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일째 입원 중인 김영삼 전 대통령
200일째 입원 중인 김영삼 전 대통령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3-10-21 10:06
  • 승인 2013.10.21 10:06
  • 호수 1016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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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와 거동이 불편, 재활에 집중”

▲ <뉴시스>
[일요서울|오두환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이 4월 5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이후 200일이 지났다. 처음 입원할 당시에는 감기로 입원했으나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한 달 넘게 급성폐렴 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본관 12층 VIP실에 머물고 있으나 면회객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올해로 86세를 맞았다. 고령인데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김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86세, 육체적 정신적으로 기력 쇠해
현철씨 “연말을 상도동에서 보내실 수 있게 되길”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감기증세 치료, 지난해 4월 혈류를 원활하게 하는 스탠트 시술 등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하지만 200일이 넘도록 장기 입원해 있는 것은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근육위축증설도 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54)씨는 10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아버지가 서울대병원에 폐렴으로 입원하신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엔 가벼운 감기증세로 입원하셨는데 갑자기 급성폐렴 증세로 바뀌면서 중환자실에서 한 달 가까이 투병하시다가 고비를 넘기시고 다시 호전되셔서 일반 병실로 옮기신 이후 지금까지 폐렴 증세는 거의 완치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식사를 하시는 데 무척 어려움을 겪으시고 아직 거동도 상당히 불편하셔서 매일 열심히 재활연습을 하시면서 상당한 의지를 보이고 계십니다만 연세가 이제 86세나 되시다 보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무래도 기력도 쇠하고 면역력도 많이 떨어져 회복하시는데 무척 어려움을 겪고 계십니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지난 추석명절에도 처음으로 상도동에서 함께 지내시질 못하셨는데 연말 크리스마스 이전엔 퇴원하셔서 저희 가족들과 함께 연말을 상도동에서 보내실 수 있게 되시길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도 현철씨는 “많이 회복 돼 가는 중이고 말씀하시는 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으시다”며 “하지만 식사와 거동이 조금 불편하시다. 아직도 재활을 더 하셔야 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근육 쪽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러신 것 같다. 아무래도 완쾌가 되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좀 더 계셔야 할 것 같다”고 밝혀 김 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에 퇴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 입원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아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한 서울대병원 VIP 병동은 본관 12층에 있다. 같은 층에 일반 병동도 같이 있지만 VIP 병동은 별도로 구분돼 있고 문 앞에는 안전요원으로 보이는 직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17일 찾은 서울대병원 VIP 병동은 조용했다. 투명한 유리문 안으로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료진을 볼 수 있었다. 간혹 진료를 받으러 병실을 나왔다 들어가는 환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김 전 대통령 측 가족들은 볼 수 없었다.

병원에 머무는 일반 환자들과 환자 가족들 중에는 김 전 대통령의 입원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을 본 사람은 거의 없다. 김 전 대통령 측근들도 병세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삼가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의 상태를 “나쁘거나 그런 건 아니다. 큰 문제는 없다”라면서 “자세한 이야기는 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퇴원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퇴원 문제는 의료진이 판단할 문제다”라고 밝혔다.

그룹 총수들도 머무는
서울대 VIP 병동

서울대병원 VIP 병동은 그룹 총수와 전직 대통령이 즐겨 찾는 곳이다. 김 전 대통령 외에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 등도 VIP 병동에서 치료를 받거나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태우 전 대통령은 9월 30일부터 천식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 10월 4일 퇴원했으나 며칠 전 다시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8월 26일에는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으로 혈압 조절을 위해 서울대병원 암 병동 특실에 입원했다가 사흘 만에 퇴원하기도 했다. 앞서 2011년 4월에는 호흡곤란과 폐렴증세로 입원했다 기관지에서 길이 7㎝의 한방용 침이 발견돼 제거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후 천식과 기침, 고열 등으로 수차례 입원 치료를 받았다. 2002년에는 전립샘암 수술도 받았다.

“이제 상도동사람들 없다”

김 전 대통령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상도동계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철씨는 9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상도동사람들이란 없다. 아버지가 쓰러지신 이후 더욱 가관이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내년 3월 준공을 앞둔 YS기념도서관에 어렵사리 기증한 재산에만 눈독을 들이고 기금 조성이나 대행할 학교 선정에는 관심도 없다. 아버지 근황도 관심 없다”며 “그저 자신들의 안위만 걱정이다. 이럴 바에는 도서관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게 더 나음직도 싶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현철씨 발언은 YS민주센터 건립을 둘러싸고 상도동계 내부에서 의견충돌이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급기야 현철씨는 이틀 뒤인 9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부로 저의 아버지 YS민주센터의 이사직을 사임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아버지기념도서관과 관련한 어떠한 일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너무나 훌륭한 민주계 인사들이 포진되어 있어 더 이상 제가 할 일이 없네요. 상도동을 포함하여 모든 재산을 내놓았으니 처분은 그분들이 알아서 할 일이겠지요”라며 “저는 그저 저의 아버지 병상이나 지키면서 살아가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상도동계 내부 분열이 사실임을 짐작게 했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도 현철씨는 “기금 조성이나 학교 선정이 필요한데 재산 매각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잘못된 것 같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 완전히 손을 놓을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전했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11년 1월 상도동 자택과 거제도 땅 등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거제도 생가와 그 부속으로 있는 기록관 용지는 거제시에, 거제도에 있는 신명교회는 장로회 교단에, 서울 상도동 센터와 선영 묘소 임야는 김영삼 민주센터로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에 따르면 이미 유언증여 형식으로 공증을 다 마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환원 재산 규모는 50억 원 정도다.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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