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황우석? 라정찬 회장 정관계 로비 의혹
제2의 황우석? 라정찬 회장 정관계 로비 의혹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3-10-21 10:36
  • 승인 2013.10.21 10:36
  • 호수 1016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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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고 있는 전현직 국회의원은 누구?”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지난 6월 말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긴급 구속됐다. 8월에는 알앤엘 바이오사 측이 부실회계 무마 로비로 금감원에 건네주려는 현금 5억 원을 민주당 김종률 전 의원이 중간에 가로채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한강에 투신 자살했다. 또한 9월 말에는 검찰이 현직 여당 국회의원실 이모 비서관을 알앤엘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긴급 체포하면서 재차 언론에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이모씨는 보건복지위 간사방의 비서관으로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알앤엘 측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정치권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제2의 황우석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검찰 조사 전직 의원 자살 줄기세포 알앤엘바이오 사업
- 구속 라정찬 회장…18·19대 보건복지 국회의원 ‘겨냥’

▲ 라정찬 한국알앤엘 바이오 회장 <뉴시스>
참여정부를 뒤흔든 황우석 사태는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과 많이 닮아 있다. 줄기세포를 둘러싼 연구라는 점,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관심 그리고 서울대 수의학과 출신이라는 점에서 흡사하다. 라정찬 회장이 주목을 받은 것은 2001년 서울대 수의대 교수 3명과 함께 성체줄기세포 전문회사인 알앤엘바이오사를 설립하면서부터다.

그는 독자 기술로 줄기세포 분리배양 기술 표준화를 이뤘다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세계 최대 규모의 줄기세포 생산센터를 구축하고 줄기세포 치료 경험 환자가 1만 명이 넘었다는 일부 언론보도까지 가세하면서 ‘줄기세포의 신화’로 여겨졌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메디포스트, 차바이오앤과 함께 줄기세포 분야의 3대기업으로 꼽혀 왔다. 2011년에는 이시종 충북지사와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및 투자 협약식도 열었다.

주가조작에서 정치권 로비로 ‘선회’
하지만 라 회장은 올해 6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거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단순히 주가조작 사건으로 여겨지던 라 회장 건은 9월 민주당 김종률 전 의원이 한강에 투신 자살하면서 정치권으로 옮아붙었다. 특히 라 회장과 김 전 의원은 충북 출신으로 같은 고향에 청주 신흥고-서울대 선후배 관계로 절친 관계다. 이런 김 전 의원은 2011년 1월 알앤엘바이오 측이 부실회계 무마를 위한 로비용으로 조성한 5억 원을 중간에 가로챈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던 중 자살했다.

김 전 의원은 금품 전달 역할을 맡았지만, 이를 금융감독원 간부에게 전달하지 않고 배달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의 갑작스러운 투신사건으로 정치권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2011년 당시 김 전 의원은 이 회사 고문으로 일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진상조사위원장’으로 활동했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면서 ‘MB 저격수’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2009년 9월 단국대 이전사업과 관련해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형을 받아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상황에서 라 전 회장과 친분을 유지해 왔다.

검찰 수사는 김 전 의원의 자살로 재차 김이 빠지는 형국이었다. 검찰은 구속수사를 벌이던 금감원 간부 역시 ‘혐의 없음’으로 풀어주면서 사건은 단순한 주가조작 횡령 사건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9월말 현직 새누리당 보건복지위원인 Y 국회의원 비서관을 긴급 체포하면서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이모 비서관은 보건복지 전문 비서관으로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역시 보건복지위 소속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함께 일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 비서관의 구속이 알앤엘바이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체포돼 여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 비서관을 통해 정치권 로비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1년 10월 알앤엘바이오 직원에게 성체줄기세포 치료 합법화 법안 통과에 대한 청탁과 함께 3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18대 국회에서는 줄기세포 등의 관리 및 이식에 관한 법률을 정하균 전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자동 폐기됐다. 당시 신상진 의원은 ‘인체유래세포 보관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19대에서는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정하균 전 의원과 동일한 법안을 2012년 11월에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특히 줄기세포관련 법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 유명 정치인 경제인 연예인까지?
식약처에서는 “선진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돼 있다”며 “임상시험을 통해 확보될 수 있는 안전성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간소화하자는 것은 적합지 않다”고 반대하고 있다.

현재 자가유래 줄기세포치료제는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으며 제1상 임상약리시험, 제2상 치료적 탐색 임상시험, 제3상 치료적 확증 임상시험을 모두 거친 후에야 품목 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에서는 라 회장이 국내법으로는 줄기세포 임상시험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치권 인맥을 통해 줄기세포 관련법을 만들어 합법화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한 인사는 “라정찬 회장도 사기성이 농후하다. 과거 황우석 박사와 마찬가지로 줄기세포는 다른 분야와 달리 중·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라 회장이 지나치게 단기성과에 매달리는 인상을 줬다”며 “결국 계량화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한 사업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하루아침에 철창 신세로 전락했다”고 평했다.

한편 검찰은 라 회장이 불법 시술을 한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그 대상이 한국인이 주 고객이고 정재계 인사들이 다수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2012년 12월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알앤엘바이오사가 일본·중국 등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자가줄기세포 이식술을 시행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매달 500여 명의 한국인이 1000만~3000만 원을 들여 일본의 한 병원에서 이 시술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알앤엘바이오 측은 당시 심장병, 당뇨, 관절염 등을 이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라 회장은 국내 시술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국내 정관계 최고의 인사들을 대상으로 시술을 벌였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정치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알앤엘바이오사가 한창뜰 때는 전직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의 친인척, 법조계, 종교계 거물급 인사, 정치인, 연예인 등이 주요 고객이었다는 말들이 많았다”며 “주로 국내 자택이나 국외 지사에서 시술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정치권을 향할 경우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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