아이러니 등 종교와 성의 왜곡된 관계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기독교를 떠나게 된 저자 자신의 솔직한 고백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근본주의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한 저자는 10대 시절, 자연스럽게 성적인 호기심을 가지게 되지만 번번이 접근의 기회를 차단당하게 된다. 결국 교회를 떠나 성에 대하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대화하는 수많은 지성인들과 교유하면서 새로운 성의 세계에 눈을 뜬 저자는 이런 의문을 품게 되었다. “만약 성에서 종교를 배제한다면” “종교는 왜 이토록 성과 복잡하게 얽히게 된 걸까” “우리의 성생활에 종교가 끼어드는 것이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가”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섭렵하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먼저, 종교의 근본적인 오류는 이천 년 전에 작성된 성지도(Sexual Map)를 현대의 인간들에게 강요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자위를 더러운 짓으로 보고, 동성애를 큰 죄로 여기고, 혼전 순결에 집착하고, 여성을 남자를 위한 성도구로 인식하는 등 기독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수많은 종교들이 가르치는 것은 명백히 시대착오적이다. 그리고 종교는 인간이 지킬 수 없는 동물의 섹스에 가까운 규율을 강요한 뒤에, 그것을 어긴 인간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만들어 그 수치심을 씻기 위하여 종교에 다시 집착하게 되는 죄책감 사이클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를 유지, 확장해왔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신도들에게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저지르는 성범죄는 오히려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종교의 시대착오적이고 모순에 가득한 성적 억압에 맞서 인간의 지식과 이성으로 작성한 새로운 성지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새로운 성지도를 위한 첫 번째 작업으로 ‘진화생물학’의 성과들을 먼저 돌아본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들, 침팬지, 고릴라, 보노보의 성선택 전략을 살펴보고 종교가 강요하는 규율들이 얼마나 우리의 뇌와 본능과 맞지 않게 설계되었는지, 그 오류들을 짚어낸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은 종교의 협소한 성지도를 습득하게 되면, 그 성지도에서 결국 벗어나게 되고 그 일탈로 인한 죄책감이 자신의 정신생활이나 성생활을 왜곡하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 안에 내재된 성지도는 종교의 기대와는 달리 더 입체적이고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고 그 성지도에 종교적인 억압이 가해질수록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건전하고 즐거운 성생활을 즐길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인류에게 종교가 주어지기 이전의 성은 어땠을까. 저자는 인류가 지나쳐온 성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성을 완전한 독립적인 존재로 대우했던 하드자족, 여성의 성적 만족과 다중 오르가슴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했던 망가이가 섬 사람들, 결혼 없는 모계사회를 이어가는 중국의 나족 등 종교 이전의 인류는 신이 없이도 즐거운 성생활을 누렸다는 다양한 증거를 제시한다. 저자는 농경사회의 등장과 함께 남성 중심의 사회로 변화하고 종교가 이를 강화하면서 인류는 자신의 본성에 맞지 않는 성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다음 장에서 저자는 인간의 심리학에 근거하여 종교를 비판한다. 타고난 본성을 부정하는 종교의 규제와 억압이 불행한 성생활과 결혼생활로 이어진 다양한 사례, 그리고 종교를 벗어난 이후에 행복을 되찾은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하여 종교가 드리운 그늘의 깊이를 보여준다. 저자는 생물학에서 시작하여 문화인류학, 그리고 심리학에 이르는 지식의 순례를 통하여 수많은 인간들을 종교가 얼마나 그릇된 길로 인도하는지, 명쾌하게 말해주고 있다.
“가서 신이 없는 섹스를 즐겨라.”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위의 모든 것을 함축한, 강렬한 돌직구다.
대럴 W. 레이 지음 | 김승욱 옮김 | 어마마마
인터넷팀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