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외압·항명 파동 청와대 배후설 부상
검찰 외압·항명 파동 청와대 배후설 부상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3-10-28 10:26
  • 승인 2013.10.28 10:26
  • 호수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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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팀장과 이진한 2차장 대립, 오락가락 조영곤 지검장

▲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1일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2013년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한 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뉴시스>
[일요서울|홍준철 기자]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검찰 내 파열음이 심하다. 부하 검사와 상사 검사가 공식석상에서 ‘외압이다’, ‘항명이다’며 서로 치고 받더니 급기야 선배 검사가 ‘셀프 감찰’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 부하 직원인 윤석열 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현 여주지청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집권 여당과 야당 그리고 검찰과 법무부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로 나뉘어 ‘외압이다’, ‘항명이다’로 맞서고 있는 반면 청와대와 법무부는 ‘특수통’과 ‘공안통’간 고질적인 계파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당사자인 검찰은 ‘황당하고 부끄럽다’는 분위기지만 끝에는 윤석열 지청장이 옷을 벗게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조 지검장의 뒤에 청와대와 법무부가 받치고 있다는 말이 진작부터 서초동에 만연하게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진상을 알아봤다.

초유의 ‘셀프 감찰’ 청와대·법무부 ‘눈치’보다 사단
주류 ‘특수부’ ‘공안부’에 ‘강력부’까지…‘3痛’

청와대와 법무부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벌어진 윤석열 여주지청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간 마찰을 두고 고질적인 검찰내 계파 다툼으로 몰아가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특수통 채동욱 검찰총장이 물러나고 공안통 법무부 장관이 들어오면서 검찰 내 특수통과 공안통 간 주도권 다툼이 이번 검찰 내 ‘셀프 감찰’까지 가는 사태를 가져왔다”면서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과거 ‘특수통’과 함께했던 ‘강력통’ 조 지검장이 말을 바꿔 공안통에 붙었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특수통과 공안통 그리고 가운데 낀 ‘강력통’ 등 3통 간 계파 갈등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밝혔다.

‘공안통’ 한상대->‘특수통’ 채동욱->‘공안통’?
실제로 지난해 말 한상대 전 총장의 퇴진을 불러온 검란의 주도 세력은 특수통 검사들이었다. 대표적인 공안통인 한 전 총장은 ‘중수부 폐지’를 두고 특수부 검사들과 각을 세웠다. 대표적인 검사가 바로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다. 그를 중심으로 특수부 검사들은 한 전 총장을 압박해 결국 불명예 퇴진케 만들었다. 이어 새로운 검찰총장으로 ‘특수통’ 출신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발탁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법무부 장관에 ‘공안통’ 출신인 현 황교안 장관을 임명하면서 균형을 이뤘다.

검찰총장이 된 채 총장은 휘하에 특수통 검사들을 중용했다. 특히 지난 4월 국정원 댓글 사건 특수수사팀 팀장으로 대검수사기획관 당시 함께 일했던 ‘특수통’ 윤석열 검사를 임명했다. 통상 국정원 사건은 정치 사안이고 선거법과 연관돼 있어 공안통 검사가 팀장을 맡는 관행을 깬 이례적인 인사였다. 하지만 윤 팀장은 직속 상관인 ‘공안통’ 이진한 2차장과 빈번히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겉으로 드러난 인사일 뿐이고 실제로 윤 지청장과 갈등의 골이 깊었던 인사는 이진한 2차장이라는 말이 서초동에 그럴듯하게 돌았다.

윤 지청장과 조 지검장은 같은 서울대 출신 선후배인 점을 빼면 같이 일한 인연은 없다. 하지만 채 전 총장과 두 인사 모두 막역하다. 윤 지청장은 과거 채 전 총장 밑에서 대형사건을 처리한 ‘특수통’ 검사 출신이고 조 지검장은 ‘강력통’으로 채동욱 전 총장과 ‘30년지기’인 서울대 법대 동기다. 지난 4월 인사 때 지검장으로 임명을 한 사람이 채 전 총장으로 사실상 ‘채동욱’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에 두 인사가 ‘친분’이 깊으면 깊었지 ‘악연’이나 ‘갈등’이 있을 이유가 없다.

실제로 민주당 법사위의 한 인사는 “이진한 차장 검사는 국정원 사건이 기소할 거리도 안 된다고 평소 생각했고 반면 윤 지청장은 구속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진한 차장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서 윤 지청장이 이 차장을 건너 뛰고 조영곤 지검장에게 직접 보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윤 지청장과 국정원 댓글 사건을 실무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인사가 바로 ‘공안통’ 이 차장이라는 주장이다.

이 차장은 대검 공안과장, 중앙지검 공안2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를 지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고 말해 수사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정원 직원들을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런 빌미로 그는 수사에서 배제됐다.

민주, “이진한 검사가 윤석열 검사 발목 잡아”
반면 조 지검장은 “이렇게 항명하는 모습으로 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눈물로 맞받아쳤다. 결국 이 차장과 갈등에다 수장의 오락가락하며 눈치보는 모습에 실망한 윤 지청장이 급기야 국정감사장에서 ‘외압설’을 터트린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여기에 그동안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채 전 총장이 뜻밖의 ‘내연녀 혼외자식 파문’으로 물러나면서 더는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자괴감 역시 한몫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은 옛날부터 특수부, 강력부, 공안부로 나뉘었는데 검찰 수장은 특수부, 공안부가 돌아가면서 맡았고 강력부는 특수부와 가깝지만 권력을 쥐는 세력과 함께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평소 이런 관계 때문에 특수부는 공안부 검사를 ‘정치검사’라고, 공안부는 특수부 검사를 ‘조폭 검사’라며 으르렁거리며 지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윤 지청장과 조 지검장 갈등을 단순히 ‘특수통’과 ‘공안통’ 갈등으로 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민주당 측의 견해다. 민주당 법사위 한 인사는 “이를 단순히 특수통과 공안통 대립으로 보지 않는다”며 “국정원 수사를 제대로 할려는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세력의 다툼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배후로 민주당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윤 지청장 수사를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이진한 2차장검사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같은 길을 걸은 인사로 사실상 황 장관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장관은 이 차장이 걸은 공안과장, 공안2부장, 2차장 검사를 거쳐 장관직에 오른 공안통 출신 장관이다. 이 차장이 황 장관의 검찰 내 ‘판박이’로 불릴 정도로 닮은 셈이다. 여기에 공안통 검사로 유명한 김 비서실장과 역시 공안통인 홍경식 민정수석까지 조 지검장이 이 차장보다 그 배후세력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국정원 댓글 항명 파문 배후 김기춘 실장?
실제로 김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을 막후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실세 그룹 7인회 멤버에다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을 지낸 검찰 내에서 대선배다. 여기에 홍경식 민정수석(연수원 8기)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연수원 13기)보다 선배다. 이런 막후 세력이 있는 이상 조 지검장도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강력통’인 조 지검장은 특수통 ‘30년 지기’ 채 전 총장의 신뢰로 지검장직에 올랐지만 결국 손은 ‘공안통’ 이진한 차장 검사 편을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급기야 윤 지청장과 조 지검장이 대검 감찰을 받게 됐지만 결과가 나오기도 전 서초동에서는 윤 지청장의 쓸쓸한 퇴장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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