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안동의 유흥 역사는 1994년으로 되돌아간다. 장안동 유흥가를 가득 채운 미인촌·과부촌은 2000년부터 사라지고 시작했고 그 자리를 안마방이 메웠다. 장안동 안마방은 전국으로 유명해졌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2008년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안마방은 인근 군자동과 면목동으로 이사 갔고 현재는 강남으로 옮겨간 상태다. 안마방이 떠난 자리를 2011년 이후 호스트바가 차지하면서 ‘반짝’인기를 끌었으나 그나마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찬란했던 장안동의 유흥 역사를 [일요서울]이 되짚어 봤다.
1990년 미인촌, 2000년 안마방, 2011년 호스트바까지
단속 피해 인근 동네로 이전, “차로 모셔다 드립니다”
인터넷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안마방으로 검색하면 2008~2009년도를 기준으로 ‘장안동 안마방의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전라도나 경상도 등에서 장안동 안마방을 가기 위해 ‘상경’한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전국’을 들썩였던 서울 장안동의 30년 유흥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호텔 뒷골목의 간판들
장안동에서 20년 거주한 A(30)씨는 장안동의 유흥 역사를 1994년부터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11세였던 A씨는 경남호텔 뒷골목을 지나서 등하교를 했는데 그 골목에는 ‘미인촌’과 ‘과부촌’이라는 글자가 적힌 화려한 간판이 줄지어 있었다고 한다. 골목 바닥에는 전단지가 가득 깔려 있었다. 미인촌은 2000년까지 인기를 끌었다. 장한평역에서 경남호텔까지 이르는 골목이 ‘유흥 골목’인데 후에는 주택가 안쪽까지 확산됐다고 한다. 그러다 2000년도부터 안마방이 한두 개씩 생기더니 2002년도에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A씨가 19세이던 2002년. 안마방의 천국으로 불리던 장안동 골목에서 교복을 입고 하교하던 A씨를 업소 호객꾼이 잡았다. “학생! 안마 좀 받고 가.” 미성년자라고 거절해도 호객꾼은 “학생도 가능하다”며 끈질기게 A씨를 잡아끌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시간은 오후 10시 30분께. 장안동 골목에는 수많은 호객꾼이 있었고 그들은 A씨처럼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도 가리지 않고 호객행위를 했다고 한다. 안마를 받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만났다고 했다. 교복을 입고 있는 A씨에게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자 대여섯 명이 다가와 “유명한 안마방이 어디냐”고 묻기도 했다. 학생이라서 모른다고 대답하자 그들은 주위에 지나가는 다른 사람을 붙잡고 질문을 계속 했다고 한다. 군인들이 6~7명씩 집단으로 돌아다니다가 안마방으로 들어가는 광경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장안동 안마방이 유명세를 타자 2007년도부터는 대딸방도 성행했다. 그러나 안마방의 인기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A씨는 2012년까지 안마방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2008년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수는 그 전보다 줄었지만 불과 1년 전까지 장안동 안마방은 명줄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 안마방이 떠난 자리를 2011년도 이후 호스트바가 채웠다. 장안동 호스트바는 ‘강남보다 물 좋다’고 소문이 나 한때 ‘반짝’인기를 얻었으나 곧 사라졌다.
1+1, 2+1 안마로 인기
스타킹 찢는 서비스도 제공
장안동 안마방이 유명세를 탔던 이유는 무엇일까. 장안동 안마방을 오래 이용했다는 B씨에 따르면 정상적인 안마에서 벗어나 다양한 패티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인기 요인이라고 한다. 2006~2007년도부터 1+1, 2+1 안마가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1+1이란 말 그대로 1명을 부르면 1명이 더 들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2+1은 여자 3명이 들어오는 것이다. 다만 2+1의 경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자는 2명이며, 나머지 1명은 수습으로 곁에서 지켜만 본다고 했다. 그 밖에도 망사 스타킹을 찢는 등 남자가 원하는 패티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10만 원 초반 대를 맴돌던 가격이 막판에는 17만 원으로까지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인기도 경찰의 집중 단속을 피할 수는 없었다. 경찰은 2008년도부터 ‘장안동 유흥거리를 깨끗하게 바꾼다’는 목적으로 집중 단속을 시작했다. 업소에 들어가 욕조까지 뜯어내며 단속에 불을 붙였다. 이에 안마방 업주들과 동네 상인들(안마방과 연계해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이 반발하고 나섰다. 안마방 업주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단속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결국 업주들은 단속을 피해 가게 문을 닫고 인근 동네로 이사를 가기 시작했다.
장안동에서 호객행위
외제 차량으로 손님 이동
업주들은 경찰 단속을 피해 인근 면목동이나 군자동으로 업소를 옮겼다. 그러나 장안동의 유명세를 쉽게 버릴 수는 없었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장안동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것이었다. 조용하던 장안동 골목은 밤만 되면 모여드는 호객꾼으로 시끄러워졌다. 그들은 장안동에서 몰려오는 남자들에게 호객행위를 한 뒤, 아우디, 벤츠 같은 외제 차량으로 자신의 손님들을 이동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이동 서비스’도 2년 전쯤 막을 내렸다. 현재 업소들은 강남으로 옮겨갔다.
그 후 장안동에서는 안마방이 나간 빈자리를 호스트바가 채웠다. 강남보다 물이 좋다고(접대 남성들의 외모가 훌륭하다고) 소문이 나면서 호스트바의 명소로 이름을 날렸으나 이 역시도 경찰의 단속으로 사라지고 현재는 골목 초입에 소수의 업소만 남아있다. 호스트바 역시 경찰의 단속을 피해 답십리 등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동네 주민들은 업소들이 사라진 것을 반기는 눈치였다. 장안동 골목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모(54)씨는 “이미 옛날에 유흥업소가 다 사라졌다. 안마방 하면 장안동으로 유명했으나 이제는 관련없는 이야기다. 훨씬 깨끗해지고 보기 좋다”고 말했다. 인근 파출소 경찰 관계자는 “작년부터 호스트바도 없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장안동은 원래 중고자동차매매로 유명했던 동네다. 그 유명세를 다시 찾아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안동의 유흥업소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낮에 보면 조용해 보이던 골목도 밤에는 변한다. 각종 변종업소가 주택가로 숨어들었다고 한다. 경찰의 단속도 어려운 상황이다. 골목에는 호객꾼들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장안동이 옛날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