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김문수 경기도지사 ‘혈투의 장’
박근혜 vs 김문수 경기도지사 ‘혈투의 장’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3-10-28 10:56
  • 승인 2013.10.28 10:56
  • 호수 1017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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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직 주고 친이계 ‘지역구’ 빅딜

“유정복은 당내 경선 통과 쉽지 않다” 분위기 확산 
“김문수, 원유철 의원 출마 시키려 한다” 소문 나돌아

[일요서울|박형남 기자] 경기도지사 자리를 두고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불출마 입장을 흘리면서 출마 예상자들의 물밑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것. 지지율 조사에서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은 유정복 장관, 원유철 의원 등을 크게 앞서고 있다. 반면, 강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유 장관의 지지율은 20% 이상 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들은 ‘지금 판세는 알 수 없다’며 향후 대이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조직력을 갖춘 김 지사가 어떤 후보를 지원하느냐가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과연 김 지사는 누구를 밀까.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유정복 장관이 경기도지사 후보가 될 수 있을까?”
기자와 내년 지방선거 이야기를 나누던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경기도지사 대목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력한 후보군으로 손꼽힌 친박근혜계 핵심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의 대항마로는 비박계인 남경필·원유철·정병국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밀어준다고 해도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정복, 내 권유로
당 들어왔지만…”

“김문수 지사는 경기도 내 조직력을 장악하고 있다. 김 지사가 유 장관을 적극 밀어주지 않는 이상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유정복-김문수 빅딜설’이 나오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차기 대권 행보를 취하는 데 있어 김 지사가 원치 않는 구도 중 하나가 유 장관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는 부분이다.”
사실 경기도지사 후보 결정은 현직 도지사인 김 지사의 영향이 크게 미친다는 관측이 많다. 새누리당 관계자들도 “누구나 예상하는 게임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유 장관을 적극 밀어주지 않을 것이란 뜻으로 해석됐다.

이 같은 해석은 지난달 27일 로스앤젤레스 기자간담회에서 김 지사가 유 장관에 대해 언급한 발언으로도 알 수 있다. 이날 김 지사는 “내 권유로 새누리당에 들어왔지만 정치인은 아니다”고 평했고, 정병국 의원에 대해선 “정치인 자질은 있으나 인지도가 약하다”고 평했다. 그 대신 남경필 의원에 대해선 “지금 여론조사를 하면 남 의원이 가장 많이 나오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남 의원이 유력하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남 의원은 계파 색깔이 옅고 2006년 김 지사와 후보 단일화를 했다. 최근에는 서청원 전 대표가 공천을 받기 전 비밀회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친박과 친이계의 지원을 받아 경기도지사에 도전하겠다는 의도가 짙다. 여기에 김 지사까지 남 의원을 적극 지원한다면 유 장관은 힘들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으로 볼 때 김 지사와 친한 인사가 ‘유정복 대항마’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오는 시나리오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미는 유정복 vs 김문수 지사가 미는 남경필’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권력의지가 분명한 김 지사로선 최대 표밭을 친박에게 넘겨주지 않는 것이 절대 과제다. 김 지사의 기반은 경기도이며 경기도의 절대적 지지가 향후 당권과 대권 행보에 필요하다. 그래야만 당권, 대권 주자로서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경기도지사 출마를 두고 남경필 의원 측에서는 “지지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기도지사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남 의원도 “중앙정치에 남고 싶다”는 말을 주변 인사들에게 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에선 김 지사가 남 의원을 지원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말도 나온다. 자칫 차기 대권 경쟁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미는 후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항간에서는 김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남 의원 대신 원유철 의원을 적극 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김 지사와 가까운 원 의원을 앞세워 김 지사는 경기도 평택갑을 통해 원내 진입하고, 원 의원을 경기도지사에 당선시켜 경기도를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문수-원유철 ‘빅딜설’이 나돌고 있는 것.

이쯤에서 김 지사와 원 의원의 관계를 보면 흥미롭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원 의원은 김 지사 밑에서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지사와의 교감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다 친분이 두텁고 같은 친이계라는 점도 메리트다.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도 맞아 떨어진다. 4선인 원 의원은 당내 중진으로서 경기도지사에 욕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경기고등법원의 수원 유치를 위한 이슈를 전면에 앞세워 발 빠른 여론몰이에 나섰고, 지역사정에도 밝은데다 당 재외국민위원장과 북핵안보 특별위원장을 맡아 당내 기반도 튼실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 지사도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재·보궐 선거 통해 원내 진입→당권→대권을 바라보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유 장관이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박근혜 대통령 말 한마디면 박 대통령이 미는 후보에게 적극 투표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내 인사들이 박 대통령에게 불만이 많기 때문에 유 장관을 적극 밀어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자칫 원 의원이 앞장설 수 있다. 김 지사가 원 의원을 지원한다면 인지도와 지지율이 올라가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박근혜 정부 공신들도 유 장관이 아닌 원 의원 캠프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이는 친박 인사들조차 박 대통령이 지지하는 후보를 적극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김 지사가 내세우려 하는 원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또한 유 장관이 측근들을 챙기지 않는다는 점도 인사들이 등을 돌린 데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서서히 달아오르는 지방선거 정국, 박근혜 대통령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간의 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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