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대선 개입 정국] 덫에 빠진 민주당
[국가기관 대선 개입 정국] 덫에 빠진 민주당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3-10-28 10:52
  • 승인 2013.10.28 10:52
  • 호수 1017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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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불복과 부정선거에 끼이다”

사이버사령부·윤석열 수사 배제 등
대선 개입 정황 드러나…강공 드라이브
“팩트 쌓아서 분노 게이지 축적” 국민결의 대회 국감 후 연기
대통령 사과→국가기관 개혁 촉구…대선 불복종 운동까지?

[일요서울|박형남 기자] 민주당이 ‘국가기관 대선 개입 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민주당은 사이버사령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윤석열 수사 배제와 관련해 ‘부정선거’를 거론하고 있다. 뒤이어 정세균 상임고문은 대선 불복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동력을 잃었던 ‘대선 개입 정국’이 국정감사 이후 탄력을 받고 있다며 향후 강경 대응 전략을 구상 중이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대선 개입 정국 조성’은 박근혜 대통령 사과는 물론 부정 선거, 대선 불복까지 겨냥한 다목적 포석”이라고 말한다. 민주당이 국정감사 이후 사이버 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에 이어 윤석열 수사 배제까지 국가기관의 조직적인‘대선 개입’ 정국을 조성하면서 박 대통령 역시 국정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불복으로 정국 운영의 대도박에 나섰다’는 여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대선 개입 정국에서 강공 드라이브를 구사하는 배경을 따라가 봤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민주당이 ‘대선 개입 정국’을 통해 성과를 거둘까. 아니면 ‘대선 개입 정국’ 덫에 걸릴까. 이에 대한 답은 ‘대선 정국’을 보는 시각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먼저 전자의 물음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보자. 일단 민주당은 ‘민심’을 얻는 데 일정 부분 성공했다는 시각을 보인다. 지난 2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53%로 지난주 대비 3% 떨어졌다. 5주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던 것.

대선 개입 의혹
여-야 난타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에 대한 민심의 반응은 민주당의 향후 전략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25일 국정감사를 위한 중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정국 관리에 전념키로 했다. 아직 향후 대응 전략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지난번 장외투쟁보다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민주당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축적 상태는 야구로 치면 7회말에 해당한다”며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영화를 보면 관객이 분노한 시점에 결국 행동을 한다며 민주당은 그런 시점을 기다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이어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경우 워터게이트 사건 자체 때문이 아니라 거짓말과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국민들의 분노를 산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거짓말과 은폐로 신뢰를 잃는 불행한 일이 있으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당의 기세도 만만찮다. 민주당의 부정선거와 대선 불공정 발언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당선시킨 국민 주권을 무시하는 행태로 ‘대선 불복’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먼저 문재인 의원의 발언을 집중 공략했다. “최근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권력기관들의 대선개입과 관권선거 양상은 실로 놀랍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고 주장한 것을 문제 삼았던 것.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역대로 대선 불복 사례가 없었다”면서 “민주당이 거의 1년 다 되게 이 문제를 계속 얘기하는데 본뜻이 어디 있는지, 국정을 이리 흔들어도 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사실상 대선 불복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며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뭘 책임지란 말인가. 이런 상황인데도 자신이 모든 걸 단정하는 것은 자기가 대통령 위에 군림하려는 듯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대선개입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또 ‘헌법불복론’을 제기하면서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국가기관의 조직적 대선개입은 명백한 헌법불복 행위”라며 “헌법을 지키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대선불복이라는 억지 논리로 모면하려 하면 새누리당 스스로 헌법불복 세력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했다’고 규정하고 향후를 도모할 것이란 말들이 나온다. 지난주 예정된 국민결의 대회를 취소했고, 국민 여론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해질 때 다시 고강도 장외집회를 추진하겠다는 것.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이 “지금은 사실관계를 쌓아 국민의 분노를 축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민주당 장외투쟁 예고
안철수-정의당과 연대

특히 국민적 지지를 얻어낼 만한 밑그림도 이미 완성됐다. 국정감사를 통해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이 드러났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사이버사령부의 활동이 국정원 심리전단 활동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까지 번졌다. 

또 국가보훈처의 안보강연을 통한 야당 후보를 비판하면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것도 드러났다. 이는 지난 18대선이 불공정했다는 주장이 다시 설득력을 얻는 데 충분한 재료가 됐다.나아가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서 10월 17일 국정원의 불법 트윗 5만5000여건을 밝혀내 이를 공소장에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 조사했고 이것이 남재준 원장의 분노를 샀으며 검찰수뇌부는 절차상의 이유로 그를 전격적으로 직무 배제했다. 특히 윤 지청장은 “‘야당 도와줄 일이 있느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를 내면 해라, 순수성을 의심받는다’고 말했다”며 “이런 상태에서 검사장을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국정원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던 것이다.

이는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민주당은 장외투쟁 당시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국정감사를 통해 ‘대선 개입 정황’을 밝혀냄에 따라 향후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방침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볼 때 민주당이 ‘부정 선거’를 언급한 것이 그 시발점이다. 김 대표는 “부정선거를 부정선거로 말하지 말란 것은 긴급조치를 비판하면 무조건 감옥에 처넣는 유신시대 논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한 당직자는 “그동안 민주당은 ‘부정선거’ 등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당이 공개적으로 ‘부정선거’를 언급한 것은 향후 야권 연대를 통해 여권을 흔들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며 “또한 시민단체 등과 함께 대규모 촛불집회도 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관측했다.

실제 민주당·정의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국정원 개혁을 위한 ‘법안 연대’를 공식화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17일 당 회의에서 “안 의원과 어제 만나 국정원 개혁을 위한 야권 단일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도 통화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여권도 민주당의 강경 대응에 이렇다 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과 청와대가 교감을 하지 못하고 있고, 청와대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론을 등에 얻어라”
 여차하면 탄핵까지도?

그렇다면 민주당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몰이’를 통해 얻으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민주당 일부에서는 국정감사 이후 장외투쟁을 꺼내들 것으로 알려진다. 박근혜 대통령 사과, 국정원 개혁 카드를 또다시 꺼내들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다르다. 모든 정황이 다 드러났기 때문에 ‘대선 불복 카드’도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우리는 당당하게 말하고 따질 건 따져야 합니다. 새누리당이 계속해서 상식을 저버린 행동을 일삼는다면 정치 생명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해야 합니다"며 “옳은 것을 말하는데 대선불복으로 비칠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 큰소리로 말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경 초선의원들도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이고 내각 총사퇴, 대통령비서실 전면 개편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당직자는 “김 대표가 전국투어를 통해 ‘국정원 개혁’ 등에 대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려 했으나 여론이 등을 돌려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대선 개입 정황이 드러난 만큼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대선 불복 카드도 꺼내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내년 지방선거 등에서도 유리한 국면을 차지할 수 있다”며 “국민 여론이 민주당을 적극 지지한다면 불복카드는 물론 박근혜 탄핵 카드도 꺼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은 신중모드를 통해 당내 의견 수렴과 국민 여론을 형성한 뒤 초강경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권에서 주장하는 대선 불복 여론을 잠재우고 대선 불법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특히 대선패배의 당사자인 문 의원이 '불공정 선거'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정권의 정통성에 정면도전했다. 그 때문에 '불복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여권에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 따라서 '대선 불복'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느냐가 최대 관전포인트다. 그렇지 못하면 '민주당이 스스로 놓은 덫에 걸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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