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수산 왕위쟁탈전 ‘막후’
동원수산 왕위쟁탈전 ‘막후’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10-14 10:41
  • 승인 2013.10.14 10:41
  • 호수 1015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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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참치의 제국을 차지할 것인가

[일요서울|이범희 기자] 참치로 유명한 동원수산 내부가 시끄럽다. 2011년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종결시켰던 왕윤국 명예회장이 지난달 26일 별세하면서 후계구도를 두고 이복남매 간의 보이지 않는 암투가 또다시 예고되고 있다. 특히 왕 명예회장이 보유했던 지분 17.30%(53만29주)가 누구에게 상속되는지가 관심거리로 떠오르는데, 이 지분을 승계 받는 쪽이 경영권 확보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동종업계는 물론 일부 투자자들이 오너일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왕 명예회장 사후 이복남매 간 싸움 ‘2라운드’
주식 전문가 “지분싸움에 잘못 투자하면 낭패”

동원수산은 1970년 설립됐다. 이듬해인 1971년 원양업체 최초로 스페인 라스팔마스(Las Palmas) 기지를 설치했다. 참치·오징어 등 수산물을 취급하는 수산 전문 회사로 발돋움하면서 ‘참치의 제국’으로 떠올랐다.

창업주인 왕 명예회장은 한국 수산물 가공업의 태동기를 이끌었던 인물로 평가받았으며 한국냉동협회 초대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슬하에 부인 박경임 씨, 아들 기용·기주·기철 씨, 딸 기미  씨가 있다. 부인 박 씨는 재혼한 여성이며 딸 기미 씨만이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유일한 혈육이다.

그런데 왕 명예회장이 지난달 말께 노환으로 작고하면서 동원수산 내부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2011년 불거졌던 경영권 분쟁이 또 다시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재혼한 부인 박씨가 대표이사 교체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왕 명예회장의 아들인 왕기철 대표이사를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딸인 왕기미 식품사업부문 전략기획총괄 상무를 신규이사 후보로 선임하겠다는 주주제안을 내놓았다. 장내 매수를 통한 지분 확보까지 나서면서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지만 왕 명예회장의 중재로 일단락된 바 있다.

하지만 왕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동원수산에 또다시 경영권 분쟁이 일것으로 내다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게다가 왕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행방에 따라 경영권 확보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양측의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부인 박씨와 딸 왕 상무의 보유 지분은 5.63%로 신주인수권(45만 6794주)을 감안한 아들 왕 대표의 보유 비중(13.41%)보다 낮지만 고인의 지분이 박 씨와 왕 상무 쪽에 더 많이 상속될 경우 전세가 역전돼 왕 대표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왕 명예회장은 따로 유서를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경영권 분쟁 해소 시 주가 급락

이 때문인지 이미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선 관심 종목으로 떠올랐다.

동원수산이 수일째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돼 주주들이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을 기대해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동원수산은 오전 9시 21분 전날보다 1950원(14.89%) 급등한 1만5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도 왕 명예회장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한 투자자는 “왕 명예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왕 명예회장 보유 지분 상속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동원수산 측은 “왕 명예회장의 지분이 어디 가는지는 확정이 안 된 상황이고, 상속 문제는 오래 걸리는 사안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속 문제가 어떻게 되는지가 확정될 때까지 현재의 왕기철 대표 체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항간에서 떠도는 경영권 분쟁 예상에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계 전문가는 “경영권 분쟁은 회사로서는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지만, 투자자들에겐 호재가 될 수도 있다”며 “지분 경쟁이 불붙으면 경영권 방어나 획득을 위해 주요 주주 간 지분 매입 경쟁에 나설것이고, 이에 따라 주가가 올라갈 것이란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의 경우 논란이 해소되면 주가가 곤두박질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주요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나 지분 경쟁이 불붙으면 주가엔 단기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해소될 경우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는 것.

실제 2011년 3월 경영권 분쟁 당시 동원수산은 문제가 촉발된 3일 이후 8일 연속 강세를 보이면서 주가가 1만500원에서 2만545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3월 15~18일 4일간 주가는 42.5% 급락해 1만4600원까지 주저앉았다. 12일 동안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동원수산이 왕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되, 박씨 측에서 제안한 왕 상무를 등기 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협상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동원수산 주가는 한 달여 만에 경영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이 때문에 증권 전문가들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이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삼화페인트와 같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지분 비중을 높일 경우 주식이 추가로 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주가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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