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위반·4년간 소비자 보상 건수 최다
고위공직자 사외이사 영입하는 또 다른 속내는
GS홈쇼핑이 ‘기적의 크림’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와 판매를 해 온 미국 ‘마리오 바데스쿠 힐링크림’의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소극적인 사후 처리로 비난을 사고 있다.
문제가 된 이 제품은 지난해 12월 화장품에 사용이 금지된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금지 및 회수 조치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는 피부에 사용했을 때 단기적으로 피부 트러블을 가라앉혀 피부를 좋아보이게 하지만 장기적으로 남용할 경우 마약처럼 피부에 심각한 중독 현상이 생긴다. 특히 쓰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부는 스테로이드에 의존성을 가지게 돼 모낭염을 비롯해 혈관 확장, 피부파괴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GS홈쇼핑은 이를 알고도 제품을 구매한 모든 소비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채 피해를 호소한 일부 고객에게만 환불 및 보상 조치를 했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취급액 3조 원, 연매출 1조 원이 넘어선 사실에 대해서는 대대적으로 홍보 활동을 벌이면서도 피해 발생 사실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재 기적의 크림 피해자들과 GS홈쇼핑은 보상 문제를 놓고 협의 중이지만 이미 고객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허 사장의 고객 사랑은 스테로이드 크림이냐”는 조롱이 난무할 정도다.

GS홈쇼핑의 경영 방식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초에는 사정기관 및 고위 공직자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 자리에 앉혀 비난을 받았다.
회사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사례는 지금까지 전무하다. GS홈쇼핑의 사외이사들 대부분이 검찰, 세무, 공정거래위원회 등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료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전형적인 전관예우 및 낙하산 인사 관행을 벌였다는 눈총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GS홈쇼핑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공정거래법을 4차례나 위반해 시정명령을 받았다. 2010년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 2011년 대규모 유통업 특정 불공정 행위, 2012년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와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 등이다. 2009년 공정거래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GS홈쇼핑이지만 잇단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결국 인증을 박탈당했다.
2005년에도 이미 한 차례 공정거래법 최다 위반 기업으로 선정돼 망신을 산 바 있음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논란의 반복은 4년째 소비자 피해보상 건수 최다라는 결과를 가져 왔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4년간 4대 홈쇼핑채널별 소비자 피해보상 건수 현황’에 따르면 GS홈쇼핑은 대기업 4대 TV홈쇼핑인 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중 4년 연속 피해보상건수 1위를 차지했다. 또 중소기업 상품 편성 비율에서도 연평균 53.8%로 가장 낮은 편성 비율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허 사장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압박을 느껴 내부 문제 개선보다 외적 요소에만 힘을 쏟았기 때문에 이 같은 논란이 생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적의 크림’ 판매로 불거진 경영 방식 논란의 여파가 언젠가 한 번은 터질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허 사장은 ‘장기적인 전망’과 ‘안전성’을 중시하며 단기실적 성과를 두고 여유를 보였다. 바짝 추격해오고 있는 CJ오쇼핑에 비해 업계의 트렌드였던 사명 변경, 해외 시장 진출, 이색마케팅 모두 한 발 늦게 시작했음에도 ‘자기성장’을 추구하며 외유내강의 모습을 보여 왔다. 적자를 보더라도 당장의 매출에 급급해하지 않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체질개선에 주력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논란으로 그동안의 행보는 모두 ‘보여주기’에 불과한 셈이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GS홈쇼핑은 상반기 영업이익을 44.8%나 증가시켰음에도 앞으로의 상황은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최근의 논란이 없었다면 허 사장의 경영철학이 빛을 본 것이 됐겠으나 마진이 높은 패션·뷰티 상품 위주의 편성 변화를 통한 긍정적인 결과보다 실적에 급급해 피해를 양산시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한 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GS홈쇼핑 측은 이 같은 논란에 “오해가 있다”는 반응이다. 사측의 한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된 기적의 크림과 관련해서는 고객들과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화장품과 관련된 보상 기준이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어 처음에는 100만 원 선으로 금액을 한정했지만, 현재는 고객이 겪은 부작용을 치료하는 데 드는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도 뷰티 관련 상품을 강화할 예정인 만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방송을 통해 판매될 수 있는 상품의 기준과 품질을 강화했다”며 “공인된 외부 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상품을 검사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