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원전비리와 상장 지연으로 몸살을 앓던 LS전선이 둘로 쪼개진다. 이는 부실을 한 쪽으로 몰아 굿 컴퍼니와 배드 컴퍼니를 나눠 담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LS전선이 얻는 이득에 주목하고 있으나 숨겨진 허실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공개 앞두고 굿 컴퍼니ㆍ배드 컴퍼니 나눠
분할 후에도 높은 부채비율…근본적 원인 개선해야
LS전선은 지난 21일 자사로부터 가칭 LS아이앤디(LS I&D)를 분리하는 기업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미국 내 자회사 사이프러스 해외투자 부문과 국내 부동산 개발 부문을 분리해 신설 법인을 세우는 형태다. LS전선의 주주들은 기존 지분에 비례해 신설회사의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LS전선 관계자는 “현재 전선업계가 처한 어려운 환경을 타개하고 각 회사의 전문 문야에 집중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드는 게 이번 분할의 핵심”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조기 기업공개(IPO), 자산 유동화 여건이 조성됨으로써 주주 가치가 제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일제히 긍정적인 리포트를 쏟아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S전선의 빠른 상장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점과 사이프러스 해외투자 부문인 슈페리어 에섹스(SPSX)에 대한 지배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이어 최 연구원은 “이번 분할로 LS전선은 이자지급 차입금이 1조8000억 원에서 1조2000억 원으로 6000억 원가량이 감소해 연간 이자비용 500억 원이 절감됐다”면서 “LS는 기존 LS전선 지분 87% 보유에서 LS전선ㆍLS I&D를 각각 87% 보유하는 것으로 바뀌지만 자회사 단순 분할이라 LS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분석했다.
또 LS전선 상장 기대감과 함께 LS그룹에 대한 이미지도 우상향할 것으로 평가했다. 범수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LS전선 인적 분할 이후에도 LS의 기업가치는 변화 없이 유지될 것”이라며 “LS전선은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차입금이 줄어 단기간에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총 차입금의 약 20%에 해당하는 6600억 원가량을 LS I&D에 전가해 연결 기준 부채비율을 770%(별도 기준 470%) 수준으로 낮춘 데 따른 것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도 “LS전선은 분할 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며 내년 실적개선이 가시화되면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으며,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사업부문을 분리한 LS전선의 주식시장 재상장도 기대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지주회사 LS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골칫덩이 해외투자와
부동산 개발 부문
하지만 LS전선이 기업분할로 당장 부채비율과 차입금 규모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LS전선의 자본총액은 8099억 원, 부채총액은 3조336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375%에 이른다. 분할 시 LS전선은 LS I&D에 부동산 사업을 넘기므로 자본 3062억 원과 부채 6574억 원도 따라간다.
결과적으로 LS I&D의 부채비율은 215%로 떨어지지만 LS전선은 기존 부채의 78%를 떠안고 자본은 62%만 가져가면서 오히려 부채비율이 상승한다. 통상적인 기업분할 시 굿 컴퍼니의 재무가 살찌고 배드 컴퍼니의 사정이 나빠지는 것과는 다른 결과다.
만약 LS전선이 미뤄왔던 상장을 추진하면 자본이 확충되면서 이 비율을 바꿀 수 있게 된다. 그러나 LS전선의 IPO가 번번이 미뤄져 왔고 앞으로도 2015년까지는 쉽지 않을 모양새다.
이를 두고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S전선은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2014년 상장은 어렵다”면서 “선진국 경기가 살아나고 분할 후 실적개선이 가시화되는 2015년에야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S I&D 역시 일시적으로 재무는 확충되지만 향후 이익을 내려면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고민해야만 한다. I&D로 분리될 SPSX는 적자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부동산 역시 개발보다는 매각에 실패한 자산들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언젠가 닥칠 IPO를 앞두고 자산과 부채의 수치를 조정하는 형국”이라며 “분할 이후 LS I&D의 추가 부실 우려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