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③] -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카카오톡 ③] -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3-10-21 10:14
  • 승인 2013.10.21 10:14
  • 호수 1016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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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억 명 소셜허브’를 꿈꾸다

한국경제가 짧은 시간 안에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과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들 기업가들은 독특한 경영이론과 기법들을 창안했으며 한국의 기업풍토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이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은 인재제일주의를, 현대의 정주영은 생산의 혁신을, LG의 구인회는 인화모델을 각각 창안해 냈다.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들 1세대 창업자들의 도전과 혁신적인 창업정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일요서울]은 한국 경제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기업들의 창업스토리를 출판물 또는 기존 자료를 통해 다시금 재구성해 본다. 서른 두 번째 창업스토리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1등 모바일 메신저로 우뚝 선 김범수의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 무료 모바일 메신저 출시 시점은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누구보다 앞서 ‘무료’ 메신저를 등장시킨 것이다. 카카오톡이 최초 모바일 메신저는 아니지만 무료 메신저라는 점에서 각광을 받았다.

이전에는 미국에서 개발한 ‘왓츠앱(What’s APP)’ 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었다. 왓츠앱은 PC 메신저와 달리 스마트폰에 최적화해 전화번호부와 연동한 메신저 기능을 제공했다. 더욱이 푸시 기능으로 모바일에서 사용하기 제격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모바일 메신저와 PC 메신저를 차별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김범수 의장은 왓츠앱의 유료화 비즈니스 모델 때문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유료화를 한 순간부터 사용자를 끌어 모으기란 어려워진다.

그는 ‘서비스 모델인데 다운로드모델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서비스를 제공해 이와 연계한 무엇인가로 수익을 얻어야 할텐데 다운로드 한 건당 얼마 받는 모델로 가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예감은 적중했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유료모델은 사용자를 등 돌리게 했다.

그래서 카카오는 수익을 쫓기보다 가입자 저변을 넓히는 데에만 집중했다. 큰 사고는 없었지만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적은 몇 번 있었다. 하루에 2~3억 건의 문자, 음성, 비디오, 사진, 메시지를 처리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 모든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전 세계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OS에도 초점을 맞춰야 했다.

그럼에도 소탐대실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유료화에 대해서도 ‘100년 후에나 고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이유는 한 가지다. 서비스가 탄탄할 때 그로부터 파생시킬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 0원으로 2000만 가입자 모집

카카오톡이 마케팅을 위해 쓴 돈은 ‘0원’이다. 마케팅 비용을 한 푼도 들이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수많은 가입자들을 끌어 모은 것일까.

카카오톡이 마케팅에 투자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모바일 앱을 마케팅할 만한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범수는 카카오톡의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웹에서의 성공 기억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웹이 있는 많은 서비스들이 모바일에서도 필요하겠지만 서비스 형태나 유저인터페이스는 전혀 다른 모양새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마케팅도 그에 걸맞게 웹과 전혀 다른 전략을 펼쳐야만 한다.

모바일 앱에서는 ‘앱 스토어 랭킹’이 절대적이다. 쓸 만한 애플리케이션을 찾으러 앱 스토어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기항목을 먼저 방문한다. 한번 톱 랭크에 진입한 앱은 일정기간 앱 스토어에서 자동적으로 홍보가 되는 셈이다.

카카오는 그 무엇보다 소셜 미디어와 언론매체, 앱 커뮤니티를 통한 홍보에 집중했다. 짧은 시간 안에 성공적으로 톱 랭크에 진입했고, 사용하기 쉬운 몇 가지 로직 덕에 사용자가 사용자를 끌어오는 형태가 됐다.

편리성, 그리고 카카오톡의 철학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카카오톡을 메신저로서가 아니라 저렴하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툴로 생각했다.
와이파이에 연결되면 문자를 보내는 요금은 무료가, 3G에 연결된 경우에도 매우 저렴하다. 정액 요금제 한도를 넘어섰다고 해도 텍스트 메시지 한 개를 보내는 비용은 고작 0.2원이다. 일반 문자를 보내는 비용의 10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해외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는 말할 것도 없다. 가족들을 외국에 보내놓은 기러기 아빠들에게는 유용하고 또 고마운 툴이다. 그래서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톡의 유료화를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라 생각한다.

이처럼 무료 메신저라는 모델은 카카오톡을 초기부터 톱 랭크에 오르게 할 수 있는 큰 힘이 됐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톡에는 편리함이 있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앱을 설치하고 전화번호와 이름(또는 별명)만 입력하면 된다. 그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흔한 ‘가입절차’같은 것도 없다.

카카오톡이 나올 당시는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전화를 교체한 사람들이 애플리케이션을 새로 설치해 놓고 친구도 일일이 추가했어야 했다고 생각해보자. 그 얼마나 귀찮은 일이 됐을까.

또 카카오톡은 세계 최초로 ‘그룹채팅’ 기능을 추가했다. 물론 그룹 채팅은 PC 메신저에는 이미 적용된 기능이지만, 스마트폰 메신저의 그룹채팅은 PC메신저 그룹채팅과 차원이 다르다. 온라인 상태에서만 가능한 PC 메신저와 달리 스마트폰 메신저에서는 친구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만 하면 24시간 항상 로그인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에 연결하기 위해 양쪽 모두 전화번호를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이미 자신의 연락처에 전화번호가 등록돼 있고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자동으로 카카오톡에 ‘친구’라고 등록이 된다.

카카오톡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개념을 결합해 대화 상대의 이름부터 ‘친구’로 정했다. 단순 메신저가 아니라 친구를 이어주는 SNS인 것이다.

▲ <사진=뉴시스>

안정적 수익모델 위해 소셜허브 전략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독자적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필수적이었다. 적자를 계속하면서 투자받은 자금으로 무한정 버틸 수 없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또 다른 투자를 유치하기도 쉽지 않다.

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경우를 봐도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수익 모델이 있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카카오톡이 경쟁자로 꼽고 있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사례를 보면 페이스북은 동영상, 게임, 전자상거래 등이 가능하게 플랫폼을 오픈했다. 그리고 각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가상화폐 ‘페이스북 크레딧’을 만들고, 환전 수수료를 수입으로 거두고 있다. 반면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는 트위터는 수익 모델의 부재로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김범수 역시 수익 모델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면서도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 번째는 고객에게 절대 ‘유료화를 통해 돈을 받지 않겠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 원칙은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수익모델’이다. 절대로 고객을 불편하게 하거나 해를 끼치는 모델은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불편을 고려해 광고를 적용하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이용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신개념의 광고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고객이 원하는 광고를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광고제공에 대한 고객의 동의를 얻어내는 일, 고객의 정보 수집을 어디까지 할지 등이 모두 풀어야 할 숙제였다.

카카오톡은 미래에 진화할 모습을 ‘소셜허브’로 정했다.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데 있어 카카오톡이 중심에 자리해 허브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애플 앱 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등에 있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익 모델의 시작이 된 첫 번째 결과물은 카카오링크다. 카카오링크는 카카오톡과 다른 외부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해 해당 앱의 콘텐츠를 카카오톡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음악, 영화, 동영상, 파일, 뉴스, 맛집, 위치, 사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다. 카카오링크가 적용된 애플리케이션은 540개가 넘는다.

한국의 기대주에서
글로벌 소셜네트워크로

현재 모바일 메신저는 카카오톡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톡보다 먼저 나왔던 왓츠앱은 물론 다음의 ‘마이피플’, NHN의 ‘네이버톡’과 ‘라인’, SK커뮤니티케이션즈의 ‘네이트온UC’ 등이 줄줄이 나왔다. 네트워크 부하가 걸린다며 망 이용대가를 내놓아라 목소리를 높이던 이동통신사도 서비스를 내놓았다. LG유플러스의 ‘와글’, KT의 ‘올레톡’이 그것이다. 뿐이랴. 애플의 OS는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끼리 무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아이메시지’를 포함했다.

만만찮은 경쟁자들이 등장했음에도 카카오톡은 소셜허브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혼자 가지 않고, 다른 모바일 사업자들과 함께 가는 방법을 택했다. 모바일 시장성장에 카카오톡이 힘을 보태고, 그 속에서 카카오톡 역시 소셜허브로 한발씩 다가가겠다는 생각이다. 오픈 플랫폼 정책이 이 같은 생각의 핵심이다.

카카오톡은 보다 많은 애플리케이션에서 보다 많은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카카오링크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모든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에 공개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카카오링크를 자신의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애플리케이션에 카카오링크를 적용하면 카카오톡을 통해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모바일 이용자를 더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구나 오픈 API로 자유롭게 가져다 쓸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카카오링크를 통해 기대했던 효과들은 곧바로 증명됐다. 카카오링크를 시작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카카오링크가 적용된 애플리케이션들의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했다. 음악 서비스 ‘벅스’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3주 만에 30%의 트래픽이 증가했다. 이미지패러디 애플리케이션은 카카오링크 적용 전 70위권이던 앱 스토어 순위가 3주 만에 41위로 상승했다. 김범수 의장은 “다양한 모바일 회사들과 상생과 협력을 통해 건강한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꿈”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은 꾸준히 급증하는 가입자, 소셜허브로의 진화,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성공적으로 이뤄가고 있다. 기업 가치도 엄청나게 커졌다.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인수제의를 여러 차례 받기도 했다. 김범수는 “3년 이상 100억 원 넘게 투자하며 카카오를 끌어왔는데, 시작하는 단계에서 매각은 의미가 없다”며 인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카카오톡이 한국의 기대주에서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가입자 확대와 수익 모델 발굴이 필수적이다. 카카오톡의 목표대로 글로벌 1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수익 모델을 갖춘다면 기업 가치는 수조 원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는 카카오가 밝혀온 것처럼 페이스북, 트위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도 기대할 수 있다.

<끝>
<정리=박시은 기자>
<출처=톡톡! 국민앱 카카오톡 이야기 中│문보경·권건호·김민수 지음│머니플러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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