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올 시즌 타율 0.381 37홈런 117타점을 기록하며 홈런, 타점왕을 차지한 넥센 박병호가 이번 준플레이오프서 거듭 성장하며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포스트시즌 데뷔 첫 타석에서 솔로포를 가동한 뒤 눈에 띄는 모습은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그에 대한 집중견제는 매서울 정도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에 꿈쩍하지 않고 자신의 스윙 메커니즘을 지키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을 포함해 2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 2볼넷을 기록했다. 이어 2차전서는 3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2경기에서의 타율이 5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1개의 안타가 포스트시즌 첫 타석 홈런포였다. 결국 두산의 투수진은 스스로 꼬리를 내려야 했다.
두산의 1차전 선발이었던 더스틴 니퍼트는 박병호에게 홈런을 허용한 이후 타석에서 각각 고의 4구와 볼넷으로 승부를 피했다. 2차전에서 유희관은 박병호를 상대로 세 차례 맞붙어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그러나 이후 투수들은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박병호를 꺼려했다.
이렇게 되자 박병호는 출루율 0.556 장타율 0.800 OPS 1.356까지 치솟으며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병호의 올 시즌 OPS가 1.039(1위)인 것을 감안할 때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에 대해 한 해설위원은 “(박병호가) 포스트시즌같이 압박감이 큰 경기서 자신의 타격리듬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한 계단 성장했다는 증거”라고 극찬했다.
박병호에 대한 염경엽 넥센 감독의 신뢰 역시 절대적이다. 염 감독은 “병호가 심정수나 클리프 브룸바 보다 낫다”며 “박병호는 스윙 궤도 자체가 약간 타이밍이 늦어도 큰 타구를 만들 수 있다. 스윙이 부드럽다 못해 배트 컨트롤만으로도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박병호에 대한 공포감에 흔들리는 두산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1차전 이택근의 끝내기 안타는 다음 타순에 박병호가 있어 어떻게든 승부를 펼쳐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비롯됐다.
2차전에서도 박병호의 타석 때 홍상삼이 연속 폭투를 저지르는 등 그의 존재감만으로 두산 투수진이 크게 흔들리면서 결국 2경기 모두 넥센에게 내줘야 했다. 이에 ‘박병호 시리즈’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병호는 “박병호 시리즈란 말 때문에 쑥스러워 죽겠다”며 “생각은 안 하려고 한다. 그냥 볼넷 상황이 되면 걸어나갈 뿐이다. 뒷 타자가 못 쳐도 욕심은 안 낸다. 괜히 욕심 내면 밸런스가 무너진다”고 속내를 털어냈다.
물론 박병호는 타자친화적인 목동구장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실제 목동구장에서는 타율 0.311에 22홈런 65타점을 기록한 반면 잠실구장의 경우 타율 0.316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홈런은 단 1개에 그쳤다. 그러나 박병호의 활약이 플레이오프까지 죽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넥센이 PO에 진출할 경우 LG 역시 박병호를 집중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LG를 상대로 타율 0.327에 4홈런 12볼넷을 기록했다. 잠실에서도 타율 0.316(57타수 18안타)을 기록했다. 홈런은 비록 1개지만 불펜 투수 이동현에게는 결정적일 때마다 안타와 홈런을 터뜨려 천적관계임을 입증한 바 있다.
한편 넥센은 마지막 남은 1경기로 두산을 무너뜨릴 경우 창단 최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다. 특히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넥센 중심타선이 살아날 경우 넥센의 무서운 무한질주가 가을야구를 화려하게 수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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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