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공기업 방만 경영의 실태를 말하다 ② - 한국토지주택공사
[연속기획] 공기업 방만 경영의 실태를 말하다 ② - 한국토지주택공사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10-28 09:48
  • 승인 2013.10.28 09:48
  • 호수 1017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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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에 허덕이면서…미분양 자산 32조원 “나 몰라라”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값 비싼 건축비 문제 끊임없이 지적
사업권 쥔 슈퍼 갑…무서운 것 없어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공기업(公企業).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소유권을 갖거나 통제권을 행사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첫 번째 의무로서 공익성을 요구받고, 두 번째로 관료주의와 비능률을 회피해야 한다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막상 공기업들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공공의 목적을 잊은 채 방만 경영 일로를 걷는 모습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공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공기업을 찾는 것이 오히려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와 같은 현실에 [일요서울]은 각 공기업이 어떻게 공익을 해치고 있는지 그 천태만상을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그 두 번째 대상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수많은 지적을 받아왔던 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이재영·이하 LH)다.

과도한 직원 복리후생…국감서도‘시끌’
갈수록 늘어나는 부채, 재무개선 가능한가

국토교통부 산하기관들의 부채가 국가 총 부채의 4 분의1 수준인 21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부채가 가장 많은 곳은 바로 한국토지주택공사, LH 로 총 부채가 138조 원이나 된다. 이는 국토부 산하기관 총 부채 214조 원의 절반도 넘는 수준으로, 하루 이자비용만 122억 원이 나가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하지만 LH는 이러한 천문학적인 부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만 경영을 일삼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채 탕감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기임에도 이를 외면하는 LH의 현재 모습은 대체 어떨까.

혈세는 어디로 제대로 진행 된 사업 없어

먼저 LH가 진 빚을 부채비율로 환산하면 464%라는 수치가 나온다. 일반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가 넘었을 때 투기등급으로 분류되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인 것이다. 그러나 LH의 방만 경영은 올해 2013년 국정감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에도 빚이 줄어들지 않는 현실은 LH의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방증하고 있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봤을 땐 LH의 실적 사업의 지표라 불리는 미분양 재고 자산 지수부터 도마 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이재영 LH 사장 역시 취임 당시 가장 먼저 해결할 난제로 꼽은 사안임에도 해결의 실마리는 없어 보인다.

조현룡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이 국감을 앞두고 LH로부터 미분양 재고 자산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LH의 미분양 자산 규모는 역대 최고인 32조 원을 돌파한 상태다. 특히 미분양 토지는 지난해보다 2조 원가량 증가했다. 이는 곧 장기 악성재고 물량도 상당해 미분양 해소가 시급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졌고 미분양 재고 자산 증가에 따른 부실화도 점쳐지고 있다.

유형별로는 8월 말 현재 미분양 자산은 토지 30조31억 원, 주택 2조338억 원 등 총 32조369억 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LH의 미분양 자산 규모가 30조 원(30조3795억 원, 토지 27조9640억 원, 주택 2조4155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조6574억 원이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조 의원은 “이재영 신임사장이 취임하고 미분양 재고자산 매각에 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분양 자산의 증가폭은 여전히 높다”며 “미분양 재고자산을 하루 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부채가 140조 원인 LH의 자금난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정부가 추진하는 LH의 주요 사업, 행복주택의 건축비가 민간 아파트의 4배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건축비가 3.3㎡(1평) 당 1700만 원으로 민간 아파트 분양가보다도 비싼 수치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수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LH의 내부 자료를 들어 “행복주택 시범지구인 서울 오류·가좌지구의 행복주택 건축비가 평당 1천670만∼1천700만 원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서울 오류지구의 경우에는 1천500가구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총 공사비만 2천800억 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박 의원은 “일반적인 수도권 민간 아파트 건축비가 토지비를 제외하고 평당 400만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행복주택 건축비가 민간 아파트의 4배가 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심 내 철도용부지 등 국공유지를 활용해 건설, 공급하는 방식으로 건립 가능한 물량에 대해선 “LH의 목표물량(20만 가구)의 18% 선인 3만5천 가구에 불과하다”면서 “행복주택 입지가능 부지로 검토되고 있는 미매각 공공시설용지도 전국 28만5천㎡에 불과해 공약에서 제시한 목표물량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행복주택은 임대주택인데 분양아파트보다도 비싼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LH는 신도시 개발 및 국민임대주택건설,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의 명목으로 지구 지정 및 보상에 착수한 이후 3년 이상 장기 미착공으로 발생한 누적 금융비용 1조8천266억 원만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용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에 따르면 LH의 3년 이상 장기 미착공 지역은 전국 32개 지구(약 39조원), 투입된 사업비만 13조4677억 원이며, 사업비 외 금융비용은 1조8266억 원이다.

더욱이 나머지 사업비 26조3798억 원 대부분도 금융비용이 수반되는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국민주택기금 융자지원으로 조달해야 하는데, 사업이 지체되면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 가뜩이나 빚더미에 앉은 LH의 재무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쯤 되자 일각에서는 LH가 진행하는 사업 중에는 제대로 된 사업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신도 몰랐던 직장 LH만 가지고 있는 특권들

▲ 이재영 LH 사장 <사진=뉴시스>

아울러 LH는 사업성의 문제를 방치하는 가운데서도 각종 특권들을 누리고 있어 신의 직장을 넘은, 신도 몰랐던 직장이라는 비아냥거림을 샀다. 더 큰 문제는 매년 국감에서 지적을 받고 있음에도 전혀 흔들리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는 LH가 사업권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갑’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국감을 도맡는 국회의원조차 지역구 사업 해결을 위해 LH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LH 쪽에서는 ‘내 멋대로 개발’ 에 대해 국감 지적이 나와도 딱히 신경 쓸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H는 각종 혜택을 아무렇지 않게 취하고 있었다. 단편적으로 기관장 연봉이 2억2600만 원, 성과급이 1억2100만 원을 웃돌 만큼 고액을 가져가고 있다. 말 그대로 성과급 잔치나 다를 바 없다.

때문에 이한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은 “부실 공공기관의 폐지 여부를 재검토하는 한편 기관장 문책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또 얼마 전엔 정부지침을 어기고, 임직원 자녀의 특목고 학비까지 전액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겪기도 했다. 의무교육인 일반 중학교와 달리 자사중·특목중에도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는 점은 형평성 논란과 함께 복리후생비의 과도한 지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어 가장 최근인 지난 23일에는 4대강 사업 등 담합 건설사들에 대한 공공공사 입찰 제한 역시 법원 효력정지 가처분이 결정돼 입찰 제한 조치가 보여주기용 제재에 지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22일 조달청이 내린 입찰제한 조치를 받았던 GS건설과 대우건설, 삼환기업, 코오롱글로벌 등 4개 건설사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LH의 입찰제한 처분을 받은 35개 건설사 가운데 태영건설 등 28개사 역시 효력정지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림산업 등 다음 달 초 최종판결을 앞둔 나머지 건설사들 역시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LH가 4대강 사업 관련한 문책을 피하기 위해 괜히 건설사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국정감사 기간이 다가오자 건설사들을 제재하고 나선 것 자체가 결국 ‘면피용 카드’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LH의 고분양가 논란, 임대주택의 불합리한 임대료 산정 논란, 최저가공사 마이너스 투찰 제한 논란, 막무가내식 건설 논란 등은 LH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LH에 대한 논란과 의혹은 지난 과오를 덮을 시간도, 앞으로의 대책을 세울 여유도 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편 일부에서는 LH의 재무개선의 여지조차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재무 구조 개선 부분을 충당해야 하는 토지 판매량이 떨어진 점이 그 이유가 됐다.

실제 이 사장 취임 이후 LH의 토지 판매량은 전임 이지송 사장 시절보다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LH 토지 판매량은 6월 1조4722억 원에서 이 사장 취임 직후 7월에는 3356억 원으로 급감했다. 8월에는 7745억 원으로 개선됐지만, 이 사장 취임 직전 두달(4월 9493억 원, 5월 1조912억 원)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로 인해 감사원은 지난 2∼4월 LH를 비롯한 주요 공기업 15곳의 대규모 투자사업 실태를 점검해 낭비 사례 등 140여 건을 적발하고 관련자 징계와 문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LH의 국책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무개선 여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태”라며 “세금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도 있다”고도 밝혔다.

한편 LH는 이러한 의혹이나 비판들이 다소 오해가 있어 억울하다는 태도다.

LH 관계자는 “이곳저곳에서 많은 지적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으며 LH 역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을 진행할 때는 정부를 통하거나 자체적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다. 수요 예측에 대해선 안전성장기로 넘어가고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분석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재무 개선에 대해선 “정확한 대답을 내놓기엔 아직 이르지만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부채를 줄이기 위해 이 사장이 밝힌 것처럼 민간 자본의 활용, 원가 절감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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