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 K씨가 최근 러브호텔가에서 몰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기사를 접하고 난 뒤 종업원에게 내린 지시 때문이었다. 자칫 ‘몰카가 있는 업소’라는 소문이 돌 경우 영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어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몰카 탐지기까지 동원해 뒤졌지만, 다행히 몰카는 발견되지 않았다. 업소 종업원 이모씨는 “젊은 연인들이 찾아오는 경우 종종 농담반 진담반으로 ‘몰카 없죠’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며 “실제 인터넷에 떠도는 모텔 몰카가 어느 업소다라는 소문이 들릴 경우 그 업소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확 줄어 영업에 큰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러브호텔은 입구에 “몰래카메라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까지 걸어놓은 곳도 있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교묘히 설치
최근 이처럼 러브호텔가에서는 때아닌 몰카 수색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워낙 교묘히 숨겨져 있어 몰카 탐지기의 도움 없이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자체 개발한 몰카 탐지기를 이용해 서울 경기지역의 러브호텔 밀집지역에서 몰카를 찾아냈던 우주아이티의 관계자는 “일산의 한 업소에서 몰카 신호가 잡혀 주인에게 말하자, 주인은 그럴 리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신호가 잡힌 장소에 함께 가서 확인해 보자 화장대 거울과 탁자 사이의 조그만 틈새에 몰카가 끼여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몰카가 설치되어 있는 장소는 화재감지기, 액자, 커튼 사이 등 일반인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몰카 탐지기 생산업체 관계자는 “천장 등 상부에 설치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최근에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곳에 설치하는 것도 많다”며 “TV위의 시계, 침대의 장신구, 휴지통, 형광등 주위 등도 몰카가 숨겨져 있는 곳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특히 몰카의 성능이 첨단화됐을 뿐만 아니라, 손톱크기 만한 카메라까지 등장하는 등 갈수록 소형화되고 있어 찾아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최근 판매되고 있는 몰래카메라는 적외선 촬영이 가능해 불이 꺼졌다할지라도 방안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고 장애물이 있어도 50m 밖에서 촬영장면을 수신할 수 있을 정도로 첨단화 돼 있다.
성인사이트 통해 무차별 유포돼
이처럼 러브호텔가에서 누군가에 의해 촬영된 몰카는 주로 ‘○○여관 몰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을 통해 성인사이트에 무차별 유포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관계자는 “성인사이트들을 단속해 본 결과 러브호텔가에서 찍은 몰카들은 편당 보통 100∼300만원 사이로 거래된다”며 “화질이 좋고 상대여성의 나이가 어릴수록 가격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전문적으로 몰카를 찍어 성인사이트에 올리는 이들도 늘고 있다”며 “연령층도 어려지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금품을 노린 몰카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충북경찰청 기동수사대는 러브호텔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들의 불륜 현장을 촬영하고 금품을 뜯어내려던 최모씨 등 30대 2명을 검거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청원군의 모 여관에서 객실 TV 스피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뒤 투숙객 20여 쌍의 불륜 현장을 촬영해 금품을 요구했다. 또 촬영한 불륜 장면을 CD에 담아 가족들에게 알리고 인터넷에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뒤 돈 요구를 거절하는 사람들에게는 흉기로 협박까지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노량진 경찰서는 몰카를 이용해 자신이 직접 몰카의 주인공이 돼 돈을 벌려던 20대 우모씨를 구속했다. 우씨는 서초구 한 모텔에 투숙해 미리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윤락녀를 유인, 자신과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몰래 찍은 뒤 비디오테이프를 인터넷 D포털사이트 카페에 자신의 전화번호와 함께 “자체 제작한 비디오테이프를 판매한다”는 광고를 올렸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몰카 공포는 비단 러브호텔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핸드폰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이를 이용한 몰카족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핸드폰으로 찍은 몰카는 성인사이트의 콘텐츠로까지 등장했다. 찜질방, 목욕탕, 화장실, 수영장 등의 공공장소에서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이 몰카로 둔갑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것. 카메라폰의 사생활 침해 문제가 대두되자 정통부는 지난해 카메라폰의 오·남용에 따른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카메라폰 촬영시 촬영음이 강제적으로 발생되도록 하는 등 규제방안을 발표했다. 모든 카메라폰 촬영시 반드시 65db 이상의 촬영음(벨소리 중 가장 큰소리)을 내야하고 진동 모드에서도 이를 강제적으로 해제할 수 없도록 제작해야 한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보안업계, 몰카 탐지기로 특수맞아
몰카가 기승을 부리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곳이 보안업계다. 러브호텔은 물론 화장실, 탈의실, 비디오방 등 특히 몰카 탐지기를 개발 출시한 업체들은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몰카 전용 탐지기 ‘몰카비전’을 개발해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우주아이티 관계자는 “몰카 탐지기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며 “작동법도 쉬워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가 개발한 ‘몰카비전’은 반경 50m 이내에 설치된 몰카의 작동 주파수대를 검색해 포착한 뒤 2.5인치 LCD창을 통해 화면으로 보여주는 첨단 몰카 탐지기다.그러나 몰카에 찍힌 장면이 그대로 화면을 통해 중계되기 때문에 자칫 악용될 소지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몰카 추방을 목적으로 몰카비전을 개발했는데 성능이 너무 좋아 일부 사람들이 기계를 역으로 악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회사측은 신분확인작업까지 거치며 기계를 판매하고 있다. 플래닛82가 출시한 ‘몰카노’도 주문량이 늘고 있다. ‘몰카노’는 탐지 버튼을 누르면 반경 0.5∼3m이내에 위치한 몰래카메라와 도청장치를 찾아내고 경고음과 감지 램프에 불이 들어온다. 휴대전화기 3분의 1 크기라 휴대가 쉬운 것이 장점이다. 한편 관련업계는 몰카의 징후들로 불을 끈 뒤 붉은색 빛이 보일 경우 TV 화면에 가로 줄이 생기는 등 전파간섭현상이 있는 경우 등을 들었다.
조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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