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머리카락은 만물이 그렇듯 여름에 성장속도가 빠르고 가을이면 동물들이 털갈이를 하듯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정상적으로 회복될 정도의 생리적인 탈모인지, 탈모가 진행되는 징조인지의 여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평소보다 많이 빠지고 있는지 정도이며, 좀 더 정확하게 비교하자면 전문 병의원, 한의원 등에서 두피검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이러한 징조가 보임에도 방치한다면 계절이 바뀌어 봄이 다가와도 빠진 모발의 수가 회복되지 않아 휑해보이게 되는 진행된 탈모 상태를 자각하게 됩니다.
이미 지나간 계절 탓하기 엔 늦은 감이 있으나 여름의 강한 자외선과 바닷물, 수영장 물과 같이 두피에 자극을 주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었다면 가을 탈모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과 같이 가을이면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가장 높아져 이로 인한 탈모도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두피를 제외한 신체의 여러 부위에서는 오히려 털을 굵고 많이 나게 만드는 것이 이 남성호르몬임에도 유독 두피에서는 과잉 분비 혹은 민감한 수용을 통해 오히려 모발이 가늘어지고 잘 빠지게 만든다는 오묘한 신체의 원리 역시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가을이라서가 아니라 가을이 다가오기 전부터 두피관리에 힘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탈모의 원인 중 30%에 해당하는 외적요인의 경우 두피 각질을 제거하고 모공 속 피지를 제거해주면서 모공을 열어주게 되면 빈 모공 속의 방해물질들이 사라지고 숨어있던 모근들이 고개를 들어올리기 쉽게 돼 발모가 됩니다. 또 발모된 모발이 보다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두피 순환도 좋아져 육모, 양모가 된다는 것입니다.
70%에 해당하는 탈모의 내적 원인을 따지자면, 유전과 남성호르몬의 영향이 부동의 최고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스트레스(화, 열로 작용)와 오장육부의 불균형(음액, 혈허, 습열 등의 상황), 환경오염 등이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이 우선이 돼야 할 것입니다. 두피 자체의 이상은 보통 치료를 할 경우 3~6개월가량의 집중 치료를 통해 호전 정도가 명확해집니다.
하지만 몸 속 이상여부의 경우 피부 겉, 모발 등으로 연결되기에는 길고 복잡한 과정들을 거치기에 몸 속 이상이 호전되기까지 장기간 인내심을 발휘해 꾸준히 관리·치료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내적 원인으로 인한 부분의 경우 음혈을 보충하고 습열, 화 등을 제거하는 약재를 기본적으로 구성해 스트레스에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고, 체질적 불균형을 잡아주도록 처방을 내게 됩니다.
또 외적 요인으로 인한 두피 증상 즉, 두피가 음혈허 상태가 오래된 만성 탈모라면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약재(자하거, 백하수오 등)를 증류·추출한 약침을, 두피의 염증이 심해 혈관 충혈 등이 보인다면 이를 소강시킬 수 있는 약재(황련 고삼 등)를 증류·추출한 약침을 경혈 자침, 뜸, 부항과 더불어 병행 치료로 구성하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탈모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두부, 콩 등의 식물성 단백질과 다시마와 미역 등의 해조류를 함께 섭취하도록 합니다. 두부, 콩 등의 식물성 단백질은 질 좋은 영양분이지만 콩의 사포닌 성분이 요오드를 체외로 배출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모발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 아미노산, 미네랄 등은 달걀노른자, 생선, 장어 등을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모발 성장을 돕고 산화 스트레스를 막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B는 토마토, 시금치, 쑥갓, 미나리 등의 녹황색 채소와 파, 생강, 마늘, 구기자 등을 먹음으로 섭취할 수 있습니다.
반면 라면, 햄버거, 피자 등 인스턴트식품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결핍되고 포화 지방이 많습니다. 칼로리도 높아 몸속의 염증 수치를 높이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킵니다. 또 기름진 음식은 포화지방산이 많아 남성 호르몬의 생산을 증가시키므로 이에 의존된 탈모형태를 가속화 시키므로 삼가야 합니다.
탈모는 사실 가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진행된 경우라면 사시사철 어떤 때도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가을, 비어가는 모공만큼이나 마음 한 켠 써늘해지는 상실감을 잊고 싶다면 아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관리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상쾌해진 날씨만큼 기분 좋은 가을 날, 풍성하게 보내시길 바라봅니다.
<도움말=미가람한의원 김준정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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