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열정의 리더십②
[기획연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열정의 리더십②
  • 김의식 경영학 박사
  • 입력 2013-10-21 09:29
  • 승인 2013.10.21 09:29
  • 호수 1016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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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하면 세계를 바꿀 수 있다

 


2. 포용의 리더십

지구촌이 일일 생활권이 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시시각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 이슈들을 한시라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현안인 글로벌이슈 문제 해결에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필요로 했다. 질병예방 및 퇴치, 여성 폭력의 종식,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 개발, 식량·에너지문제, 고용창출, 평화와 안전, 핵무기 확산 금지, 지구 온난화방지 등 국제사회의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청됐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2008년 7월 서울대에서 행한 ‘더 나은 세계를 위한 더 강한 유엔(A Stronger UN for a Better World)’이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변화의 속도는 가속화될 것이며 지금 세대는 이전 어떤 세대보다도 더욱 극적으로 기술·사회·경제·정치적 진전을 이룰 것”이라며 “내일의 리더로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포용하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포용이란 다른 사람을 관용하거나 용납하는 것을 말한다. 남의 결점이나 허물을 들춰 내지 않고 너그럽게 감싸 주거나 받아 들이는 것이다. 포용의 원천(源泉)은 바로 사랑이다. 사랑 없는 포용은 이뤄지지 않는다. 흔히 마음이 넓은 사람을 ‘바다’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이처럼 상대방의 결점을 들춰내기보다 그 결점을 감싸 안는 것이 바로 포용이다. 너그럽고 도량이 넓으며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존경을 받는다. 그러므로 사람은 반드시 포용력을 길러야 한다.

기원전 3세기 중국의 사상가 순자(荀子)는 정치적으로 부국강병과 실리를 숭상하던 전국 시대 말기에, 예의로 질서를 잡아가는 예치(禮治)국가를 세우라고 권고하면서 포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君子賢而能容罷

知而能容愚

해박한 지식을 가진 군자는 얄팍한 지식을 가진 사람을 포용할 수 있고,

순수한 사상을 지닌 군자는 복잡한 사상을 지닌 사람을 포용할 수 있다.

포용은 지혜의 한 가지며, 도량의 표현이고, 수양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는 공자가 말한 논어 ‘위정편’에서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고 한것과 일맥상통한다. 군자는 한 분야에만 정통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적 지식이 합쳐져야 비로소 위대한 탄생이 된다. 즉, ‘그릇에 자신의 용도에 걸맞는것만 담아서는 큰 인물이 될수 없다’라는 군자불기(君子不器)를 주장했다.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34대 대통령이 제2차세계대전시 유럽 전선에서 연합군 최고사령관으로 있을 때 이야기이다. 그가 수행참모와 함께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 한 병사가 담배를 물고 올라오면서 장군에게 “헤이 라이터, 담배 불 좀 주게” 라고 말했다.

병사의 무례함에 얼굴을 찡그리는 참모를 돌아보며 사령관은 인자한 모습으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병사는 아무래도 이상한 마음에 담배를 물고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 사람이 바로 대장 계급장을 단 자기 사령관 아이젠하워가 아닌가! 철이 없는 병사가 담배를 물고 사라진 후, 장군은 수행하는 참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봐, 위에서 내려가는 나는 저 병사의 계급장이 보이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저 병사는 내 계급장이 보이질 않는다네.” 아이젠하워는 태연히 계단을 내려갔다.

친근하고 소박하며 너그러운 성품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폭넓은 사고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원숭이 같은 얼굴 모습과 약간은 바보스런 표정이 모든 사람에게 친근감을 줄 수도 있다. 화를 내지 않고 진지하게 남의 말을 듣는 성숙함, 자기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조화력, 생활 속에서는 부하에게 질 줄도 아는 포용력 등 사령관에게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

아이젠하워는 맥아더의 부관으로 있으면서 맥아더의 집중과 냉철함을 몸에 익힐 수 있었다. 미 육군 참모총장인 마샬(Marshall) 장군이 아이젠하워의 이런 특성을 알고 유럽 연합군 사령관에 그를 추천했다. 맹장인 패튼 장군, 완고한 고집쟁이인 영국의 몽고메리 원수,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의 드골 장군 등을 지휘하는 데는 전략이나 전술지식보다는 조화력이 풍부한 사람이 필요했다. 그가 바로 아이젠하워였다.

상대를 포용하는 마음을 가진 아이젠하워 장군이 만약에 그 병사가 경례를 하지 않았다고 벌을 줬다면 미국 대통령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 총장의 포용력은 어릴 때부터 나타난 품성으로 생각된다. 필자가 만난 반 총장의 친구들이나 정연진 담임선생님에 의하면 초등학교 체육시간을 마친 어느날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한 학생이 반총장의 도시락을 몰래 먹다가 들켜서 야단을 맞을 때였다. 반 총장은 “그 도시락 제가 먹으라고 했습니다”하면서 재빨리 그 친구를 감싸 주었다.

뿐만 아니라 자연보호 운동의 일환으로 송충이를 잡으러 갔다가 송충이를 잡지 못한 학생에게 자신이 잡은 송충이를 나누어 주어 야단맞을 상황으로부터 보호해준 일 등 평소 마음이 넓은 학생이라고 정평이 나 있었다.

변화무쌍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내 생각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배척하지 말고, 너그럽고 후하며 점잖은 사람, 즉 관후장자(寬厚長者)가 필요한 사회다.

평소 역할모델이 된 반 총장의 포용력을 생각하면서 내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초빙교수 시절 강의를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오는데 한 남학생이 친구 여학생과 손을 잡고 내려가던 중 무심코 바닥에 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순간적으로 그 학생이 뱉은 침앞에 무릎을 꿇고 혀를 가까스로 갖다 대며 “이봐, 학생! 내가 잘못 가르쳐서 이렇게 했으니 이걸 내 입으로 핥아야 하겠네”라고 말했다. 순간 왁자지껄하던 주변학생들이 숙연해지고 그 남학생은 즉시 여학생이 내 준 휴지로 침을 닦고 용서를 구했다. 또 그는 이를 목격한 동료 학생들과 함께 ‘그린캠퍼스’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다짐하였다. (졸저 『열정은 배신하지 않는다』 중에서)

1990년대까지만 해도 리더에게 복종하고 시키는 대로 움직이라는 막연한 강요의 “나를 따르라”가 종용됐다. 그러나 이제는 감동의 시대이다. 포용력을 바탕으로 그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낮춘 겸손함과 모든 일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한 때이다. 반 총장의 ‘포용하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가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자(二重人格者)가 아닌 모두에게 포근하고 따뜻한 ‘포용력 있는 사람’으로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 김의식 (경영학 박사)

충주고등학교 선배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역할모델로 정진해 경희대학교를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이후 제일은행 지점장, 본부부장을 거치는 동안 쉼 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주경야독해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 어릴 때 꿈이었던 교수의 자리에 올랐다.

은행 명예퇴직 후 인하대 겸임교수, 인천대 초빙교수를 지내는 동안 열혈교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저서로는 ‘열정은 배신하지 않는다’와 역할모델인 반기문 총장을 소재로 한 ‘세계를 가슴에 품어라’ 외 다수의 책이 있다. 현재 (사)글로벌 녹색경영연구원 교육원장·교수로 재직 중이며, 최근 들어서는 ‘반기문 글로벌리더십’ 전파에 열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 총장의 가족, 친지, 학교 선ㆍ후배, 초ㆍ중ㆍ고ㆍ대학 동창, 담임선생님, 직장동료 등 광범위한 사람과 접촉했고, 이를 토대로 ‘반기문 총장의 열정의 리더십’을 연재하고자 한다.

 

김의식 경영학 박사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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