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전체 연봉의 1.46%에 불과…활약가치는 연봉대비 최고
메이저리그 구단들 한국서 제2의 류현진 찾기 위해 관심 집중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올해 초 LA 다저스의 무모한 도박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류현진이 올 시즌 맹활약을 펼치며 잭팟으로 거듭났다. 특히 시즌 초 물음표를 던지던 현지 언론들은 류현진과 푸이그가 아니였다면 다저스가 포스트시즌(PS)에 진출이 힘겨웠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루키시즌에도 불구하고 3선발로 우뚝 서기까지 ‘코리안몬스터’ 류현진의 화려한 기록을 돌아본다.
LA 다저스는 지난 19일(한국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9-0으로 패했다. 이로써 다저스는 지구 우승으로 PS를 마감했다. 류현진 역시 7차전을 준비했지만 무산되면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해 류현진이 남긴 성적은 정규시즌 14승 8패에 192이닝 평균자책점 3.00, 포스트시즌 2경기 1승에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팀 3선발 자리를 꿰찼고 PS에서는 한국인 선수 최초로 선발 등판해 승리까지 거두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은 시즌 결산 기자회견에서 “(류현진은) 우리가 바라던 재능을 지녔고 나올 때마다 잘 던졌다”면서 “1년 전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돈 매팅리 감독도 “스카우팅 리포트를 봤을 때, 그리고 스프링캠프 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던졌다 아티스트 같다”고 칭찬했다.
현지 언론들의 평가도 칭찬 일색이다. 폭스스포츠는 지난 22일 “다저스는 지금까지 류현진과 푸이그에 대한 투자를 충분히 보상받고 있다”며 “둘 중 한 선수라도 없었다면 포스트시즌을 바라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포츠전문 웹진 랜트스포츠는 “다저스의 지구 우승은 류현진과 푸이그의 돌풍에서 시작됐다”면서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바뀌었을 때 둘이 팀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류현진의 연봉이 팀 전체 연봉의 1.46%에 불과한 반면 그 활약도가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으면서 전문가들은 “류현진을 올 시즌 다저스의 최고 영입”이라고 분석했다.
최고 효율 투수와
진기록 제조기로 우뚝
이처럼 바뀐 평가는 류현진의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타당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우선 류현진은 다저스 역사상 두 번째로 빅리그 데뷔 첫 해 정규시즌 10승과 포스트시즌 승리를 따낸 투수가 됐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킨 신인 선수는 다저스 역사상 총 4명, 하지만 이 가운데 페르난도 발렌수엘라(1981년)와 팀 벨처(1988년)는 직전 해에 규정이닝 부족으로 신인으로 분류됐을 뿐이다. 결국 류현진과 조 블랙(1952년)만이 이에 충족한다.
여기에 다저스가 1958년 로스앤젤레스로 본거지를 옮긴 이후 달성한 신인 선수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또 류현진이 세운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 192이닝 154탈삼진 기록은 신인 선수로는 다저스 최고의 성적이다. 특히 메이저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1901년 이후 승리와 탈삼진, 평균자책점, 최다이닝 모두 류현진보다 앞선 선수는 단 21명뿐이었고 그마저도 1984년 드와이트 구든(17승 218이닝 276탈삼진 평균자책점 2.60)이 세운 29년 전의 기록이 마지막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주목하는 기록 중에는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가 있다. WAR는 해당 선수가 대체선수에 비해 팀에 몇 승을 더했는지를 간단하게 나타낸다. 25인 로스터에 간신히 들어가는 선수는 0점 정도를, 3점을 넘으면 팀 핵심선수로 평가된다.
류현진의 올 시즌 WAR(팬그래프 기준)는 3.1, 올해 5선발 요원으로 10경기에 선발등판 한 스티븐 파이프의 WAR는 0.1이다. 이들의 격차는 3으로 올해 다저스가 류현진 대신 파이프를 선발투수로 기용했을 경우 3승을 덜 챙겼을 것이라는 뜻이다.
또 소속팀 내 투수 중에는 클레이튼 커쇼(6.5)만이 류현진보다 앞선다. 전체 신인투수 가운데서는 마이애미 말린스 호세 페르난데스(4.2)에 이어 2위를,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에는 36위를 기록해 2선발에 대한 가능성도 나타냈다.
이 밖에 류현진은 대표 구종인 체인지업의 경우 피치밸류에서 21로 나타나 메이저리그 전체 2위를 기록했다. 피치밸류(팬그래프 제공)는 해당 구종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나를 설명하는 수치로 체인지업 피치밸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콜 해멀스(29.1)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체인지업 구사 비율도 22.4%로 메이저리그에서 9번째로 체인지업을 자주 던진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첫해가 물음표로 시작해 느낌표로 마무리되면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먼저 한동안 뜸했던 한국 선수들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다시 살아났다. 앞서 ‘코리안 특급’ 박찬호 덕분에 수많은 유망주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꿔왔지만 성공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지난 시즌에는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디고 메이저리그에 안착한 추신수만이 유일했다.
류현진 나비효과
한국선수들 MLB 진출 러시
하지만 류현진의 성공적인 데뷔로 메이저리그 각 구단 스카우트들도 바빠졌다. 그간 일본에 집중돼 있던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한국까지 확장됐다.
그 첫 수혜자로 KIA의 에이스 윤석민이 꼽힌다.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자격을 얻은 윤석민은 미국 무대 진출을 위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윤석민은 올 시즌 3승 6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4.00에 그치며 다소 부진했지만 우려와 달리 다수의 구단이 흥미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FA인 윤석민은 류현진과 달리 포스팅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민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는 “윤석민이 현재 보라스 스포츠 트레이닝 인스티튜트(BSTI)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며 “윤석민의 트라이아웃은 없다. 윤석민은 한국에서 9시즌을 뛴 선수”라고 밝혔다. 이는 윤석민에 대해 트라이아웃 없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보라스는 윤석민이 9시즌 통산 평균자책점 3.19로 준수한 만큼 검증된 선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트라이아웃은 특정팀을 상대로 선수가 찾아가 직접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구단이 선수를 지목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지 언론도 윤석민에 대해 “한국에서 류현진 다음가는 투수”라고 평가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 스포츠 매체인 SB네이션은 지난 24일 윤석민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윤석민이 2014년 미국에 마침내 올 것”이라며 “그의 에이전트인 보라스는 할 스타인브레너(양키스 구단주)에게 공공연히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윤석민은 2011년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90마일 중반대의 속구와 강력한 슬라이더, 평균 이상의 체인지업을 던진다. 선수 본인은 선발투수를 원하고 있지만 불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 “류현진은 6년간 3600만 달러를 받지만 윤석민은 연간 300~400만 달러면 충분해 양키스 예산에서 충분히 영입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오승환과 이대호도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지역매체인 뉴욕포스트는 “뉴욕 양키스가 오승환이 8회를 맡아주는 투수가 되길 바란다”고 보도했다. 이대호에 대해서도 미국 언론들이 뉴욕 메츠의 1루수가 적격이라는 보도를 쏟아내며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처럼 류현진을 경험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다름 아닌 ‘제2의 류현진’을 찾아 나선 것이다. 특히 류현진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1호 선수라는 점에서 국내 무대를 지켜보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결국 류현진은 올 시즌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계에도 ‘기회’라는 큰 선물을 안겨준 한 해였다.
한편 류현진은 오는 29일 귀국해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이후 결손아동과 유소년 야구발전 행사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내년 팀 스프링캠프 이전까지 휴식을 취하며 메이저리그 두 번째 시즌의 성공을 위해 개인훈련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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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