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이들에겐 중독성 약한 대마초·엑스터시 인기
놀이터·클럽화장실·주차장 등에서 몰래 거래
마약이 음성적으로 거래되다 보니 부르는 은어도 각양각색이다. 엑스터시는 ‘사탕’이나 ‘캔디’로, 필로폰은 ‘술’ 또는 ‘크리스털’, 대마초는 ‘담배’ 등으로 불린다.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마약은 중독성이 약하다고 알려진 대마초와 엑스터시다.
클럽천국이
마약천국으로
불법 수입되거나 클럽 등지에서 거래되던 마약이 대학가, 주택가로 파고 들고 있다. 최근에는 홍대 놀이터, 클럽 등에서 마약이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만큼 마약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증거다.
홍대의 밤거리는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화려하고 뜨겁기로 유명하다. 특히 젊은이가 많이 모이다 보니 다양한 즐길거리와 놀거리가 넘쳐나 청년들의 놀이동산으로 불릴 정도다.
홍대 일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금요일 밤이면 클럽패스를 끊어 물 좋은 클럽을 찾아다니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서울 각지에서 모이는 것은 물론 금요일 밤마다 지방에서 상경하는 클럽마니아도 상당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술 한잔 한 뒤 클럽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홍대 일대에서는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복장도 천차만별이다. 짧은 핫팬츠는 기본이고 짙은 화장에 속이 훤히 보이는 민소매 티나 시스루 스타일의 옷은 기본이다.
클럽에 입장해 화려한 조명 아래서 신나게 춤을 추다 보면 마음에 맞는 파트너를 만나게 되고 이후 2차, 3차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물론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풀기 위해 클럽에 들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즉석만남과 눈요깃거리를 찾기 위해 클럽에 들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자정이 되면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
홍대는 저녁시간을 기점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하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줄어든다. 하지만 자정이 지나면 또다시 유동인구가 늘어난다. 낮과 밤이 뒤바뀐 공간이 바로 홍대다.
홍대의 랜드마크는 ‘홍대 놀이터’로 불리는 홍익어린이공원이다. 이름 그대로 어린이 놀이터와 노인정이 있는 공간이지만 홍대 입구에 있어 ‘홍대 약속장소’로 통한다. 하지만 최근 홍대 놀이터와 그 일대에서 마약이 거래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음성적으로만 유통되던 마약이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놀이터에서 거래된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취재진은 소문으로 떠도는 홍대 마약거래 현장을 찾기 위해 24일 밤 홍대놀이터 현장을 찾았다.
홍대의 밤거리는 생각보다 썰렁했다. 자정이 되자 길거리와 놀이터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클럽, 바, 식당 등에서 하나 둘 술 취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만취한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얼큰하게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은 물론이고 아예 계단 바닥에 주저앉은 사람도 많았다.
홍대 놀이터에도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거리의 악사, 연기 대사를 외는 사람, 담배 피우는 사람, 술 마시는 사람 그리고 다양한 커플들.
새벽 1시가 넘어서자 놀이터는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춤을 추는 사람,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사람 등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들었다. 놀이터에는 술병과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취재진은 놀이터 구석에서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남성이었다. 이미 얼굴은 술에 취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조심스럽게 마약하는 사람들을 본적이 있냐고 물었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청년에게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오늘은 못 봤다”며 “금요일이나 주말에는 종종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혹시 대마초를 해 봤냐?”고 묻자 청년은 “난 해본 적이 없지만 친구들 중에는 한두 번 해본 적이 있는 아이들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어디서 구할 수 있냐”고 묻자 “잘은 모르지만 마약을 파는 외국인들이 따로 있는 걸로 안다”고 대답했다.
취재진은 외국인들이 놀이터, 클럽 화장실, 주차장 등에서 마약을 판다는 소문을 확인해 보기 위해 주변에서 외국인들을 살펴봤다. 놀이터 안에는 외국인들이 없어 주변 골목길과 주차장 등으로 발길을 옮겼다. 날씨가 추운데다 경찰의 단속 강화 사실이 알려져 그런지 마약상으로 보이는 외국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외국인들 통해
마약 불법 거래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를 따라가 보니 외국인들로 가득한 술집을 찾을 수 있었다. 자정이 넘었는데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술과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소문으로 떠돌던 마약거래 현장을 직접 찾지는 못했지만 홍대 일대에서 대마초 등의 마약이 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마약이 음지에서 양지로 그것도 학생들이 주로 모이는 홍대까지 파고들었다.
취재를 위해 홍대 일대에 머무는 동안 취재진은 경찰을 볼 수 없었다. 순찰차 1대를 본 것이 전부였다. 경찰 측은 홍대 놀이터에서 마약이 거래된다는 소문을 듣고 순찰을 강화했다고 했지만 경찰관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