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겹게 날아들었던 폰팅 광고 메시지를 지워왔었지만, 이번엔 호기심이 발동해 메시지에 남겨진 번호로 직접 통화를 시도했다. 20대 초반이란 여성이 전화를 받더니 온갖 성적인 농담을 던지며 자신을 유혹했다. 비록 전화상이었지만 K씨는 성적인 쾌감을 느꼈고 그날 이후 한 달새 7∼8번 더 통화를 했다. 그러나 K씨는 최근 지난달 청구된 휴대폰 통화 이용료를 보고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달에 평균 3∼4만원 나오던 통화료가 무려 50만원이 나온 것. 통화료와는 별도로 1분당 천원 이상의 정보이용료가 붙어있기 때문이다.K씨처럼 휴대전화 폰팅 메시지의 유혹에 빠져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날리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매뉴얼 만들어 유혹
실제 지난 1월 서울지검 컴퓨터 수사부에 적발된 폰팅업체 9곳은 이용자들로부터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175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적발된 업체들은 폰팅광고 스팸 메시지를 대량으로 발송할 수 있는 기기를 산 뒤 여성 상담원을 고용, 아무 번호나 찍어 무작위로 발송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업체들은 또 자사의 폰팅사이트에 미모의 여성 사진과 함께 가짜 성명, 나이, 직업 등을 올려놓아 폰팅 상대가 사진 속 인물인 것으로 위장했다. 그러나 정작 통화 상대방은 가정주부, 직장 여성이 아니라 시간당 6,000∼9,000원을 지급받고,고용된 여성 상담원들이었다.이 업체들은 1,000만∼2,000만통에 이르는 스팸 메시지를 발송했고 폰팅을 이용한 사람도 무려 40만여명에 달했다. 특히 ‘성 관련 대화에 관한 백문백답’등 ‘알바 매뉴얼’을 작성하고 이를 고용한 여성들에게 교육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입수한 이들 업체의 ‘대화시 유용한 백문백답’이라는 내부 교육자료는 여자 상담원에게 구체적인 통화방법과 이를 통해 수입을 증대시키는 요령 등을 설명하고 있다. 또 남성 고객의 관심사, 나이, 직업 등 초반 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한 질문에서부터 성 경험과 횟수 등 노골적인 성 관련 질문들이 씌어 있다. 질문에는 ‘신체를 소상히 설명해 달라’, ‘순수한 만남과 조건 있는 만남의 차이점이 무엇인가’라는 등 직접 만남에 이를 수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들도 포함돼 있다. 업체들은 자료에서 ‘질문을 통해 최소한 10∼20분 정도를 대화할 수 있으며 장시간 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라’고 권하고 있다. ‘알바 매뉴얼’은 ‘너무 과로한 상태에서 통화해 남성 고객들이 의아심을 갖지 않도록 주의하라’‘이 일은 여러분이 개인사업으로 생각해도 좋으며 인터넷을 이용해 개인홍보도 가능하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채팅창, 게임사이트에 폰팅광고 도배
검찰에 따르면 현재 영업 중인 국내 폰팅업체 400여 곳 중 연 매출액 1억원이 넘는 업체만 50여 곳이고, 이들 업체의 연 매출액은 2,400억원 가량이다. 또 하루 700만통, 연간 25억5,000만통에 이르는 휴대전화 스팸 메시지 가운데 80%인 20억통을 폰팅 업체에서 발송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폰팅업체들의 얄팍한 상술로 청소년들에게 이같은 음란 광고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실제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www.computerlife.org 소장 어기준)에 따르면 인터넷 모니터팀이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디버디 메신저의 채팅방을 모니터링 한 결과, 060 성인 유료 폰팅 사업자들이 채팅을 이용해 홍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060 성인 폰팅 광고 채팅방은 초보 채널과 대학생 채널, 직장인 채널, 사랑채널에 개설돼 있었는데, 청소년들은 이 중 초보채널과 사랑채널에 접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성인 폰팅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채팅방은 채팅방 제목 뒤에 ‘~~~~’을 길게 붙인 후 ‘`060-’으로 표시되는 전화번호 형태가 많았다. 이는 사업자들은 검열을 피하기 위해 주로 단어를 띄어 쓰거나 특수문자와 기호를 섞어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스타크래프트 등 각종 게임 서버 채팅 창 역시 ‘화끈 걸 상시대기’‘오빠 빨리와’라는 식의 폰팅 광고가 1분이 멀다하고 올라온다. 돈에 눈 먼 폰팅업체들이 청소년들까지 무차별 공습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폰팅 스팸메일과 메시지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는 경고 등 시정 조치 차원을 넘어 KT등 기간통신사업자에 서비스 차단을 요구하는 등 강력한 대응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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