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끄럽고 정신없는 현실을 벗어나 평화롭고 살기 좋은 나라를 찾으러 떠난 에우와 피스는 오디새를 찾아가 ‘날아다니다가 그런 곳을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본다. 그러나 그들이 찾는 나라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의 영역에 도시를 만들어 함께 살기로 한다. 그들은 인간이 신들에게 올리는 제물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통행료를 받아 인간과 신들을 지배하려 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새들은 처음에 인간을 경계하여 공격하지만, 이내 피스와 에우의 감언이설에 매료돼 그들이 시키는 대로 성벽을 건축하고 신들과 인간들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다.
새의 나라가 건국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인간들이 찾아온다. 엉뚱한 신탁으로 본인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제를 비롯해 감찰관, 건축가, 시인 등이 새의 나라를 찾지만 피스는 그들을 모두 쫓아낸다. 그러던 중 여신 이리스가 지상으로 내려가려다 잡혀오고 피스는 그녀를 욕보인다.
점점 새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불효자와 변호사가 새의 나라를 찾는다. 이어 굶주린 신들을 대신해 프로메테우스가 찾아와 피스에게 신들과의 협상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신들의 사절단으로 트리발로스와 포세이돈, 헤라클레스가 새의 나라에 오고 피스는 그들을 위한 만찬을 준비하는데…
국립극단의 아리스토파네스 3부작 중 마지막으로 공연되는 <새>는 현대사회에 대한 풍자와 조롱을 넘어서 인간과 사회의 근원적인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당시 아테네인들의 환상은 현대의 인간에게도 유효하다.
아리스토파네스가 <새>를 썼던 당시 아테네는 오랜 펠레폰네소스 전쟁으로 지쳐있었고 특히 시칠리아 원정대 파병 후 국세가 급격히 기울고 있던 시기였다. 소피스트들의 궤변술이 유행하고, 소송·전염병과 전쟁으로 시끄럽고 살기 어려운 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아테네인들의 욕망이 작품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지금,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세편을 연달아 무대에 올리는 것은 혼란스러웠던 2500년 전의 아테네와 2013년 한국사회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2013 국립극단의 <새>는 2500년 전의 그리스인들과 현재의 한국인을 중첩시키며, 인간들의 자유롭고 평화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상향에 가까워보였던 새들의 나라가 인간들에 의해 변색되고, 결국 인간의 나라와 비슷해지는 모습은 우리가 꿈꾸고 있는 이상 세계의 현실을 통렬하게 풍자한다.
티켓 가격은 일반인 3만 원, 청소년(1990년생 이후) 2만 원, 소년·소녀(1995년생 이후) 1만 원이며, 예매는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에서 가능하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