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밑그림 완성 마지막 퍼즐만 남았다
홍명보호 밑그림 완성 마지막 퍼즐만 남았다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3-10-22 14:21
  • 승인 2013.10.22 14:21
  • 호수 1016
  • 5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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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6개월 만에 실험 종료…베스트 11 윤곽 드러나
기성용·이청용 완벽한 호흡에 손흥민 합세…원팀으로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축구대표팀이 브라질(12일)과 말리(15일)와의 평가전을 마무리하면서 사실상 브라질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설 ‘베스트11’의 윤곽이 드러났다. 특히 아프리카 강호 말리를 상대로 폭풍 같은 골을 선보이며 답답했던 공격력에도 돌파구를 찾았다. 더욱이 유럽파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공격의 마지막 퍼즐인 원톱 자리를 놓고 관심이 뜨겁다.

홍 감독은 지난 6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팀의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5일 말리와의 평가전까지 성적은 2승3무3패, 9득점, 8실점에 머무르며 부진한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아이티와 말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는 점에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홍 감독은 이처럼 보이지 않은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도 4-2-3-1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포지션 마다 필요한 선수들을 찾는 데 집중했다.

이에 경기마다 과감하게 선수를 바꿔 보내며 테스트를 진행했고 경기별로 성격을 명확히 구분해 승패에 상관없이 선수 검증에 나섰다. 7월 동아시안컵에서는 국내파를 중심으로 호주, 중국전에서 전혀 다른 선수 구성으로 경기를 치렀고 일본전에서는 조합을 하는 선택을 했다.

이후 펼쳐진 A매치에서는 국내파와 해외파 사이의 조합을 모색했고 이번 브라질과 말리전을 통해서 그 밑그림을 거의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실험 종료
본선 무대 밑그림 완성

우선 전술에서는 지난해 런던올림픽 동메달 멤버들이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수비에서는 홍 감독의 황태자 격인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주전 자리에 안착했다.

중원에서는 SNS 파문으로 뭇매를 맞았던 기성용(선덜랜드)이 복귀하면서 그동안 하대성(FC서울), 박종우(부산 아이파크), 이명주(포항 스틸러스)가 보여주지 못했던 볼 간수, 패싱 능력을 선보이며 안정감을 되찾았다.

공격에서는 김보경(카디프시티)와 손흥민(레버쿠젠)이 왼쪽 날개에서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고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오른쪽 날개에는 이청용(볼턴)이 확실한 주전자리를 예약했다.

다만 원톱 공백을 채우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동원(선덜랜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홍 감독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더욱이 박주영(아스널)이 여전히 이적할 팀을 찾지 못하면서 대표팀 합류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홍 감독은 말리전에서 이근호(상주 상무)를 내세워 가능성을 키웠지만 해답으로 보기엔 무리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외에도 이번 평가전에서 좌우 풀백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 이용(울산 현대)이 괜찮은 경기력을 선보였고 기성용의 파트너 한국영(쇼난 벨마레) 역시 두각을 나타내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홍 감독은 “팀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력이다. 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며 “브라질전을 통해 수비 조직력은 많이 안정됐다. 말리전에서는 공격 작업에 세밀한 콤비네이션을 더 준비했다. 자연스럽게 공격과 수비에서 원활히 맞아 들어갔다. 팀 플레이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좋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선수들도 대표팀이 발전하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선수들의 표정도 지난달 아이티와 크로아티아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소집됐던 기성용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이 많고 감독님이 원하는 바를 이해하고 있어 어려움은 없었다”며 “감독님은 팀 일원으로서 동료를 위해 희생하고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를 원한다. 팀에서 내가 주목받기보다는 전방의 선수들을 도와야 하는데 한국영과 그런 역할을 잘 해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그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호흡이 좋아지고 있는 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철도 “성용이가 가세하면서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수비가 좋아져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면서 “팀의 부분 전술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청용은 “감독님이 소집 첫날부터 강조한 대로 이제는 실험이 아닌 내년 월드컵을 준비하는 팀으로 조직력을 다질 때다. 대표팀이 골 기회도 많이 만들어 내고 골 결정력도 좋아졌다. 팀이 완성된 모습을 갖출수록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동원 역시 “대표팀이 어떤 경기를 하려는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여준 것 같다. 이번 소집에서 ‘원 팀’을 보여준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아쉬운
세트피스와 원톱

말리전을 통해 완성도 높은 경기를 선보인 홍명보호에도 여전히 아쉬운 점은 남아 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세트피스 실점을 또다시 허용하며 악몽을 되풀이했다. 또 위험지역에서의 실수도 여럿 있어 추가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 반복됐다.

홍명보호는 말리전 초반부터 파상 공세를 벌였다. 이근호,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은 끊임없이 포지션 이동을 통해 말리의 골문을 지속적으로 위협했다. 하지만 우측면에서 프리킥을 내주면서 전반 28분 모디보 마이가에게 헤딩 선제골을 허용해야 했다.

위기는 2~3차례 더 있었다. 잔 실수가 치명적인 실수로 연결될 뻔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쉽게 젖혀지며 위기를 자초했다. 후반 중반에는 결정적인 패스미스로 만회골을 내줄 뻔했다.

결국 위험지역에서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구사하지 못하면 월드컵 본선에서는 곧바로 패배와 직결될 수 있다. 특히 이번 말리전에서의 실수는 세계적인 선수들이었다면 실점을 허용할 수 있는 장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선수들 간에도 온도차를 보였다. 구차절의 경우 이번 평가전에서 다소 주춤한 공격력을 보여 눈에 띄지 않았고 지동원은 브라질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수문장 정성룡(수원 삼성) 역시 네이마르의 프리킥을 막지 못한 것이 독이 되면서 주전 골키퍼로서의 자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공격력의 마지막 퍼즐, 원톱도 해소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그간 손흥민, 구자철, 이근호가 대안으로 떠오르고는 있지만 여전히 믿음직한 스트라이커를 찾지 못했다.

다만 홍 감독은 지속적으로 물망에 올랐던 박주영(아스널)을 지켜보며 고심하고 있다. 홍 감독은 말리전 직후 “박주영 역시 우리 팀에 남아 있는 일원 중 하나”라고 말해 그를 공격 퍼즐의 남은 한 자리에 앉힐 수 있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간 홍 감독이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에서 발탁하기 어렵다”는 원칙을 고수해온 만큼 어떤 명분으로 박주영을 합류시킬 수 있을 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더욱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 위건은 박주영을 임대 형식으로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고액 주급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박주영이 대표팀에 곧 바로 합류하기엔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편 홍명보호는 11월에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 뒤 올해 A매치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음달 15일에는 스위스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또 19일 상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러시아 등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축구대표팀은 내년 초 브라질·미국으로 건너가 전지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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