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참을 기다린 뒤 영화 한 편을 고르고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문틈으로 보이는 광경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연인들의 낯 뜨거운 행각들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 종업원은 다소 황당해하는 김씨에게 경기가 나빠서인지 요즘은 젊은 연인들의 모습이 부쩍 늘었고 진한 애정행각을 나누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한 동안 청소년들의 탈선과 원조교제 장소라는 불명예까지 받았던 비디오방이 다시 뜨고 있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에 비디오방이 다시 애용되고 있는 것. 영화만을 보는 연인들도 있지만, 대다수가 은밀한 밀회장소를 찾는 연인들이라는 게 업소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4만∼5만원 하는 러브호텔보다 1만원 안팎에 불과한 비용으로 영화도 보고 둘만의 애정확인도 할 수 있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못한 연인들에게 제격이라는 것. 종로의 한 비디오방 업주는 “비디오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영업이 안돼 힘들었는데 그나마 최근 젊은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다”며 “밀회장소로 비쳐지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일부 업소는 비디오방 내부에 물티슈, 화장지는 기본이고 아예 침대형 소파까지 구비해 젊은 연인들을 공략하고 있다. 또 영화포스터로 창문을 가리거나 썬팅해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물론, 방음장치까지 완벽하게 구비한 곳도 있다. 이런 업소들은 주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신촌, 강남 일대와 대학가 주변에 많고 근처 여관들까지 비디오방식 영업을 하기도 한다. 특히 비디오방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화질과 음질, 서비스 등에서 훨씬 뛰어난 DVD방은 젊은 밀회족들의 최고의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비디오방을 밀회장소로 이용하는 젊은 연인들도 두려워하는 게 있다. 바로 ‘몰카’공포다. 비디오방에서 이뤄지는 밀회장면은 몰래카메라의 가장 좋은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 걸렸다간 성인사이트에 밀회장면이 공개돼 얼굴을 못들고 다니는 수모를 겪을 수 있어서다. 실제 인터넷 공유사이트를 통해 퍼지고 있는 몰카의 상당수가 비디오방에서 찍힌 것이다.
이에 종업원이나 업주에게 몰카 설치 여부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연인들도 많다는 게 업소 종사자들의 전언. 신촌의 한 비디오방 업주는 “인터넷에 몰카 바람이 불면서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이 아마 비디오방일 것이다”며 “어느 비디오방에서 몰카가 찍혔다는 얘기가 나돌면 손님이 뚝 끊기기 때문에 매일 청소를 하면서 몰카 설치여부를 정밀히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비디오방 미팅(일명 비방팅)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번개팅’에서 변형된 ‘비방팅’은 청소년들부터 대학생, 직장인들에까지 확산된 것. 농도는 미팅에 참여한 당사자들의 사전 합의에 따라 진행된다. 단지 영화만 보거나 대화만 나누다 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키스 정도는 암묵적인 합의하에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가 마음에 들 경우 비디오방을 나선 후 곧장 연인사이로 이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남자 손님과 윤락녀를 연결시켜주는 매춘알선 업소도 은밀하게 영업중이다. 비디오방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내부에서 은밀하게 매춘을 일삼고 있는 것. 일명 ‘비방춘’으로 불리는 이같은 영업은 서울 외곽 지역의 비디오방에서 당국의 눈을 속여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녁시간대는 물론 점심시간대에도 ‘비방춘’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인근 직장인들이 많다고 한다. 당국의 단속이 심한 윤락업소와는 달리 비디오방은 ‘애인사이’임을 강조하면 경찰도 할 말이 없어 단속을 쉽게 피할 수 있어 손님과 업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것. 공급되는 여성들은 주로 인근 다방이나 윤락업소, 그리고 윤락을 알선하는 출장마사지 업체에서 일하는 전문적인 윤락여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경찰관계자는 “비디오방에서 이뤄지는 불법윤락을 단속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비디오방에서의 애정행각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 한 연인사이인지 매춘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구분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조민성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