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인사·사업팀장 교체…이례적인 일 // “수시 인사일 뿐…일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CJ에 또다시 인사태풍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통상 매년 11월에서 12월께 정기 임원인사를 진행해온 CJ그룹이 최근 깜짝 임원 인사를 단행해 오너 구속 등에 따른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그런데 조만간 오너의 가족이 전면에 나서는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또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에 거론되는 오너일가 중엔 이재현 회장의 사위인 정종환씨도 포함돼 있어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CJ그룹이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 부회장과 이 회장의 대립설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최근 일련의 일들이 여전히 이 부회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설이 난무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오너家의 잠룡들 등장이 향후 CJ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미 정씨의 부인이자 장녀인 이경후 과장과 이 회장의 장남 선호씨가 그룹 내 주력사인 CJ오쇼핑과 CJ제일제당에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만큼 정 씨도 그룹 내에서 중책을 맡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CJ 내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 임원 인사가 조만간 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오너 일가의 자녀와 사위가 경영 전면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말도 들린다. 또한 정씨가 씨티은행 근무 당시에도 CJ에 자주 왕래하며 일을 익혔다”라고 귀띔한다.
더욱이 최근 깜작 인사를 단행한 후 이 회장보다 이 부회장에게 힘이 더 실렸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이 회장이 가족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이번 인사가 이 부회장과 이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CJ그룹 고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일부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물러난 이관훈 전 대한통운 대표와 계열사로 옮긴 신동휘 부사장 등이 이 회장의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어서 이 같은 의혹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단행될 임원 인사에서 이 회장이 힘을 실어줬던 몇몇 고위 인사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특히 이관훈 전 대표는 이 회장의 빈자릴 채운 경영위원회의 멤버였으며, 이 회장 체제 내에서 주요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신임을 받았다.
CJ제일제당, CJ홈쇼핑(현 CJ오쇼핑), CJ헬로비전 등에서 일하다 CJ그룹의 뼈대인 지주사 대표에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지난 6월 신동휘 부사장을 그룹 홍보실장으로 복귀시킨 후 4개월 만에 다시 CJ대한통운 전략지원실장으로 임명해 그 배경도 주목된다.
신 부사장은 2011년 6월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삼성과 마찰을 빚다가 물러난 후 2년 만에 복귀했다.
조직 재정비냐?
CJ그룹 관계자는 “대한통운은 CJ그룹 내 매출 비중 2위의 핵심 계열사로 B2C(택배)부터 B2B, 글로벌 등 다양한 사업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홍보 및 대관 역할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계열사”라며 “제일제당부터 20여 년간 CJ의 홍보와 대관을 맡아온 신동휘 부사장의 역량이 가장 필요한 곳으로 판단한 결과이므로 확대 해석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반면 이번 인사로 이채욱 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이 CJ주식회사 대표이사로 겸직 임명됐다.
업계도 이번 CJ그룹의 갑작스러운 인사를 두고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그룹의 근간인 지주사의 대표와 홍보 수장이 교체되고 지주사의 주요 실·팀장 중 절반 이상이 바뀌는 인사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CJ 관계자는 지난번 인사와 관련해 “이번 인사는 수시 인사로 그룹 CEO 부재에 따른 사업 차질을 최소화하고 조기에 조직을 안정화하는 한편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면 된다”며 “그룹이 위기상황인 것은 맞지만, 그룹 조직 정비 및 이에 따른 인사는 일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 견제설과 관련해서는 “이미경 부회장은 CJ와 관련된 지분이 거의 없어 전문 경영인에 가깝다”면서 “이재현 회장과의 사이도 돈독해 그런 추측은 말도 안 된다. 또한 이 회장이 아직은 젊고 자녀들이 어려 후계설은 시기상조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부재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부회장의 역할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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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