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두고 안·박 ‘신경전’ 치열
‘잃을 게 없는’ 박 시장 “안철수 입당해라?”
안철수 의원 측에서 신당 창당을 위한 가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한 일간지에서 안철수 신당 관련 12월 창당준비위 구성→1~2월 창당 로드맵이 불거졌다. 안 의원 측에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설명이지만 안철수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데 정치권은 의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이 안철수 신당 창당에 ‘딴죽’거는 듯한 발언이 나오면서 안철수 측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신당창당 첫단추 끼우는 데
‘찬물’ 끼얹은 박시장
박 시장은 10월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신당 창당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제가 민주당 당원이다. 그 점에서 민주당이 인기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불리하다고 해서 당적을 바꾸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불참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한 박 시장은 안철수 신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서울시민들이 느끼는 상식과 원칙, 균형, 합리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 의원님이 제가 뭐 크게 잘못해가지고 진짜 저 사람이 잘못됐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몰라도 나름대로 잘해왔기 때문에 후보를 새롭게 내기야 하겠냐”고 후보를 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을 표출했다.
박 시장의 이런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다음날 바로 ‘발끈’한 송호창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전국적인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사실상 서울시장 후보를 낼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송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우리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밝히면서 박 시장이 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신당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사실상 박 시장을 향해 돌직구를 날린 셈이다.
이에 대해 안철수 의원실에서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철수 한 핵심 측근은 “우리의 역량을 둘째치고 후보를 전국적으로 다 내야 하는 게 정당의 역할”이라며 “신당 창당 첫단추를 끼우기도 전에 차포를 떼고 시작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이 인사는 “상식적으로 신당에 참여해 서울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나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박 시장의 이번 발언으로 김이 빠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측의 이런 기류를 감지한 박 시장은 바로 안철수측과 관계 복원에 나섰다. 8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한 박 시장은 “안철수 의원과 저는 좋은 관계”이며 “끝까지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고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이어 그는 ‘안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재 않을 것’이라는 발언과 관련해서도 “제 소망일 뿐이고 안 의원님과 협력하고 의논을 드려야 한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당장 ‘누구 때문에 서울시장에 됐는데…’라는 비판을 의식한 몸 낮추기인 셈이다.
이어 24일 언론을 통해서 박 시장은 송 의원이 ‘함께 하자’는 제안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 “정치적 판세는 늘 변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오로지 시정에만 올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치의 길에서 어떻게 함께할지는 잘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결국은 함께 가야 된다, 이렇게 믿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민주당에 입당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철수·박원순
DJ와 YS와는 다르다”
안철수 박원순 두 인사의 이런 ‘신경전’에 대해서 정치권에서는 먼 얘기이지만 안·박 공방이 차기 대권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철수 캠프에 근무했던 A 팀장은 “이번 박원순 송호창 공방은 결국 칼자루가 누구한테 있는지, 누가 수세에 몰려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공방이었다”며 “안철수 측에서는 사실상 신당을 창당하는 데 인재와 조직이 몰리지 않으면서 강력한 카드인 박 시장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스스로 패를, 그것도 안좋은 패를 노출시켰다”면서 조급했다는 평을 내놓았다.
또한 그는 “반면 박 시장으로선 안철수 신당 창당이 지지부진할수록 자신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서울시장 싸움에 있어서 신당 창당이 지지부진할 경우 민주당에 잔류할 명분이 쌓이는 것이고 안철수 신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 재선이 안 된다고 해도 사그러드는 민주당이지만 그 속에서 ‘왕노릇’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잃을 게 없다. 이런 측면에서 오히려 칼자루를 쥔 쪽은 안 의원 측이 아닌 박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즉,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3자 구도로 치러져 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경우 그 책임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공산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인사는 “만약을 전제로 여당 후보가 1위하고 2등이 박원순, 3등이 안철수 신당 후보가 될 경우 그것도 2, 3위가 커다란 격차로 벌어진다면 비판의 화살은 3등에게 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래저래 박 시장은 안 의원과 함께 하든 하지 않든 후보를 내든 내지 않든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로 남을 공산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 인사는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박 시장으로선 안 의원과 함께 할 경우 차차기를 노려야 한다. 그러려면 10년을 2인자로 살면서 기다려야 하는데 박 시장 입장에서도 2017년 대선이 도전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며 “과거 YS와 DJ 때에는 독재정권, 군사정권에 항거한다는 공통된 목적이 있어 대권 주자가 한배를 탔지만 민주화된 시대에선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내다봤다.
신당창당 예정대로.
安 창당선언 ‘만지작’
한편 안철수 신당 창당과 관련해서 안철수 의원실도 크게 부인하지 않았다. 안 의원 측 핵심측근은 “우리가 시기를 정해놓고 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며 “국감이 끝나면 진도가 나가야 하는데 잘 되면 올해 안에 신당 창당 윤곽이 나오고 안 되면 내년 초로 넘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안철수 전 캠프 인사 역시 “12월 창준위 결성 후 1~2월 신당창당론이 시기적으로 적절하다”면서도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맞추기는 힘들고 올해 띄우지 못한다면 안 의원이 직접 신당 창당 선언을 하는 것으로 갈음하고 내년 초에 가시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인사는 “문제는 당을 띄우는 게 아니라 중량감 있는 인재와 사람들이 몰리느냐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안철수 신당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고 이런 불확실성이 호남 실행위원 명단 발표 후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늦춰지거나 연기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칫 당을 만들고나서 안 만들 것만 못하게 되는 ‘제2의 문국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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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