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출산업체들 다양한 상품 내놓고 공개모집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업체들은 은밀하게 원정출산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인터넷에만 수 십 개의 업체들이 공개적으로 미국, 캐나다 등의 원정출산자를 모집하고 있고 일부 업체들은 공개 설명회를 개최하는 형편이다. 이처럼 업체들이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원정출산자를 모집하는 배경에는 도덕적 비난은 있지만, 법적 처벌은 없기 때문. 실제 지난해 9월 경찰이 원정출산 알선업자 4명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외국 의료기관에 알선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무리한 법적용이라며 이들에 대해 무혐의처분을 내렸다. 이후 경찰의 재수사 끝에 4명은 ‘여행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영업을 한 점’이 사유가 돼 관광진흥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원정출산을 알선하는 업체가 당국의 허가를 받은 뒤 적벌절차에 따른 영업을 할 경우에는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아 원정출산을 알선했다는 것만으로는 수사기관의 처벌이 힘들게 된 것.이후 알선업체들은 수없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원정출산 알선 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 때 경찰의 수사 등으로 위축된 건 사실이다”며 “하지만, 합법적으로 운영되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될 것 없는 것으로 결정돼 많은 업체들도 원정출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해마다 5천여명 이상이 원정출산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으로 추산돼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에 원정 출산지도 미국 중심에서 캐나다, 뉴질랜드 등 여타 영어권 국가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한 알선업체 관계자는 “미국 비자발급이 까다로워지면서 다른 영어권 나라들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원정출산에 드는 비용은 항공료, 숙박비, 의료비 등을 모두 합해 60일 기준으로 2천만∼3천만원 선이다. 물론 고급 상품을 선택할 경우 가격은 더욱 비싸진다.
회사원, 교사 등 중산층으로까지 확대
그러나 최근엔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내놓으면서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던 원정출산이 중산층까지 점점 확산되고 있다. 한 알선업체 관계자 김모씨는 “과거에는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주로 문의를 해왔지만, 요즘은 평범한 가정을 가진 이들까지 문의 해오는 경우도 많다”며 “부모의 직업을 보면 회사원, 교사, 자영업자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원정출산을 원하는 층이 다양해지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원정출산 열풍이 부는 가장 큰 이유는 시민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 미국의 경우 부모의 체류신분을 묻지 않고 출생인의 국적을 묻지 않고 자국내 영토에서 출생한 모든 신생아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이른바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다.
이에 업체들은 아이에게 커다란 기회의 장이 열린다고 광고하고 있는 것. 실제 A 원정출산 알선 업체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시민권을 얻으면 한국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 외국인학교에 등록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며 “미국 체류 시 별도의 학비를 들이지 않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무료로 다닐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업체는 또 “아기가 이중국적을 유지하다가 만18세의 성인이 되면서 미국적을 선택할 경우, 부모는 시민권자 부모자격으로 영주권 신청자격을 갖게 된다”며 “향후 미국으로의 진출을 희망하시는 분들에게 미국에서의 자녀 출산은 미국진출의 안정적인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도 상당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자아이의 경우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업체들이 내건 원정출산의 장점이다. 그러나 아이를 위하려다 자칫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출산을 앞둔 산모가 장시간 비행을 할 경우 태아와 산모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난산일 경우 경제적 부담이 커지며 국내 의료환경과 달라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 한편 경찰관계자는 “원정출산지로 각광받고 있는 미국은 시민권 취득을 목적으로 한 미국 원정 출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인터뷰를 통해서 만삭임이 밝혀지면 대부분의 경우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민성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