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서도 예뻐지고 싶으십니까?
죽으면서도 예뻐지고 싶으십니까?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3-11-04 10:23
  • 승인 2013.11.04 10:23
  • 호수 1018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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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양악수술 부작용 잇달아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미용목적의 양악수술을 받은 여대생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위아래 턱뼈를 잘라 얼굴을 갸름하게 만드는 양악 수술은 그동안 부작용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무분별한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다.
지난달 27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턱뼈와 코 성형수술을 받은 여대생이 수술 후 회복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9일 만에 숨졌다. 여대생 A(22)씨는 지난 17일 정오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해운대구 한 성형외과에서 양악 수술과 코를 세우는 성형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후 회복실에 있던 A씨는 이날 밤 9시쯤 갑자기 의식을 잃었고, 간호사가 이를 발견해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겼지만 뇌사상태에 빠졌다. A씨는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가 9일 만인 26일 오전 10시 20분쯤 숨졌다.

수술 평균 비용 1천114만 원
우울증 심각해 자살 유발하기도

양악수술은 턱이나 광대뼈 부위를 깎거나 올려서 치아가 맞물리는 위치를 이동시키는 수술이다. 원래 주걱턱이나 ‘돌출 입’ 형태의 부정교합이 있어 음식을 씹기 어렵거나 선천적 기형이 있을 때 치료하는 수술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턱선을 갸름하게 하는 등 미용 목적으로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부 연예인들이 양악수술을 하고 TV에 나와 완벽하게 변신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들이 양악수술 환상을 가지고 있다. 양악수술을 한 대표적인 연예인으로는 개그우먼 김지혜·강유미, 배우 신은경·이파니·신이, 가수 룰라의 멤버 김지현 씨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국적으로 양악 수술이 1년에 약 5000건 정도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통증·감각 이상·
비대칭 등 부작용 심각

양악수술은 얼굴 주변의 섬세한 근육이나 신경을 피해가며 드릴로 얼굴 뼈를 인위적으로 깎아 내고 옮기는 고난도 수술이다. 구강 안을 수술 부위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수술 후 이곳에서 출혈이 생길 경우 피가 기도를 막아 질식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하지만 성형외과들은 이런 위험성을 알리기보다 성형 전후의 비교사진을 통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2010년부터 2012년 6월까지 접수한 양악수술 피해 상담은 121건이다. 이중 부작용 관련 상담이 75건에 달한다. 부작용으로는 통증·감각 이상 25건(28.1%), 비대칭 21건(23.6%), 교합 이상 18건(20.2%) 등이다. 함몰(5건), 턱관절 장애(4건)를 포함해 염증, 흉터, 콧대 골절, 이물질 잔존, 청력 이상 등 부작용도 신고됐다.

심장 전기충격기·
인공호흡 장비 19% 불과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위험한 수술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성형외과에서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응급처치 장비를 비치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성형외과 1091곳 중 환자에게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경우 심박동을 되살리는 심장 전기충격기를 갖춘 곳은 206곳(19%)밖에 없다. 성형외과 10곳 중 8곳꼴로 응급상황에서 써야 할 심장 전기충격기와 인공호흡 장비 둘 다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악수술이 암수술만큼 어려운 수술이라고 한다. 또 양악수술은 방심하면 안면의 정맥혈관을 터뜨릴 위험성이 높은 수술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출혈이 경미한 경우 전기소작기로 정맥을 지혈하면 되지만 전문의가 당황하거나 경험이 없으면 출혈이 더 많아지고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또 지혈이 잘 됐다고 생각해서 봉합 후 덮었는데 혈관이 잘 잡히지 않아 출혈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밖에 수술 중에 출혈이 기도를 막아 질식사를 유발할 수 있고, 위턱과 아래턱 사이의 기도 유지에 실패하면 목숨을 잃을 우려도 있다.
턱 수술처럼 출혈이 많은 수술에는 심장운동을 억제함으로써 혈압 및 혈류량을 떨어뜨리는 베타차단제 계열의 약물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적정 용량보다 베타차단제가 조금 더 투여되거나, 환자가 베타차단제에 감수성이 높을 경우 갑작스럽게 심장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심장 전기충격기와 인공호흡 장비 등은 필수지만 국내 성형외과에서는 이러한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 언제든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높은 수술비용도 문제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양악수술의 평균 비용이 1114만 원이다. 안면윤곽수술 625만 원, 유방 585만 원, 코 294만 원, 눈 199만 원, 얼굴 지방이식 197만 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비싸다. 그러다 보니 양악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한 범죄도 생기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한 20대가 양악수술을 받기 위해 아파트를 털어 5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검거되기도 했다.

“수술 후 고통·우울증은
 죽을 만큼 힘들었다”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양악수술이 인기를 끄는 것은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양악수술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B(33)씨는 2년 전 양악수술을 했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더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국내에 들어와 양악수술을 했다. 하지만 수술 직후 B씨는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까지도 그 고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B씨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수술 후 그 고통과 우울증은 죽을 만큼 힘들었다. 오죽하면 자살까지 생각했을까”라고 전했다. 또 그는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도 없었고 입을 움직이기조차 힘들어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하나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 했다”고 전했다.

C(22)씨는 취업을 앞두고 양악수술을 했다. 외모에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TV에 나온 연예인들과 성형외과에서 홍보하는 수술 전후의 비교 모습을 보고 수술을 결심했다.
하지만 C씨는 수술 후 큰 빚만 떠안았다. “수술비가 너무 비싸서 병원에서 소개하는 대출로 수술을 했다. 수술은 잘 끝냈지만 취업도 하기 전에 신용불량자가 될 판이다”라며 낙심했다. 또 그는 “주변에 양악수술을 고려하는 사람이 많지만 솔직히 말리고 싶다. 예뻐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받은 수술이지만 100%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그냥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라며 “최근에 양악수술 받다가 죽은 사람들이 언론에 나오는데 나도 이 수술이 이렇게 위험한 수술인지 안내 받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양악수술을 받은 후 후유증이나 불만족으로 자살을 하는 경우도 많다. 8월에는 후유증으로 고민하던 한 남성이 한강에 투신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전북 전주에서 23세 여대생이 후유증을 비관해 오다 자신의 방에서 넥타이로 목을 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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