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열정의 리더십 4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열정의 리더십 4
  • 김의식
  • 입력 2013-11-04 09:38
  • 승인 2013.11.04 09:38
  • 호수 1018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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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감각은 큰 자산


유머는 예부터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왔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중요한 일까지도 모두 유머가 첨가되어 있으며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하나의 중요한 의사소통능력으로도 인정되고 있다. 유머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마음을 즐겁게 하거나 웃음을 일으키는 말이나 행동을 뜻하며 한국의 유머는 우스개, 익살, 해학(諧謔)이다. 유대인은 몇 명만 모여도 유머가 오간다. 유대인에게 있어 유머란 지혜의 산물이며 생활의 일부분으로, 그만큼 대우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즉 유머는 매우 교육적이어서 사물을 한편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각도로 바라보고, 그 내용을 관조하는 능력이 수반된다. 또 단조로운 일상 생활 속에서 리듬을 주는 매우 생기있고 발랄한 것이어서 마치 삶의 윤활유와도 같은 것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시시각각으로 일어나서 해결해야 할 국제과제 테러, 기아, 지구 온난화, 대량학살 등 산적한 문제만을 바라 본다면 삶이 건조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 누구보다도 유머감각이 필요한 자리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조용한 아시아 출신 외교관’ 이미지가 강했던 반 총장이 취임하기 직전의 일이다. 코피 아난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참석한 미국 뉴욕 유엔본부의 유엔 출입기자단(UNCA) 송년 만찬회장에서 반 총장은 농담으로 운을 떼는 등 화려한 변신에 나섰다.

조크는 자신의 외교적 화술과 별명에 관한 것으로 이어졌다. 그는 “한국에선 기자 질문을 잘 피해간다고 해서 기름장어(slippery eel)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요즘 뉴욕에선 테플론 외교관(Teflon diplomat·표면이 코팅된 테플론 프라이팬에서 나온 말로 어떤 공격에도 상처를 입지 않는 외교관이라는 뜻)이란 별명을 새로 얻었다. 여러분의 매서운 비판도 잘 피해 나갈 자신이 있다.”라고 말했다.

예상치 않았던 조크 공세에 만찬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연설의 하이라이트는 사무총장을 산타클로스에 비유한 부분. 그는 ‘산타할아버지 오신다네(Santa Clause is coming to town)’라는 캐럴을‘반기문, 유엔에 온다네’로 가사를 바꿔 직접 불렀다. 원래 캐럴 가사에 나오는 ‘누가 착한 아인지, 나쁜 아인지 리스트를 만들어 두 번씩이나 확인한다’는 내용은 바꾸지 않은 채로 불렀다. 가사에 빗대 유엔 개혁 의지를 확고히 밝힌 것이다.

또 반 총장은 자신의 부상을 유머 소재로 삼아 센스 있는 유머를 선사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유엔 외교단 축구대회에 참가했다가 전치 6주의 부상을 당해 왼손에 깁스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반 총장은 뉴욕총영사관에서 유엔 사무국 고위인사 등 120여 명이 초청된 ‘2기 임기 성원의 밤’에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자신의 부상마저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포장해 좌중을 웃긴 그는 깁스한 왼손을 보여주며 “아내는 늘 나보고 브레이크(휴식)를 가지라고 성화였지만 이런 브레이크(골절)를 의미한 건 아니었다”면서 “손은 브레이크(골절)됐지만 공식 일정과 행사는 하나도 브레이크(중단)되지 않고 있어요”라고 말해 참가자들을 폭소하게 했다.

유머는 미국, 영국 등지에서 자주 쓰이고 있다. 유머 사례를 가장 많이 남긴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90세까지 장수했다. 말년에 젊은 기자가 찾아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젊은 기자가 말했다. “내년에도 건강하게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자 처칠은 “내년에 못 만날 이유가 뭐있는가. 자네는 아주 건강해 보이는데 내년까지는 충분히 살 수 있어. 걱정 말게나.”

처칠이 처음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 상대후보는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처칠은 늦잠꾸러기라고 합니다. 저렇게 게으른 사람을 의회에 보내서야 되겠습니까.” 처칠은 아무렇지 않게 응수했다. “여러분도 나처럼 예쁜 아내를 데리고 산다면 아침에 결코 일찍 일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링컨의 유머도 빼놓을 수 없다. 링컨이 젊었을 때, 급하게 시내에 나갈 일이 생겼는데 말과 마차가 없었다. 그때 마침 시내를 향해 마차를 몰고 가는 노신사를 발견했다. “죄송하지만, 제 외투를 시내까지 갖다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시내에서 옷을 받는 사람을 어떻게 만날 수 있죠?” “그 점은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 외투 안에 제가 있을 테니까요.” 유머가 몸에 배어 있어 코미디언처럼 사람들을 웃기는 게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 세계적으로 저명한 물리학자나 심리학자가 많다.

유머는 ‘웃음’을 만들어 낸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 사람들은 누구나 ‘웃음’이 좋다. ‘일소일소 일노일노’의 말은 누구에게도 그대로 통한다. 옛 속담에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고 했다. ‘웃는 문에는 만 가지 복이 들어온다는 뜻’으로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우리가 웃게 되면 이 세상의 모든 복이 다 온다고 한다. 종교 개혁가 마틴 루터가 말한 “믿음이 있다면 실컷 웃어라”, 시인 프로스트는 “웃지 못한다면 인간은 미쳐 버릴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세상은 꽃으로 웃는다”고 했고, “웃지 않는 사람은 믿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웃음은 영혼이 춤추는 소리”라고 했다.

요즘은 유머감각 있는 사람이 인기가 많다. 또 자신의 이상형의 조건을 말할 때도 재밌는 사람, 유머러스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유머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유머는 불안과 우울의 감소를 가져와 정신적으로 건강한 자아 개념을 형성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줄이므로써 대인 관계를 개선시켜준다.

유머리스트 김진배의 유머를 잘하기 위한 ‘유머 구사법’에 의하면 첫째, 대상에 맞는 유머를 하되,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연결시키라는 것이다. 여러 사람 앞에서 공식적으로 말할 때 유머를 구사하고자 하면, 가능한 한 앞부분에 하는 것이 좋다. 이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자신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유머를 먼저 하고 나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본론에 연결시키도록 하라. 반드시 유사성이 있을 필요는 없다. 비슷한 단어가 있어도 연결시켜라. 그래야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이 더 잘 전달될 수 있다. 둘째, 가능하면 예화를 많이 들고, 제스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마지막으로, 반응을 잘 살필 수 있는 사람이 제대로 된 유머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반응을 잘 살펴야 사람들이 자신의 어떤 말에 웃는지 알아낼 수 있고, 어떤 유머는 지양해야 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김의식 경영학 박사

충주고등학교 선배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역할모델로 정진해 경희대학교를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이후 제일은행 지점장, 본부장을 거치는 동안 쉼 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주경야독해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 어릴 때 꿈이었던 교수의 자리에 올랐다.

은행 명예퇴직 후 인하대 겸임교수, 인천대 초빙교수를 지내는 동안 열혈교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저서로는 ‘열정은 배신하지 않는다’와 역할모델인 반기문 총장을 소재로 한 ‘세계를 가슴에 품어라’ 외 다수의 책이 있다. 현재 (사)글로벌 녹색경영연구원 교육원장·교수로 재직 중이며, 최근 들어서는 ‘반기문 글로벌리더십’ 전파에 열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 총장의 가족, 친지, 학교 선ㆍ후배, 초ㆍ중ㆍ고ㆍ대학 동창, 담임선생님, 직장동료 등 광범위한 사람과 접촉했고, 이를 토대로 ‘반기문 총장의 열정의 리더십’을 연재하고자 한다.

 

김의식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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