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 분유·이유식서 납 검출
[소비자 고발] 분유·이유식서 납 검출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3-10-28 10:11
  • 승인 2013.10.28 10:11
  • 호수 1017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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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허술…엄마들 “분노·걱정”

▲ <사진=뉴시스>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영유아들이 먹는 이유식에서 납을 비롯한 수은, 카드뮴 등 각종 중금속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분말을 물에 섞으면 일부 희석되기는 하지만 영유아기의 자녀를 둔 엄마들이 불안감과 분노감을 동시에 표출하고 있어 논란이 쉽게 가라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물티슈에 첨가되는 성분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다는 문제까지 지적돼 파장이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이런 사실을 2011년에 확인했음에도 올해 7월에야 국내 기준을 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3개 제품 적발…식약처 늑장 대응 논란
영유아 대상 제품 안일한 관리 여전해

#사례1. 생후 4개월된 자녀에게 N사 제품의 분유를 먹이고 있는 주부 A씨는 뉴스를 보다 깜짝 놀랐다. 분유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A씨는 “아이가 먹는 분유에 납 같은 성분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며 “모유의 양이 모자라 분유를 먹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회사로 연락해 항의해 봤지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며 “박테리아가 불검출된 뉴질랜드 분유 파동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이런 소식이 들리니 불안해서 잠을 잘 수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식약처에서 열린 국정감사를 통해 시중에 유통된 140개 영유아용 분유와 이유식 중 103개 제품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검출됐음이 지적됐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식약처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한 ‘국민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500대 식품 유해물질검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유아들이 먹는 조제식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국내 대형 분유업체들 중 N사 제품 5종, M사 제품 5종, I사 제품 8종 등에서 납이 검출됐다. 영유아 조제식에서는 N사제품 14종 , M사 제품 30종, I사 제품 9종 등에서 납이 검출됐다.

이번에 검출된 양을 살펴보면 특수용도식품 중 성장기용 조제식에서는 20종의 제품이 ‘불검출~0.033ppm’ 사이에서 검출됐다. 영유아 조제식에서는 ‘불검출~0.2ppm’ 사이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돼 기준치 0.02ppm을 넘는 제품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는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와 EU(유럽연합)가 정한 영유아 조제식의 납 안전기준치인 0.02ppm(액상기준)의 10배 수치다. 현재 국내에는 영유아용 조제식의 안전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런 사실을 2011년에 확인하고도 올해 7월에야 국내 기준을 정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 늑장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뒤늦게 국내 기준치 만들고 해명 바빠

김 의원은 “식약처의 식품안전평가위원회는 납 검출 사실을 확인하고도 분유와 이유식에 대해 ‘위해성이 낮다’고 평가했다”며 “영유아들이 매일같이 먹어야 하는 분유나 이유식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는데 2년이 지나서야 안전기준을 행정 예고한 것은 업무태만”이라고 말했다.

그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많이 쓰는 물티슈에 사용되는 성분도 제대로 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30여 종류의 물티슈를 조사한 결과 성인 화장품에서 0.05~0.6%의 함량 기준을 지키도록 돼 있는 성분들이 아무런 기준도 없이 사용되고 있었다.

문제가 된 소듐벤조이에이트와 데하이드로아세(데이트)틱액시드, 클림바졸, 클로헥시딘 등 성분은 주로 헤어 샴푸·린스·트리트먼트 등에 사용된다. 이 성분들은 접촉성 피부염, 홍반, 알레르기, 종창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물티슈는 화장품이 아닌 세제와 같은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어 제대로 된 기준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유아용 물티슈를 구분해 더욱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메칠이소치아졸리논,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 수은, 카드뮴 등은 아예 사용할 수 없다.

문제를 제기한 신경림 새누리당 의원은 “물티슈를 화장품으로 분류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유아 기준의 성분 기준치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물티슈 기업 몽드드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전성분 표시제를 행하고, 소비자시민모임 안전성 시험 등을 통해 제품의 질을 스스로 검증하고 있다”며 “식약처의 고시를 빌려 물티슈의 성분 기준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 식약처 고시 제2013-24호를 보면 문제가 된 성분 등이 현행법으로 식품첨가물로 지정돼 있거나 화장품에 사용이 허가된 성분이라는 것이다.

또 식약처 측은 논란이 되고 있는 분유에 대해 “잠정 주간섭취허용량에 비춰볼 때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면서 “이번에 확인된 납 농도는 분말 상태에서 측정된 반면 국제식품규격위원회나 EU의 국제적 기준치와 식약처가 행정예고한 기준치는 액상기준”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안전기준치 시행은 식약처의 행정예고에 따라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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