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이동통신 3사가 “스팸문자를 막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막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량 문자발송 서비스 사업을 통한 수익을 포기하지 못해 스팸문자 발송을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통신업체 노조원 A씨는 “통신사들도 도박, 대출 등이 포함된 스팸문자 발송의 문제를 알고 있지만 매출 목표를 채우기 위해 앞장서서 제지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올해까지 스팸 문자메시지 유통량을 30% 감축한다는 목표 하에 스팸문자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사례 1. B씨는 얼마 전 친 형의 전화번호가 찍힌 문자메시지에 크게 당황했다. 형이 다짜고짜 “돈이 필요하니 **은행 계좌로 돈을 부쳐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 알고 보니 형의 번호가 유출돼 스팸문자로 둔갑된 사기였던 것임을 알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 B씨는 스팸문자를 철저히 차단해주는 이동통신사로 옮기려고 결심하고 이곳저곳을 수소문했지만, 다 거기가 거기라는 사실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례 2. 주부 C씨는 얼마 전 초등학생 자녀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성인광고 문자가 주기적으로 와 있었기 때문이다. C씨는 “처음에는 아이가 성인물을 받아보는 줄 알고 놀랐는데 알고 보니 광고 문자였다”고 말했다. 이후 아이에게 메시지를 보낸 번호를 신고하긴 했으나 또 다른 번호의 문자와 신고가 불가능한 발신 제한 번호로 발신된 스팸 문자는 여전히 전송되고 있다. C씨는 “아무리 스팸문자가 활개를 친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초등학생인 아이한테까지 이런 문자를 보낼 수 있느냐”며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으니 아이의 전화번호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내용에 ‘화들짝’
있으나마나 금지조항…소비자들만 짜증
방통위에 따르면 연도별 휴대전화 스팸신고 현황은 2008년 2112만4172건, 2009년 3558만7648건, 2010년 7033만7379건으로 매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올해 스팸신고 현황은 이미 지난 2월부터 2008년도의 절반을 넘어섰다.
전체 스팸문자 중 KT와 LG유플러스를 통해 발송된 스팸문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문자 스팸은 KT, 이메일 스팸은 LG유플러스가 주요 전송 채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메일 스팸의 경우 전체 스팸량의 55.0%가 LG유플러스를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당 하루 평균 0.23건의 스팸문자를 받고 있으며, 휴대전화 전체 가입자 수를 곱해 봤을 때 하루에 발송되는 스팸문자의 총량은 1245만 건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신고된 779만 건의 스팸문자 중 KT는 37.4%(291만개), LG유플러스 37.1%(288만개)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SK계열사는 9.1%에 그쳤다. 그러나 신고하지 않는 스팸문자가 많아 실제 유통되는 스팸문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등에 따르면 2009년 이동통신사가 발송 대행업체를 거친 대량문자 서비스로 벌어들인 매출은 약 2000억 원이다. 업체별로는 SKT가 1100억 원, KT가 530억 원, LG유플러스가 300억 원 수준이다.
신고된 스팸문자의 내용은 주로 대출(23%), 도박(22.5%), 성인(22.4%), 대리운전(3%) 등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동통신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스팸문자를 제지한 적이 없어 ‘방관’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 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달 30일 스팸 유통현황을 공개하며 “일부 사업자는 스팸으로 발생하는 매출을 포기하지 못해 스팸발송을 방조하거나, 적극적인 차단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스팸문자의 양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사업자의 자율규제와 정부의 정책에 다라 스팸문자가 30~40% 감소했다”고 말했다.
현재 통신업체들은 별정 사업자를 따로 두고 대량 문자 발송이 가능한 계약을 하는 형태로 문자 서비스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시장엔 기간통신사업자(정보통신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사업자)와 다수의 일반 사업자들이 진출해 있다. SK텔레콤은 계열사인 SK네트웍스, SK텔링크, SK브로드밴드 등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량 문자발송 서비스의 수익 구조는 이용자들이 문자를 많이 보낼수록 수익이 올라가게 돼 있다. 그 때문에 문자 발송 건수에 따라 계약금도 달라진다.
스트레스의 주범이 된 스팸문자 발송자가 통신사 측에서는 VIP 고객이 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와 별정업체 간에 계약을 할 때 대표적인 스팸문자 내용인 대출, 성 기능 약품, 게임과 관련된 부분은 금지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존재 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를 어긴 업체들이 계약이 파기되거나 처벌을 받은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은 “오해가 있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스팸차단 서비스를 위한 나름의 노력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SKT는 수신한 문자에 대한 확률 계산을 통해 스팸확률이 95% 이상일 경우 차단하는 스팸필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고객이 하나의 스팸 단어를 등록하면 풀어쓰기나 띄어쓰기, 특수문자 등 변형된 스팸 메시지까지 함께 차단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운영 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스팸차단 서비스 홍보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스팸방지 수준과의 온도 차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한편 방통위는 정부 차원에서 올해까지 ‘스팸 문자메시지 유통량 30% 감축’이라는 목표 하에 스팸문자와의 전면전을 선포해 스팸차단 서비스에 가입한 인원을 추가적으로 380만 명(SKT 220만 명, KT 130만 명, LG유플러스 30만 명)을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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