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홍준철 기자] 국정원 댓글사건 국정감사로 정신없는 정치권이지만 예의 주시하는 검찰 수사가 있다. 바로 ‘철거왕’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의 1200억 원 횡령 사건이다. 당장 1억 원을 받아 챙긴 김명수(54) 서울시의회 의장이 긴급 구속됐고 전직 경기도 도의원에 이어 최근에는 서울시 산하 공무원에게 영장이 발부되는 등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당장 횡령 금액 자체가 1000억원이 넘는다는 점에서 정관계 로비 금액이 천문학적일 것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일단 수원지검은 지난 17일 신반포 1차 재건축 과정에서 철거업체로부터 사업 편의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김 서울시의회 의장을 구속 기소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구로구 자신의 차량에서 다원그룹 이금열(44) 회장으로부터 재건축이 진행될 수 있도록 서울시 재건축 심의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장은 이후 청탁을 실행하기 위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에게 조합장을 소개하고 재건축 심의에 참여하는 동료 시의원에게 심의 통과를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반포 1차 재건축 사업은 재건축 심의에서 보류되는 등 수년간 진행에 어려움을 겪다가 김 의장이 돈을 받은 직후인 올해 1월 심의를 통과하고 최근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했다.
김 의장에게 뇌물을 건넨 다원그룹 이 회장은 회삿돈을 포함해 1000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8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수도권 도시개발과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벌인 이 회장이 공사를 따내는 과정에서 정관계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벌인 정황을 발견하고 수사를 이어가다가 김 의장의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김 의장 외에도 다원그룹 로비와 관련해 전 경기도의원 이모(48)씨와 전 인천시의원 강모(45)씨 등 모두 6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 22일에는 서대문구 공무원 A씨를 연행했다.
한편 1200억 원을 횡령한 다원그룹 이금열 회장은 법보다는 주먹을 앞세워 건설 철거영업을 하면서 이분야의 대부로 통해 왔던 인물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14개 단체가 모인 ‘적준 사법처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998년에 만든 ‘적준 철거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다원그룹은 1986년 설립된 입산개발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90년대 들어 입산개발에서 근무하던 사람들 중 일부가 나와 적준개발용역을 설립한다. 적준개발용역을 만든 이들은 이후 적준토건(현 다원토건), 적준환경(현다원환경), 적준산업 등 철거 관련 회사들을 줄줄이 세우면서 철거업계에 악명을 떨치게 된다. 적준의 후신으로 새롭게 사명을 바꾼 다원그룹은 현재 13개 이상의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몸집을 불렸으며 재개발지역 철거사업 등 철거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자리잡고 있다. 검찰은 “다원그룹에 돈을 빌려준 은행 등 PF 대출기관을 중심으로 로비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혀 향후 서울시와 정치권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비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