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없이도 거뜬히 버티던 시절은 이제 갔다’
최근 김씨가 경험한 것처럼 소위 2차를 나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나가요 걸들이 업소를 옮기는 일이 잦아졌다.대부분 2차문화가 있는 업소로 향하고 있다. 명동의 한 업소 웨이터는 “불황에다 접대비 실명제까지 겹치면서 이곳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며 “나가요 걸들도 타격이 심각해 업소를 옮기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업소를 이동하는 나가요 걸들을 보면 강남의 유명 룸살롱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대부분이다”며 “원래 2차를 나가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이들은 수입이 크게 떨어지게 되면서 2차문화가 있는 업소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스급 나가요 걸들도 경기불황의 타격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골프장으로 향하는 나가요 걸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잘 나가는 마담들이 수하의 에이스급 나가요 걸들을 대동하고 낮 시간 고객들과 라운딩을 함께하며 손님 유치작전에 돌입한 것. 그나마 있는 단골이라도 잡아야한다는 절박함이 배어있는 몸부림이다. 또 경기가 나쁘다보니 업소에서 퇴출 당하는 나가요 걸도 생겨나고 있다.
구조 조정 한파가 룸살롱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논현동 D 룸살롱의 한 마담은 “아가씨들도 예전처럼 일해서는 수입을 올리기 힘들어 요즘엔 보다 철저히 관리를 하는 편이다”며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여대생이나 투잡스 족인 직장여성들의 경우 성실하지 못하면 잘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10%이하 업소의 나가요 걸들의 사정은 더 절박한 상황. 좀 더 화끈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며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다. 이에 그나마 잘되는 업종을 찾아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북창동 C 룸살롱 웨이터는 “이쪽 경기가 바닥이다보니 여 종업원들이 그나마 사정이 나은 안마시술소, 이발소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최근엔 장안동으로 향하는 나가요 걸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접대비 실명제 여파로 요즘 주목받고 있는 곳이 장안동 이발소 타운이다. 상대적으로 값싼 요금으로 안마를 받을 수 있고, 2차까지 해결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는 것. 여기에 룸살롱에서 일하던 미모의 나가요 걸들의 진출까지 겹치면서 불야성을 이룬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할 정도다.
해외원정길을 택한 나가요 걸도 늘어
일부 대리운전 업체와 결탁해 2차를 뛰는 나가요 걸도 등장했다.대리운전 윤락은 초기에는 한물간(?) 밤업소 출신들이 개별적으로 영업을 해 온 것으로 전해지지만 최근엔 보도방과 일부 대리운전업체가 연계해 조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또 적극적인 나가요 걸들은 밤 늦은 시각 호텔가와 유흥업소가 많은 지역에 상주하며 취객들에게 “대리운전이 필요하냐”고 접근해 관계를 유도하기도 한다. 아예 살길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나가요 걸도 상당수다. 실제 인터넷 유흥관련 포털사이트에는 미국, 일본, 괌 등에서 일할 여성을 찾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이트에 올려진 광고를 보면, 한 달에 1천만원 이상을 벌 수 있고, 국내와 달리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홍보하고 있다. 특히 카드 빚이나 업소에 빚을 지고 있는 경우 좋은 해결책이라고 유혹한다.
“미국 LA 지역에서 일할 여성을 찾고 있다”는 한 중개업자는 “현지에 있는 교민들이나 국내 상사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일하게 된다”며 “영어는 못해도 상관없고 보수는 한국보다 세다”고 말했다. 대부분 빚에 시달린 나가요 걸들이 해외진출을 선택하고 있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떠나는 장소도 다양해졌다. 예전엔 일본과 미국이 나가요 걸들의 불법 취업의 주 장소였지만 최근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괌이나 동남아 진출도 많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해외진출에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못된 브로커에 걸려 돈 잃고 몸만 망치고 오는 경우도 많은 것. 또 불법체류자 신분이기에 현지 경찰의 단속에 적발되면 당장 쫓겨나야 한다. 명동의 한 룸살롱 웨이터는 “해외진출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나가요 걸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며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단지 고민만 하다 그치고 마는 경우도 있지만, 살길이 있다면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브로커들과 접촉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조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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